시와경영-시에서 배우는 브랜드 작명의 실제
시에서 배우는 브랜드 작명의 실제 가끔씩은 사투리로
귀도 씻어줄 일이다
기적도 애잔하게 메나리조로 우는
중앙선도 타 볼 일이다
태백 소백 첩첩산중 고개고개를 넘어가며
바람도 산바람뿐인 메나리조의 고개바람소리
심심산골 얼음썩는 산여울도 메나리조로 울어
경상도는 사투리도 메나리조 아리랑
진양조로 휘늘어진 호남선을 타고가면
산등성이도 강줄기도
밀쳐낼 듯 끼고도는 진양조 느린 가락
호남들녘 논두렁길 밭두렁길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는 바람소리도
한이 삭아 흥이 된 진양조의 호남사투리
가끔씩은 가끔씩은
우리가락 사투리로
귀를 후벼줄 일이다.
- 유안진 <사투리>
최근 브랜드 전략을 보면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튀는 이름이다. 의성어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법 파괴도 예사로 나온다. 접근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울 뿐 아니라 유머스럽기까지 해 매출 증대에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자류의 ‘와사삭’, ‘사각사각’이란 상품명은 의성어이다. ‘낙지대학 떡볶이과’, ‘떴다 샐러드, 날아라 돈까스’와 같은 상호명은 유머스러움과 기억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하나는 숫자나 영어 알파벳을 쓰는 경우다. ‘LG25’, ‘다이어트 700’, ‘남양 3.4’, ‘OX’, ‘ZIC’, ‘ZEC’ 등은 모두 숫자나 영어 알파벳을 써서 신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우리말을 활용하는 경향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음료 제품인 ‘갈아만든 사과’, ‘생생사과’, ‘가야 당근농장’ 등과 소주 제품 ‘참이슬’, ‘처음처럼’, ‘김삿갓’ 등이 모두 우리말로 이뤄진 상품명이다.
이는 우리말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근감을 줄 수 있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나온 것이다. 여기에 문장형도 한몫하고 있다. ‘알알이 담긴 사과’, ‘동네방네 미숫가루’, ‘카오스 세탁기 세 개 더’, ‘조용한 청소기 잠잠’ 등이 그 예다.
이들 브랜드 네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감이 그것이다. 모두가 소비자에게 공감을 얻어 매출을 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는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이때의 주체는 남이다. 남의 말에 내가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주체는 나다. 내가 만들어 다른 사람, 즉 소비자를 공감시켜야 한다. 브랜드 작명이 쉽지 않은 이유다.
유안진 시인의 시 <사투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브랜드 네임을 찾도록 도와준다. 시인은 시 첫구에 이렇게 얘기한다. “가끔씩은 사투리로 / 귀도 씻어줄 일이다” 사투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각박한 생활을 털어내는 역할을 한다. 고향의 정감 어린 말투가 타지에서 고생하며 얼룩진 심정을 말끔히 잊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만큼 고향은 우리에게 안식처가 된다.
시인에 따르면 태백 소백 첩첩산중에는 바람도 메나리조로 울고 경상도에서도 산여울이 메나리조로 운다고 한다. 메나리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전해오는 농부가의 하나다. 농부가 일을 하면서 흥얼거리는 노래의 가락이 바로 메나리음조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슬프고 처랑한 음조다.
전라도 메나리의 특징인 진양조도 ‘밀쳐낼 듯 끼고도는 느린 가락’이다. 이를 시인은 ‘한이 삭아 흥이 된’ 것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담겨있는 사투리는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언어이기에 그렇다. 그러니 공감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러한 사투리를 활용해 브랜드 네임을 만든다면 시인의 말대로 ‘귀를 후벼줄’ 이름이 될 수 있다. 브랜드 네임에 사투리를 활용해 보자.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