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칸센 고속열차 '생존위기'
코로나·올림픽 연기로 국내 여행객 절반 이상 줄어 – 티켓 50% 할인 등 백약 무효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요즘 도쿄역의 지방 노선 구역은 옛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예년의 9월 하순이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주중 오후, 도쿄역 지방 노선 구역은 사람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는 몇몇 통근자들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수도권 주요 역 터미널에 있는 18개의 패스트푸드점을 관리하고 있는 아오키 타로는 "요즘에는 승객들보다 청소원과 승무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지금은 아예 주변에서 사람의 그림자 찾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곳은 항공사만이 아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변화하는 계절의 색상과 맑은 공기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는 가을 나들이는 이제 옛 얘기가 되어 버렸다. 휴가는 실종됐고 한 때 인기를 구가했던 일본의 자랑 초고속 열차는 이제 병든 환자처럼 초라해졌다.
일본 철도를 양분하고 있는 동일본철도(East JR)와 서일본철도(West JR)는 1987년 철도 민영화 이후 가장 큰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동일본 철도는 3월 31일에 끝나는 2020 회계연도에 4180억 엔(4조 6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전년도에는 1884억 엔의 이익을 냈다. 서일본철도는 2400억 엔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들은 신칸센 초고속 열차가 요즘 얼마나 텅텅 빈 채로 운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초고속 열차를 탄 한 트위터 사용자는 텅 빈 열차 내 모습 사진과 함께 "요즘 티켓 가격이 절반으로 낮아졌는데도 이렇게 승객이 없다"고 썼다.
일본 정부가 국내 여행을 촉진하기 위한 전국적인 ‘Go To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의 신칸센 초고속 열차는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일본 내 교통, 호텔, 관광지에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도쿄는 원래 제외되었다가 지난 달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거꾸로 증가하고 있어 사람들이 여행을 꺼려하면서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Go To 캠페인'을 실패로 규정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동일본 JR, 티켓 50% 할인
'Go To 캠페인'을 통한 관광 장려 정책이 일본의 코로나 19 확산을 더 촉진한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나마 여행하려는 사람들조차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자가용으로 여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동일본철도의 마케팅 담당 부장 와타나베 요시타카씨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일본철도가 운영하는 초고속열차의 8월 승객 수는 1년 전보다 74% 감소했다.
동일본철도는 'Go To 캠페인’과 관계없이 지난 8월부터 50%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9월 25일 현재 30여만 장이 예약되었으며, 내년 3월까지 100만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일본철도 내 모든 노선의 티켓이 50% 할인된다.
노무라연구소의 무라야마 히로시게 애널리스트는 "이런 대폭 할인과 철도회사의 높은 고정비 등을 감안하면, 신칸센 사업자들은 코로나 대유행이 끝난 후에도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토도 다르지 않아
지난 3월 31일에 종료된 2019 회계연도에 6560억 엔의 이익을 보고한 센트럴 JR(Central JR, 토카이 여객철도)도 반값 당일 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센트럴 JR은 도쿄, 하카타, 교토 등의 전통 사찰과 사원, 정원 등으로 유명한 일본 문화 중심지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교토시 관광협회에 따르면 7월 교토를 찾은 국제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99.8% 감소하며 4개월 연속 0에 근접하고 있고, 국내여행객도 절반으로 줄었다.
교토 시내의 호스텔을 관리하는 교토시 관광협회의 마리 고이케는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많은 이웃들이 폐업하거나 가게 문을 아예 닫았다"고 말했다.
동일본 JR은 티켓 할인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음식과 포도, 배, 생선 같은 지역 특산물을 소비자들에게 배달하기 위한 물류 사업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교토의 고급 유흥가인 기온(Gion, ギオン)에서 게이샤로 일하는 무라노 유이는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지 않았다면 7월부터 매주 초고속 열차를 타고 도쿄에 가서 홍보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쿄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단골 손님들인 기업 중역들도 이제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 하루에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있는 날이면 운이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