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집]박철 화백·섬유예술가 백귀현⑦‥자연의 오묘한 색깔

2018-12-13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무갑산(武甲山) 줄기에서 퇴촌면으로 넘어오는 만추의 낙조는 유난히 세월의 서정을 품은 듯 했다. 마음 깊은 응어리를 내려놓으면 물빛에 젖어드는 홍엽(紅葉)처럼 본디 저렇듯 따듯한 색채였으리라는 상념에 젖어들게 했다.

여름 한 날 장대비 거센 물살이 지나간 낮게 패인 구릉에 뿌리를 내린 풀. 그 강인한 풀잎의 생명력위로 병풍처럼 서 있는 나뭇잎사이 황혼의 빛들이 스며들었다. 잔잔한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그림자가 적막만이 흐르는 풀들의 광장을 지나자 일순간 빛과 그림자가 어울려 생동의 파노라마로 일렁였다.

왕벚나무, 단풍나무, 실버들이 조금씩 나목(裸木)의 시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나뭇잎 하나를 악기의 쓸쓸한 음계처럼 허공에 떠나보내거나 만남과 이별 그 순환의 역사를 붉게 타오르는 단풍처럼의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위무하며 나무들은 서 있다.

“자연의 오묘한 색깔은 참으로 근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감동이 있기에 우리가 서로 작업하는데 많은 영감을 얻고 작품반영에도 큰 영향을 선사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