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근로시간 단축 ‘6개월 계도기간’ 결정
경총 건의 받아들여...처벌보다는 연착륙 우선
[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요구한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6개월 계도기간’ 요청에 대해 정부가 화답했다. 경총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연착륙할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요청한 것인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20일 오전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서 결정됐다.
경총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경영계 건의문’을 전달했다. 건의문을 통해 제도와 현실에서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경총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데 현장의 노력과 연말과 연초에 이뤄지는 신규채용의 특성을 감안해 단속과 처벌보다는 6개월의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어 경총은 “인가연장근로의 허용범위 확대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경총은 인가연장근로 허용범위 확대를 위한 이유로 ‘석유, 화학, 철강업의 대정비와 보수작업과 조선업의 시운전, 건설업의 기상 악화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 방송과 영화 제작업의 인력 대체가 불가능한 만큼 근로시간 총량 자체가 한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들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는 근로시간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총은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이 2주 또는 3개월에 불과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역시 1개월 이내로 제한돼 있어 기업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성공적인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건의사항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도 밝혔다. 경총은 “경영계는 기업들이 개정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전국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당정청, 경총 건의에 화답...6개월 계도기간 부여
경총의 건의에 당정청도 빠른 대답을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오전 국회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근로시간 단축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대해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총의 제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준비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협의회 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제도 연착륙을 위해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당분간 행정지도 감독을 하겠다”면서 “올해 말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총도 6개월 계도기간 부여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총 관계자는 “6개월간 계도기간 부여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입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적이고 조속한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52시간 시작되면 기업 애로사항은 무엇?
경총이 기업을 대신해 주52시간 시행 6개월 계도기간을 요청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특수한 상황들 때문이었다. 실제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52시간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다.
한 자동차 업체 R&D(연구개발)부서 관계자는 “신차 출시나 프로젝트 마감, 차량 리콜 등의 문제가 터지면 업무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때는 보다 유연한 근무제도가 필요한거 같다”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도 “3월 감사시즌에 들어가면 새벽까지 일하기 일쑤”라면서 “새로운 인력 충원이 없으면 업무부담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급여가 줄어든다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한 제약업체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직원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짧아져 수당을 포함한 월급이 약 100만원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박스 제조업체 관계자는 “연봉직보다는 생산직쪽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하소연이 많다”면서 “보통 일주일에 70시간씩 일하다가 52시간으로 줄어들면 그만큼의 수당 등 급여가 깎이는데 결국 기본급이 줄어들어 나중에 퇴직금이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 어쩔 수 없이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 게임업계도 자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여전히 애로사항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고 개발 파트의 경우 업데이트나 신작 출시를 앞둘 경우에 근로시간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특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