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온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오는 10월 필립스 경매 출품, 예상 경매가 최대 6억원대

2018-06-12     김수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지난해 필립스 경매에서 역대급 시계가 탄생했다. 2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가 바로 그 주인공. 그리고 올해 필립스가 또 하나의 전설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0월 뉴욕에서 열리는 필립스 경매에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출품된 것. 스티브 맥퀸은 폴 뉴먼과 함께 1960년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스타다. 영화 <르망>에서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착용한 것으로 유명해 ‘스티브 맥퀸’하면 보통 ‘태그호이어’를 떠올리지만 스티브 맥퀸은 생전 롤렉스도 즐겨 찬 모양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스위스 시계 전문 경매 업체인 안티쿼럼에서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2억 5천만원대에 팔린 이력이 있다.

 

이번에 출품된 시계 역시 서브마리너다. 1964년 제작된 레퍼런스 넘버 5513 모델로 스티브 맥퀸이 1960년대에 구입해 1970년대 후반 스턴트맨인 로렌 제인스에게 선물한 시계다. 맥퀸과 제인스는 1958년부터 함께한 동료로 영화 <블리트>, <겟어웨이>,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 10편이 넘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스티브 맥퀸의 시계 뒷면에는 ‘로렌, 세계 최고의 스턴트맨에게. 스티브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맥퀸과 제인스의 우정이 담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각별한데 시계가 경매에 출품된 과정에 얽힌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가지고 있던 제인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마가 덮쳤다. 2016년 이 지역에 불어닥친 산불로 제인스의 집을 포함한 18채의 집이 모두 불타버린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다. 그러나 제인스의 집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은 할리우드 기념품 수집가이자 비벌리힐스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마이클 아이젠버그는 화마 가운데 살아남은 물건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제인스의 부인과 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인스의 부인과 딸이 잿더미 속에서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찾아낸 것이다.

 

불에 탄 시계가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했다. 시계는 곧바로 롤렉스 본사로 보내졌고 긴 복원작업 끝에 새 생명을 얻었다. 아이젠버그는 제인스 가족으로부터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사들였고 이후 필립스 경매에 시계를 내놓았다. 필립스가 정한 스티브 맥퀸 서브마리너의 예상 경매가는 30만~6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억원대에서 6억원대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200억원에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의 예상 경매가가 11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 또한 예상 경매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올 10월 폴 뉴먼 데이토나를 잇는 또 다른 전설의 시계가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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