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회피 '편법·꼼수' 판친다는데...단속만으로 해결될까
정부, 근로시간 단축·4대보험 가입 등 집중 단속
[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되자 인상분만큼 근로시간을 축소시키거나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넓히는 방식 등 편법을 동원하는 고용주들이 늘고있다.
이같은 편법으로 일당 노동자 등이 피해를 호소하자 정부가 이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최저임금 취약 사업장들은 이에 대해 해가 바뀌었다고 단 숨에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 높아진 임금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관련, 정부가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등 최저임금 취약사업장 지원방안을 더욱 확대해 사회 전반에 걸쳐 상생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역 노동청에게 편의점, 음식점,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최저임금 취약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고 지난달 29일부터 근로 감독에 나섰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8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유예기간을 두고 감독을 예고했다.
경기도 안성시 한 아파트는 경비원 인건비 부담이 늘자 휴게 시간을 늘리는 편법을 썼다. 경비원의 휴게시간은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 야간 5시간 등 총 7시간이었다. 최저임금이 인상이 되자 경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점심 1시간 30분, 저녁 1시간 30분, 야간 6시간 등 총 9시간으로 조정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분 지급을 하지 않기위해 경비원 휴게시간이 늘어나자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밤 10시30분부터 경비실 문을 잠그고 수면을 취한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지은지 오래돼 새로지은 아파트들 처럼 아파트 출입문에 아무런 보안장치도 없는데 야간경비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 A씨는 "나라에서 시급을 올렸다고 할 때만해도 보수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기뻤다"면서 "우리도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 낫지만 정부가 일당을 올려도 일하지말고 휴식을 취하라는 관리사무소의 결정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주민들역시 이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진 않다. 경비원들의 시급인상분이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분기별로 성과급을 받았는데 회사측이 올해부터는 성과급을 없애는 대신 월급을 올려준다고 통보했다”면서 “결국 연봉으로 따져봤을 때 실수령액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상여금 액수와 지급 시기를 바꾸려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서면 근로계약을 바꿔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최저임금·주휴수당 지급 여부, 4대보험 가입 여부 등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서울시 동작구 A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주지만 주휴수당을 주거나 4대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근로자가 1주일동안 총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이상 일하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 제도를 포함해 실질 시간당 최저임금은 9200원에 달한다. 이로인해 주휴수당을 부담하려는 고용주는 많지 않다.
이번 단속으로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시정되지 않거나 지난 3년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이력이 있는 사업주는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최저임금법 제28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사건들을 제보 받는 ‘직장갑질 119’는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3주에 걸쳐 노동자들로부터 이메일,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접수한 최저임금 편법 관련 제보가 2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제보자가 확인된 이메일 제보 77건을 분석한 결과 상여금 축소 사례가 45%(35건)를 차지했고 식대 등 수당 폐지 21%(16건), 휴게시간 확대 20%(15건) 등이었다.
한편 정부가 단속에 나서기전 현장의 목소리부터 제대로 청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개최한 소상공인들과 간담회에선 정부가 현장의 애로 사항을 명확하게 파악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우리도 같은 노동자들“이라면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최저임금 정책 지원금이나 지원 기간을 늘리고 방안을 보완해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함께 가는 대안을 만들어야만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인상한 기본 취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자영업자의 노동환경 자체가 그로 인해 피폐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균형 잡힌 정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조건인 4대 보험 가입과 관련, "4대 보험에 대해 근로자들 자체가 실효성을 깨닫지 못한다“면서 ”사용자가 안 들어주려고 하는 게 아닌 경우도 많다“고 현장 애로사항을 말했다. 부모나 자식의 건강보험에 피보험자로 가입돼 있는 일용직들도 상당수 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4대 보험 조건에 유예를 두든, 근로자의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