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풍당당’은 일자리에서 나온다

2011-09-08     이코노믹리뷰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제13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부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으나, 아직도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법·제도적으로는 양성평등하게 되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기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년간 여성의 취업률이 50%(2011년 현재)를 밑도는 현상이 이를 반증하며, 기타 양성평등에 관련 국제 지표들도 우리 사회 여성들의 위상이 여전히 낮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UNDP가 발표한 여성권한척도(GEM)는 105개국 중 61위이고, 201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지수(GGI)는 134개국 중 104위이다.

또한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남녀 임금 차이에 있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8% 정도 임금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나라의 성 평등 순위가 이렇게 낮은 것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현상의 지속, 여성 비정규직의 확대, 성별 직업분리 현상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내 여성 임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여성임원과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용역 과제로 수행한 ‘제3차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연구’보고서의 연구 결과가 뉴스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여성인력의 필요와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여론이 크게 환기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 간 남성에 비하여 50%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 근로자의 비중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에 치중하여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 수준을 제고하는 데는 다소 노력이 부족했다.

여성인력은 고령화 심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다크호스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제도에 보태어,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에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먼저, 양성평등한 사회문화 조성이 기업경쟁력 확보의 해결 방안임을 인식하고 여성친화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조성을 위해 먼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크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협동으로, 여성들이 경력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아이를 낳고도 육아 걱정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미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급속한 사회변화와 조직의 다양화되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배려와 조화의 여성 리더십이 확산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여성임원 배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 시각, 그리고 부드럽고 온화한 커뮤니케이션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차원에서 여성임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수용 노력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여성 리더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멘토링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 확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우리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리더들, 즉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 ‘롤 모델’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 최초 여성임원 탄생’이 더 이상 핫이슈가 되지 않는, 능력 있는 여성인력들이 기업에서 제 역할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시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