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부터 이마까지 갈라진 우즈벡 청년, 한국에서 새 삶 찾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두개골‧안면열 증후군 성형센터에서 무료 치료

2016-05-17     이재승 의학전문기자

안면열을 갖고 태어난 무희리딘(23세)은 태어나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연고도 없이 혼자 외로이 밟는 한국 땅이지만 무희리딘씨는 새로운 삶을 그려나갈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지고, 이 갈라짐이 계속 연결되어 턱뼈와 눈에 이어 이마까지 거의 얼굴 반쪽이 갈라진 선천성 안면열 장애를 가지고 있던 무희리딘씨는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5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우즈벡에서의 치료에 한계를 느끼며 성인이 될 때까지 얼굴이 반쯤 갈라진채로 살아오던 무희리딘씨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이자 한국얼굴기형환자후원회 이사장 정필훈 교수의 초청으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은 2008년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정필훈 교수를 단장으로 의료봉사를 위해 7시간 반을 비행기로 이동하여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언청이 무료수술을 해주었다. 무희리딘씨는 당시 이 소식을 듣고 봉사단에게 찾아왔다.

당시 그는 선천성 안면열로 갈라진 입천장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고, 발음 문제로 인한 언어 장애를 함께 갖고 있었으며 보통은 수평인 눈이 수직으로 자리하고 있어 얼굴 모양 자체가 눈에 띄는 기형이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한국얼굴기형환자후원회(KB금융그룹 후원)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우즈벡에 의료봉사를 나가던 정 교수는 한국의 성형술이 높다고 그 명성을 믿고 찾아온 무희리딘씨를 어떻게든 실망시키지 않도록 초청해 치료하고자 결심했다.

현지의 의료시설과 장비, 의료진으로는 무희리딘을 제대로 수술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했고, 정필훈 교수가 속해있는 서울대치과병원과 한국얼굴기형환자후원회는 뜻을 모아 지난 5월 11일 무희리딘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한국얼굴기형환자후원회에서 항공료와 체제비, 수술비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 치료비는 서울대치과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정 교수는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해 주겠다고한 우즈벡에서의 약속을 지켜 지난 5월 13일 수술을 해주었다.

무희리딘씨는 13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약 12시간동안 수술이 가능한 범위까지 대수술을 받았다. 없어져버린 눈썹을 만들기 위해 머리카락 조직이 피가 통하게 디자인하여 터널을 만들어 머리카락부위가 눈썹이 되게 눈썹을 만들고 동시에 갈라진 이마골을 메웠으며, 세로로 찢어진 눈을 가로로 고치고 갈라져 패인 볼과 비뚤어져 올라간 코, 갈라진 얇은 입술을 바로잡았다.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는 무희리딘씨는 “평생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나도 이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한국 치과의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정필훈 교수는“특히, 이번 수술은 입술과 입천장 갈라짐이 구강부분에 국한된 수술이 아니라 안면 전체로 확장된 안면열로서,  입술부터 눈을 지나 이마까지 올라가는 얼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없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환자가 좋아하는 걸 보니 기쁘다” 며 “평생을 얼굴 장애인으로 살아온 무희리딘에게 한국이 새로운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첫 걸음을 떼어 주었다면 큰 보람으로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