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 오나] '족쇄 풀린 이란' 한국기업, EU·中 벽 넘어라
KOTRA, 이란 바이어 설문조사…교역선호 2순위로 밀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한국거래 기업들은 한국산 수입량이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을 교역확대 선호국 2순위로 많이 꼽아 경쟁국 일본(5순위)보다는 앞섰지만, 1순위인 유럽연합(EU)과 중국에는 뒤져 이란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코트라(KOTRA, 사장 김재홍)는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이란의 유력 바이어 521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실시한 ‘경제 제재 이후 교역전망’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조사대상 이란 기업의 10곳 중 8곳(76%)은 연내에 한국산 수입량이 10% 정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5% 미만’ 증가로 52%, ‘5~10%’ 증가는 24%로 집계됐다.
향후 3년 이내 한국산 수입 증가 예상에서도 이란 기업들은 ▲5% 미만 증가 26% ▲5~10% 증가 34% ▲10~20% 증가 21% ▲20% 이상 증가 14% 순으로 답해, 10명 중 6명이 10% 증가를 점쳤다.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주된 이유로는 제재 해제에 따른 수입장벽 완화(37%)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가격 경쟁력(20%), 품질 경쟁력(17%), 한국기업과 우호적 거래관계(7%) 등도 언급했다.
한국 기업에 가장 바라는 교역 조건으로는 가격인하(38%)였고, 이어 ▲적극적인 자금조달(20%) ▲사후관리서비스 개선(15%) 등을 희망했고, 특히 배송시간 단축, 지불조건 개선 같은 요구도 17%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기업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을 거래상대로 했을 경우, 이란 기업들은 한국보다는 EU(1순위 42%)와 중국(1순위 32%)을 더 선호했다. 선호도 1순위에서 한국은 16%에 그쳤고, 2순위가 32%로 가장 높았다. 4순위(20%), 3순위(19%)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일본 선호도는 5순위(28%)-3순위(19%)로 한국보다 낮게 취급했다.
코트라는 “경제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 지속으로 이란시장이 가격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중국산이나 터키산 등 저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반면에, 전통적으로 유럽 브랜드에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이같은 현지시장 상황에 충분히 대비해 한국기업들이 이란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국기업이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가격 및 품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의 물류 및 결제 시스템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후 고객관리 서비스 향상, 선적 및 배송기간 단축, 다양한 대금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 접근방안이 필요하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김승욱 테헤란 무역관장은 “제재 해제 이후 바뀌는 현지 법규와 제도 내용 및 절차,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이란 교역은 본격적인 경제 제재로 2012년 하반기부터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은 2012년 62억 6000만달러를 최정점으로 2013년 44억 8000만달러로 무려 28.4% 급감한데 이어 2014년 41억 6000만달러, 2015년(11월말 기준) 34억 3000만달러로 줄었다. 수입도 98%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 도입이 막히면서 2011년 113억 6000만달러에서 2015년(11월말 기준) 22억 8000만달러로 4년새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경제 제재 기간 중에도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판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 이번 해제로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 제품의 이란시장 진출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인 셈이다.
양국간 투자 교류에서도 한국의 직접투자는 2008년 1600만달러에서 2012년 20만달러로 급감한 뒤 이듬해 2013년부터는 아예 중단됐다. 반면에 이란은 2010년 이후 한국에 꾸준히 투자를 해오다 2011년 620만달러에서 2012년 20만달러로 곤두박질했고, 2013년부터는 투자 자체가 끊겼다.
이처럼 한-이란 간 ‘비정상 교역관계’를 이번 제재 해제를 계기로 한국기업들이 정상화 시키기 위해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2011년 8700만배럴에서 2015년 4600만배럴로 크게 위축된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이 풀리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국내수요에 맞춰 원유 수입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또한 전략물자를 제외한 석유자원개발, 정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조선, 해운, 항만, 자동차, 귀금속 등 거의 모든 품목을 수출입할 수 있고, 이란 국영기업 및 은행과도 거래가 자유화된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이란 제재 해제로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이 재개돼 이란 정부와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시설, 건설, 조선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됐다”고 기대했다.
정부도 이란과 교역 및 투자를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제도를 즉각 개편키로 했다. 대이란 금융거래를 위한 한국은행 허가제,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무역협회), 해외건설활동 가이드라인를 폐지하는 한편,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같은 양국 정부간 상설협력 채널을 재가동해 오는 2월말이나 3월초 테헤란에서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는 “다만, 이란 제재가 풀렸지만 앞으로도 미해제 제재대상자와 거래, 부적격 항만 이용, 위장거래 및 중계무역시 달러화 이용 등이 확인되면 수출입대금 지급(수령)이 거부될뿐 아니라, 우리 정부를 포함해 미국, EU로부터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