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 오나] 이란 제재 해제, 자동차·조선 업계 ‘훈풍’

자동차 부품 등 수혜 기대···글로벌 원유 수급 판도 바뀔 듯

2016-01-18     여헌우 기자

인구 8000만명의 ‘자원 부국’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어떤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낙후된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 업계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출·수주가 늘 가능성이 큰 자동차·조선·해운 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제재 해제, 한국 기업 수출 ‘청신호’

1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지난 16일 해제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진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재 해제로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한 전략물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수출입 제한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앞으로 석유자원개발, 정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조선, 해운, 항만, 자동차, 귀금속 등의 품목을 이란과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대(對) 이란 수출 규모는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에 따라 2012년 62억7500만달러에서 지난해 37억5900만달러로 작아진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이란 제재 해제로 국내 기업이 SOC, 건설, 조선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출시장 확대와 원유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2014년 기준 이란의 GDP는 4041억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제2의 경제 대국이다. 한반도의 약 7.5배에 달하는 영토를 지녔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2위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함께 인구 8000만명이라는 노동력까지 갖춘 ‘대형 시장’이다. 수출 시장도 거대하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26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2014년 기준)이다.

단기적으로 자동차 부품과 철강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란은 현지조립생산(CKD)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과 철강판의 수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 이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지난 2011년 3억9000달러 규모에 달했지만 관련 제재가 시행되며 급감했었다.

완성차 역시 2011년까지 10대 수출품목 중 하나였으나 제재가 시행되며 중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성장하며 100만대를 넘어섰다”며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더 큰 규모를 유지했던 만큼 향후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수입이 자유로워지면 시장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각국의 ‘이란 러쉬’로 자본 투자 유치까지 지속되면 2020년께는 생산량이 2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경제 규모가 커진 뒤 민간 소비까지 활성화되면 이란은 그야말로 자동차 업계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 업계의 ‘훈풍’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은 유조선 등에 대한 발주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입찰 정보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제재 해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에 대한 자율성도 확보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매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던 국내 정유사들은 앞으로 국내 수요에 맞춰 원유 수입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은 2011년 8720만배럴에서 지난해 4600만 배럴까지 줄었다. 하지만 향후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면서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에는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크게 떨어질 경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또 석유 수출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원유 수급의 열쇠를 이란이 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이란의 중단기 증산여력은 의외로 크지 않다. 우리는 경제제재 후 이란 원유 생산량이 곧바로 급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란의 기개발 유전 상당수는 성숙도가 높아 회수증진 공정(EOR)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천연가스 재주입과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란이 보유한 3,600만 배럴의 원유 및 컨덴세이트 재고는 수치만으로는 매우 커 보이지만, 주변 경쟁국들이 이란보다 할인율을 크게 가져가는 상황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진될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란은 어려운 경제상황 및 대규모 원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해 경쟁자들보다 높은 판매 할인율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