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경제 211호]주화는 동전, 동전은 동그라미?

2014-10-01     아하경제 편집국

흔히 주화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동전으로 불리나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주화가 동전은 아닙니다. 국어사전은 동전을 구리나 구리의 합금으로 만든 주화를 통칭하는 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의 현용 주화 중 구리를 섞지 않고 100% 알루미늄으로 만든 1원화는 동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주화를 ‘동전’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는가 하면 기념주화를 ‘기념동전’으로 부르는 예는 찾기 힘든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기념주화의 주요 소재가 금, 은등 귀금속인 경우가 많아 ‘동전’이라는 용어를 쓰면 그 가치가 손상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초의 주화인 고려 시대 건원중보를 비롯해 주화 모양을 원형으로 사용해 온 우리 민족에게는 둥근 주화의 모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강한 것 같습니다. 주화는 둥근 모양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진시황제가 화폐의 디자인을 겉은 둥글고 구멍은 네모난 원형방공(圓形方孔)으로 통일했다는 기록 등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나 더 직접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의 동전이라 할 수 있는 고려 해동통보에서 그 고유한 철학적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려 숙종 때(1097년) 대각 국사의천은 왕에게 동전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건의 하면서 그 동전의 모양이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난 것을 지칭해 둥근 것은 하늘이고 모난 것은 땅이니 하늘이 만물을 덮고 땅이 그 만물을 지탱하여 가치가 없어지지 않게 함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4각형인 영국령 저지 섬의 1파운드, 7각형인 영국의 20펜스, 11각형인 캐나다의 1달러, 12각형인 이스라엘의 5세겔짜리 동전 등 다각형 모양의 주화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주화가 나오더라도 그 모양이 원형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 냐하면 원형의 형태에 우리의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이미 원형의 주화를 사용하도록 제작된 많은 자동판매기 등의 부품 교체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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