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의 창업마케팅 전략] 초우량 기업의 ‘2% 차이’
초우량 기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수십 년간 해당 산업에서 1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A사의 구성원을 만났다. 그의 말이다.
“저는 한곳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해 우리 회사 기업문화가 어떤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추진하는 신규 사업부를 맡아서 인재들을 스카우트해본 뒤에야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A사에선 그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그래서 당일 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의 퇴근이라는 걸 상상할 수가 없는데 동종 업계에서 스카우트해 온 인재들은 그런 지시를 한두 번만 내리면 모두 퇴사해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회사가 대단하게 잘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다른 회사와 2% 정도 다릅니다. 그것 때문에 항상 1등 자리를 지키죠. 그런데 소장님, 그거 아세요? 2%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98%의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그 2%의 차이가 그냥 2%가 아니라는 거죠. 그걸 만들기 위해서 저 같은 구성원이 얼마나 피땀 흘려야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 직원들보다 두 배 이상 더 업무 강도가 높은 거 같습니다.”
창업과 경영의 현장에도 늘 이런 긴장은 지속된다.
기업은 열심히 경영을 잘해서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는데 구성원들은 대충대충하고 편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둘 사이의 균형 유지가 중요한 또 다른 분야로 프랜차이즈 기업이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회계상으로는 분리된 독립채산제인데도 운명공동체처럼 운영되어야 하는 게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본질이다.
최근 삼각김밥 중심의 테마카페 외식 브랜드 ‘오니기리와 이규동’(www.gyudong.com)은 가맹점주들을 위한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매장의 청결도를 평가해 낮은 점수를 받은 매장을 가맹본부 슈퍼바이저들이 직접 찾아가 주방 청소를 해주는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가맹본부 직원 4명이 매장영업 종료 시간인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클리닝 서비스를 해준다. 주방의 후드와 닥트, 간택기의 기름기 및 녹 제거, 화구·주방벽면·바닥·선반·냉장고 등 청소, 튀김기름 교체와 살균 청소까지 도와준다.
가맹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채찍을 휘두르기보다는 오히려 당근(본부 지원)을 줌으로써 가맹본부 직원과 가맹점주에 운명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오니기리와 이규동이라는 회사를 다른 가맹본부와 ‘2% 다르게’ 만드는 요소지만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가벼운 식사가 인기를 끌면서 봉구스밥버거(www.봉구스밥버거.kr), 뚱스밥버거(www.bobburger.co.kr) 등 밥버거 메뉴나 고봉민김밥인(http://kobongmin.com), 바르다 김선생(www.teacherkim.co.kr) 등 프리미엄 김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니기리와 이규동도 삼각김밥을 프리미엄급 수제로 선보여 히트시킨 가벼운 외식 브랜드의 선두주자다. 가벼운 식사의 트렌드를 타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오래 지속하려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가맹점의 청결지원 서비스는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다.
닭강정 전문점에서 치킨델리로 변신한 ‘꿀닭’(www.kkuldak.co.kr)의 경우 매출이 부진한 매장에 마케팅 특공대를 파견한다. 마케팅 특공대는 본사에서 지원한 닭고기 30㎏으로 지역사회에서 시식회를 진행하는 이벤트를 지원한다. 시식회를 하고 나면 매출이 평균 30% 이상 오른다고 한다.
물론 하루 동안의 시식회로 상승한 매출이 오래가지는 않지만, 매출이 떨어진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지원을 계기로 다시 힘을 얻고 매장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일반적인 자영업 매장에서도 이런 긴장은 계속된다. 사장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를 바라는데 직원들은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가령 음식점에서 종업원들끼리 잡담을 많이 하면 고객 서비스에 소홀하게 된다. 언젠가 종합병원에 대장 내시경을 받으러 갔는데 긴장한 고객 옆에서 사적인 이야기로 웃고 떠드는 간호사들을 보면서 저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2%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 조직원에게 채찍을 휘둘러야 하는지, 사명감을 심어줘야 할지. 그 방법을 궁리하는 창업자와 사업자들에게 생텍쥐페리의 말이 도움이 될 듯하다.
“당신의 아이를 뱃사람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이에게 배를 만들어주지 말고 미치도록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