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변형SSM' 상품공급점 급증 골목상권 위협

2013-10-16     이진우 부국장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정부와 맺은 대·중소 상생협력 협약을 무시하고 변형 기업형 수퍼마켓(SSM)인 ‘상품공급점’을 크게 늘리며 골목상권 진출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공급점이란 대기업 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개인 중소 수퍼마켓. 이들 수퍼마켓은 간판에 상호와 함께 ‘OOO 상품공급점’이란 문구를 넣어 홍보해 마치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직영점·가맹점 같은 인상을 줘 영세 골목가게나 기존 도매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 전정희 의원이 15일 배포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중소기업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름으로 된 상품공급점 수를 2012년 99개, 올들어 9월까지 241개 등 2년새 모두 340개 늘렸다.

신세계의 공격적인 상품공급점 확장은 같은 기간 경쟁 대형유통업체와 비교에서 확연히 두드러졌다. 롯데슈퍼 43개, GS리테일 3개, 홈플러스 2개 등으로 신세계 에브리데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기간에 유통 대기업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드럭스토어의 신규 매장 수는 크게 줄었지만, 상품공급점만 지난해 100개에서 올들어 388개로 1년새 288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신세계의 신규 공급점(241개)이 전체의 83.6%를 차지했다.

국감자료와 중기청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010년 5월 중기청과 대·중소 상생협력 MOU를, 같은 날 중소기업유통센터, ㈜신세계 이마트부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과도 중소 소매유통 혁신사업 추진 상생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MOU 체결 이후에도 신세계는 계속 대형마트·SSM 확장을 통해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한편, 2011년부터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품공급점까지 대폭 늘리며 상생협약을 위반했다.

중기청은 16일 신세계의 위반으로 상생협력 MOU는 자연스레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신세계가 마치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이 정부와 합의한 상생협력 모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상품공급점을 기존의 체인조합, 수퍼마켓조합이 대기업 상품을 공급받아 매장규모 165㎡(50평) 이하의 중소 골목가게에 재공급하는 모델로 기대했으나, 신세계는 직접 상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사실상 기존의 SSM이었다고 중기청은 말했다.

이에 전정희 의원은 “신세계의 상품공급점 증가는 처음부터 상생 이행 의지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변종 SSM’ 상품공급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상품공급점이 대형마트, SSM과 다른 개인사업자 형태의 유통업이고, 대기업 간판 사용도 당사자간 사적계약이란 점을 들어 현행법상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기청은 “현재 상품공급점 실태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상품공급점이 주변 영세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과 영업 형태를 조사해 규제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나 국회 차원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