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슈] 시니어타운 내수경기 불황에 큰 타격, 도심형만 선방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이 꿈꾸는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26일 NH농협은행 NH은퇴연구소가 지난 4월 만 30세 이상 일반고객 5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7%가 노후 귀농·귀촌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무려 10명 중의 7명은 시골에서 노년을 보내겠다는 말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소망이야 흘러간 가요의 가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91%(국토교통부 통계, 2012년 기준)을 넘는 오늘날 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의 노년을 꿈꾸는 것일까?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나타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은 일시적인 트렌드이기보다는 발전의 방향이었고 당연한 인과였다. 2·3차 산업에 대한 국가적 주도와 함께 도심생활의 편리함이 번졌고 이내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주요 도시에 나라 전체의 50%가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도심생활의 편리함, 화려함 이면에서 사람들은 농촌과 시골에 대한 그리움을 키웠다. 인구과밀로 발생하는 오염과 교통문제, 치열한 경쟁의 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유로움과 자연의 혜택을 꿈꾸게 했다. 부동산 투기와 더불어 정점으로 치달은 도심지의 높은 부동산 가격 또한 은퇴자들의 발걸음을 도시 외곽이나 시골로 돌렸다.
자연스럽게 은퇴 이후의 주거지는 으레 도심지를 벗어난 시골과 농촌의 어딘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한 건설업계가 시니어타운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한편 전원주택이 들어설만한 도심지 외곽이나 시골 지역에는 은퇴자를 위한 주거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제대로 된 결실도 맺기 전에 동력을 잃고 말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더불어 극심한 부동산 침체와 경기 하강이 이어지면서 은퇴자들은 제대로 된 은퇴자금을 준비하기 직전에 다리가 묶였고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오르려던 시니어타운·레지던스 산업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이들 은퇴자 주거시설은 분양형·임대형 할 것 없이 큰 타격을 받았다.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만 한다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은퇴자 주거 시설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쉽게 변하지 않았다. 시니어타운을 조성해 개발이익과 경지활성화를 달성하겠다던 지자체들은 하나 둘 사업계획을 백지화하거나 포기했다.
도심형 시니어타운, 편의성 발판으로 자산가 공략 성공
시니어 주거 산업이 그렇게 진통을 겪는 동안 나름 생존에 성공한 곳도 있었다. 건국대학교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도심형 시니어타워인 '더 클래식 500'은 최근 총 380세대에 대한 입주 계약이 완료돼 입주회원 유치 100%를 달성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발표한 전국 실버타운의 개원 후 5년 입주율이 평균 57.4%이고, 초기 입주율이 높은 실버타운의 경우도 5년 입주율이 8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입주율 100% 달성은 확실히 괄목한 만한 수치이다. 더 클래식 500은 2009년 6월에 오픈한 도심형 시니어 주거시설로 보증금 8억원에 월 관리비 180~220만원 정도를 내도록 되어 있는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이다. 서울 요지 아파트의 전세가, 내지는 매매가에 해당하는 높은 보증금이나 만만치 않은 관리비에도 더 클래식 500이 선전한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자산이 풍족한 은퇴자들을 공략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더 클래식 500은 보증금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계약 만료나 사망 시에 이를 완벽하게 되받을 수 있는 임대형이기 때문에 자산관리에 민감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높은 초기 비용만큼 호텔식 주거공간과 입주자를 위한 스파, 골프연습장, 북카페, AC룸 등은 기본이다. 더 클래식 500은 건국대병원, 스타시티 쇼핑몰, 롯데백화점, 이마트, 영화관 등이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어 의료에서 쇼핑까지 큰 이동 없이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소비생활에 익숙한 자산가들에게 편의시설과의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니어들은 문화적인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커뮤니티 활동을 중요시 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1회씩 문화 예술 분야의 저명한 교수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하는 ‘문화 데이’ 뿐 아니라 ‘무비데이’, 댄스, 서예, 미술, 영어 강좌, 합창단, 골프, 바둑, 탁구 등 다양한 문화 동호회를 지원한다. 1년에 2회씩 입주민들을 위한 패밀리파티를 진행하며, 입주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한 점도 호응이 높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도심을 입지로 삼은 점이다. 오랜 기간 도시 생활을 하면서 문화생활이나 편의시설에 익숙한 은퇴자들은 낯설고 불편한 시골로 이동하기를 꺼린다. 최근 10여년간 실제 전원생활을 경험한 은퇴자들은 농촌 생활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을 실감했고 이를 지인이나 언론을 통해 접한 시니어들은 은퇴 후 주거에 대해 이전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자녀들과의 관계나 거리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자녀들과 멀리 떨어지거나 자주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도심지 시니어 주거 시설은 직장생활에 바쁜 자녀들과 좀더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도심형 뜨는 동안, 전원형 고전 면치 못해
도심지나 도심근교에 위치한 시니어타운·레지던스가 나름 선전하는 동안 과거 지자체가 주도하던 전원형 시니어타운들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전북 김제시가 대지 6만4238㎡에 건물연면적 5941㎡로 노인종합복지관, 노인전문요양원, 노인일거리마련센터, 실내게이트볼장, 야외공연장 등 노인복지시설 등을 함께 조성해 적극적으로 운영하던 ‘김제 노인복지타운’은 차차 수익성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결국 2008년 민간 위탁으로 운영주체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운영은커녕 계획 단계에서 어그러진 곳도 적지 않다. 2006년부터 실버타운 조성을 주요사업으로 내걸었던 논산시는 이후 사업진행에 난항을 겪으면서 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골머리를 앓다가 2010년 사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도심이나 도심근교에 위치한 시니어타운 및 레지던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증금, 분양가나 생활비에도 불구하고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면서 순항 중이다. 최근 입주율 100%를 달성한 더 클래식 500 외에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노블카운티나 경기 성남 분당의 더헤리티지 등은 지방에 있는 전원형 시니어타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증금과 생활비에도 불구하고 85% 이상의 높은 입주율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노블카운티가 평당 900만~1300만원, 더헤리티지가 평당 2200만~2500만원의 보증금이 설정돼 있어 최소 3억원에서 최대 16억원의 보증금과 1인당 100만원에서 220만원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다양한 편의성과 뛰어난 의료서비스 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은퇴자들의 도심형 시니어타운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의료서비스의 수준이나 접근성이다. 건강한 은퇴생활을 바라는 시니어들은 항상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의료관련시설, 서비스의 정도를 시니어타운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다. 더 클래식 500에서는 위기상황에 응급콜을 누르면 의료진이 즉각 출동, 반경 500m안에 있는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5분 내 이송이 가능하다. 실내에서 24시간 동안 인체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의료진이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더헤리티지는 단지 인근에 보바스 병원 외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이 가까이에 있어 뇌졸중, 치매 등 장기관리가 필요한 입주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는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클리닉센터가 내부에 있어 웬만한 진료는 시니어 타운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골든팰리스는 회원이 세란병원을 이용할 경우 1년에 1번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본인 의료비 30%와 직계가족 의료비 1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시니어타운, 의료·도심입지·관계성이 관건”
최근 시니어타운의 가장 중요한 서비스나 시설은 무엇인가.
시니어들은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에 관련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클래식 500은 직선 거리로 100m 남짓에 병원이 있고 건물 내부에도 가정의와 간호사들이 상주하는 전용 의료 시설이 있어 시니어들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 일례로 실내에 설치된 동작 감지 센서는 실내에서 만약의 사태로 입주자가 24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을 경우 의료진이 출동해 적절한 대처를 취할 수 있다. 시니어타운이라면 반드시 검증된 의료체계와 의료진부터 갖추고 있어야 한다. 노령층의 입주민에게 24시간 내내 보호해 주고 있다는 안정감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의료시설 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우선 생활지원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특히 여성에게 중요한 부분인데 오랜 가사 노동을 덜어주는 일이다. 주분들은 빨래나 청소, 식사에 관련한 노동이 많다. 더 클래식 500에선 일주일에 두 번 룸메이드들이 각 호실을 방문해 청소, 빨래 등을 담당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저염식으로 준비한 식사도 제공된다. 여가지원서비스도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은퇴 이후 시간적인 여유가 늘어난다. 남성은 직장에서 은퇴하고 갑자기 늘어난 여유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당황스러워한다. 여성도 가사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스러워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도심형 시니어타운 강세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주일간 직접 더 클래식 500에 머물면서 시설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이곳을 이용해보면 모든 시설을 종적인 동선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운동시설을 이용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건강을 점검할 수 있다. 반면 전원형 시니어타운은 풍요로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동 거리가 길어 무리가 될 수 있다. 시니어들의 체력을 고려한다면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훨씬 유리하다. 시니어들의 관계성 측면에서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시니어들은 은퇴 이후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기를 바란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은 주로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가 찾아오기 쉬운 입지로 시니어들의 관계성에 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시니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아직 우리나라는 은퇴자와 관련한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0년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어 2018년이면 고령사회, 2030년이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데 시니어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해결 방안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출생률은 줄고 있지만, 고령 인구는 늘고 있다. 앞으로는 시니어 주거, 소비품, 금융 상품 등 시니어 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2010년 시니어 비즈니스의 소비가 44조였는데 2020년에는 148조로 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기존 시설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의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7개 정도의 소규모 시니어 레지던스를 추가로 런칭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의 노인문제에 체계화를 위한 연구 활동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현재 ‘노인학’,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노인복지와 노령화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 ‘노인 전문 연구소’를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