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엑스포 / Retire
Money Expo / Retire
한국인 은퇴준비 현주소 / 피델리티자산운용-서울대 공동조사(위쪽에 조그맣게)
은퇴 후 소득 조사했더니
월10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올해로 직장 생활 10년차를 맞는 37세 김 과장. 내년이면 학부모가 되는 그에게 은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시작해 한 20년 정도 노후대비 명목으로 재테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주위에 물었다가 아직 젊은데 벌써부터 은퇴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말만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조급했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만 같다.
김 과장은 은퇴를 준비하는 한국인들의 현주소다. 하자니 방법을 잘 모르겠고 안 하자니 불안하다. 하나은행과 한국갤럽이 공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36~7세에 은퇴준비를 시작해 18~9년 동안 은퇴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전문가들은 “30대 중반 시작은 너무 늦다”고 입을 모은다.
피델리티 자산운용과 서울대 은퇴설계지원센터가 발표한 은퇴준비지수를 보면 한국인의 은퇴후 연간소득은 은퇴직전 연간소득의 41%에 불과해 미국(58%), 독일(56%), 영국(50%)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홍콩(43%)이나 대만(43%)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후 목표소득은 은퇴직전 소득의 62%인데 은퇴후 실제 소득은 그보다 21%나 낮은 것이다.
실제소득, 목표소득보다 21%나 적어
피델리티의 은퇴준비지수는 예상되는 은퇴 후 소득을 예상되는 은퇴 직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예상되는 은퇴소득에는 크게 세 가지, 공적연금과 퇴직금 및 연금, 개인연금과 저축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의 은퇴 후 목표소득대체율이 62%, 은퇴소득대체율이 41%라는 말은, 예를 들어 은퇴 직전 가계소득이 1억원이라고 했을 때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연간 6200만원의 소득을 희망하나 실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4100만원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희망하는 소득에 비해 무려 2100만원의 차이가 난다.
실제 평균치로 보면 국내 직장인 은퇴 직전에 받을 수 있는 소득은 연간 약 4067만원이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연간 소득은 현재 가치로 약 1670만원에 불과하다. 은퇴후 희망하는 소득이 2530만인 것에 비해 860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가 격차가 적고 오히려 50대가 격차가 가장 큼을 알 수 있다.(표2 참조) 50대의 경우 희망액은 가장 높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가장 적다. 이 조사를 진행한 피델리티 자산운용 측은 “50대의 경우 공적연금으로부터의 소득 비중이 다른 연령계층에 비해 높을 수 있겠지만 개인이 준비하는 연금과 저축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30대 연령의 경우 은퇴준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 연령대는 은퇴시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시간의 화폐가치로 인해 예측값의 절대적인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복리의 효과를 감안할 때 은퇴시기까지 자산축적의 기회는 크지만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재무설계가 필수다. 다시 말해 젊은 층의 경우 50대까지 현재의 준비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고 했을 때의 가정인 것이다. 결혼, 내집마련, 자녀 양육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들 세대의 은퇴준비가 50대까지 일정하게 유지되리라 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건강·사람과의 관계유지가 필수
한국은 이미 2000년 UN이 정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사회까지는 불과 26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입 속도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은퇴설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전기보 행복한은퇴연구소 소장은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위해 비재무적 준비의 필요성을 먼저 재기한다.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만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은퇴 후의 삶에서도 건전하고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조직에서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 재무적인 준비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그는 건강유지와 사람들과의 관계유지도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로 언급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은퇴 수입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그 요소는 은퇴수입은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속성, 물가상승률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성장성,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유동성 등이다.
이를 위해 전 소장은 공적연금의 경우 가입조건이 제한되고 제도운영이 불안하기 때문에 각자가 추가적인 연금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노지리 사토시 피델리티 은퇴연구소 소장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그는 “일본인의 절반 이상(56.8%)이 은퇴 이후 소득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국민연금에만 의존해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연금수단 마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소장은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짜기 전에 “은퇴기간이 생각보다 길 것이며,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 될 것임을 고려해야 된다. 또한, 의료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은퇴수입의 3요소
· 지속성 - 은퇴수입은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 성장성 - 은퇴수입은 물가상승률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 유동성 - 은퇴수입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박스인터뷰) 피델리티 자산운용 최기훈 마케팅 이사
“은퇴 심각성 20∼30대가 더 느껴야”
Q : 피델리티 자산운용과 서울대 은퇴설계지원센터가 조사한 은퇴준비지수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한국인의 은퇴준비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A :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은퇴 후 희망하는 소득과 실제 소득간에 약 21% 포인트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은퇴준비의 심각성을 깨닫고, 앞으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은퇴준비 정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은퇴소득대체율이 낮은 편이지만 목표소득대체율과의 차이는 대만, 홍콩, 일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목표소득대체율 자체가 낮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나라의 목표소득대체율은 62% 인데, 이것은 미국의 85%, 영국의 67%, 일본의 69%에 비해 낮다. 이것은 은퇴 직전 소득에 비해 바람직한 은퇴 이후의 소득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이 목표소득대체율과 은퇴소득대체율의 차이가 크지 않게 나타났다.
목표소득대체율은 미국의 경우 대학교 등에서 2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85%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의회 소속의 연금위원회에서 은퇴 직전 소득의 3분의 2, 즉 67%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이드라인으로 할 만한 목표소득대체율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은퇴 이후 희망하는 소득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Q : 연령대로 보면 50대로 갈수록 목표소득대체율과 은퇴소득대체율의 격차가 벌어진다. 은퇴에 보다 임박한 나이일수록 준비가 더 철저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다.
A : 연령대별로 차이가 나는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 소득의 3가지 구성 요소의 비중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다른가 볼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 소득은 크게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개인이 노후를 준비하는 저축, 3가지가 있다. 이 3가지를 연금의 3층 구조라고도 한다. 그런데 50대의 경우 이 3가지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개인의 저축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이 낮다. 다시 말해 지금의 50대는 은퇴에 대비해 개인적으로 저축해둔 돈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구입이나 자녀 양육 등에 많은 지출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Q : 은퇴준비가 비교적 잘 돼 있는 20~30대 젊은 층들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은퇴설계를 해야 하나.
A : 젊은 층의 경우 은퇴 준비의 심각성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은퇴라는 것은 인생의 가장 마지막에 생기는 이벤트이다. 공부, 결혼, 주택 마련, 자녀 양육,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은퇴준비의 우선 순위를 자꾸 미루기 쉽다. 20대나 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은퇴준비 정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이 연령대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아직은 은퇴까지 시간은 20년 혹은 30년 남았기 때문에, 그 동안 적절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현재의 젊은 층들이 일찍 은퇴준비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지금의 50대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Q :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를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물론 은퇴 이후에도 자산의 관리와 투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에는 안전자산으로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직전까지 축적한 자산만으로 은퇴 이후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60세에 은퇴하더라고 75세까지는 자산의 일부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해 자산을 늘려 나갈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다.
(따로 1p)
나의 은퇴 첫해 현명하게 보내기
“최악의 건강시나리오 만들어보세요”
① 은퇴의 비전을 만들고 매년을 정확히 재설계하기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세계여행을 꿈꾸고 더 많은 레저를 희망하며 은퇴계획에 이들을 포함시킨다. 이러한 불충분한 계획들 때문에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은퇴 첫 해에 주간 60시간을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은퇴 전 기간에 걸친 충분한 계획 하에 가용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수지의사 결정만이 이런 우를 범하지 않고 자신의 은퇴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은퇴 출발 시점에 세웠던 목표가 매년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당초의 목표와 일치하고 있는지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퇴 초기 3개월이나 6개월 동안은 은퇴 전의 지출 패턴이 유지된다. 수입은 큰 변화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은퇴가 시작되면서 겪게 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첫 해에 테이크 아웃 커피나 늦은 저녁시간에 간식거리를 시키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일하는 기간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습관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 상태를 쉽게 관찰 할 수 있다. 소비에서 저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② 가장 나쁜 상태의 건강 시나리오 작성해보기
너무 자주, 그리고 크게 발생되는 지출이 말년의 장기건강관리 비용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양로원이나 전문 요양원에서 질병과 싸우면서 비싼 치료비를 내며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건강보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금액이 자신의 건강관리 비용으로 들어갈 수 있고 가지고 있는 재산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도 있다. 대부분은 건강이 안 좋으면 보통보다는 더 나은 조건에서 치료를 받고자 하는 기본심리가 있다. 건강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것이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상태에서의 지출은 낭비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회복불능상태에서도 엄청난 병원비를 지불하며 생을 연장하고 있다. 사고나 기타의 의식 불명을 제외하고 노환으로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신의 마지막 길을 위한 지나친 낭비는 제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③ 매년의 적정한 예산세우기
은퇴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 규칙들이 있다. 은퇴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둥지 안의 알 중에서 매년 4%이상씩을 지출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가하면 은퇴자들은 은퇴 전 생활비의 70~80%의 생활비면 충분하다는 규칙도 있다.
그런데 은퇴기간 중 실제 지출 상황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통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자신의 은퇴 후를 설계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최근 다양한 컴퓨터 시스템들이 각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해결안을 만들고 우리들이 계획했던 시나리오대로 매년의 지출이 어떻게 일어날지를 계획하게 해준다.
④ 삶에 기초한 은퇴 투자전략으로 전환하기
대부분의 은퇴자산들이 은퇴연령에 근거하거나 이용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펀드에 투자하는 잘못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노인들이나 저지르는 바보 같은 투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젊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우를 범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좋은 투자자는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더 각자의 니즈에 맞는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은퇴자산준비방법을 자산의 규모와 연령대별로 투자모델을 만들고 이에 따른 투자를 조언하지만 각자의 은퇴시기와 라이프스타일이 다른데 어떻게 연령대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혹은 자산의 규모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로 같은 방식의 투자를 하여야 하는지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없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은퇴자산투자는 각자가 희망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적절한 자금계획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의 위험을 감수하는 선에서의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전략이 될 것이다.
- 전기보 행복한은퇴연구소 소장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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