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 = 하나은행.
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 =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1분기 순익 기준 국내 금융그룹 은행 계열사 11곳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1분기 순익 규모는 9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5%나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 기준 국내 은행 가운데 순익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냈다.

올해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취임후 첫 경영성적표에서 리딩뱅크 수성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전략통, 기획통, 서울대 출신 엘리트뱅커 등의 수식어가 그간 그의 이름 앞에 늘 붙었지만, 이 행장은 금융 환경이 불안정해진 가운데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외환은행 출신 첫 통합 하나은행장으로서 조직 융합을 마무리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녹록치 않은 금융 환경 속에 그의 진가가 더욱 돋보일 것이라는 은행 안팎의 기대감도 크다. 

통합 후 첫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 

1963년생인 이 행장은 대구·경북 지역 명문으로 손꼽히는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1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원으로서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외환은행에선 재무기획부, IR팀, 전략기획부, 경영기획부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하나금융지주에선 그룹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하나은행 경영기획지원그룹 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3월엔 하나생명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올해 1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후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다.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공감(共感)과, 마음을 울리는 공명(共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공진(共進)을 실천해 나가겠다"

올해 1월 취임하며 이 행장은 자신의 좌우명인 '이청득심'을 소개하며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고 자신과 부서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발전을 중요시하는 믿음과 신뢰의 문화가 구축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출신·성별·학력을 불문하고 성과를 내는 인재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우대하는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인정받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익·건전성' 둘 다 잡은 1분기 성적

하나은행의 1분기 실적에서 주목받는 점은 지난해보다 크게 성장한 순익 뿐 아니라 내실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우선, 이자이익보다 비이자이익 증가율이 더 높았다.

1분기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8.3% 늘어났지만, 비이자이익은 3137억원으로 증가율은 112.5%에 달했다. 비이자이익은 실적을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용 관리면에서도 경쟁 은행 대비 두드러진 효율화를 이뤄냈다.

1분기 하나은행의 일반관리비는 85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236억원)보다 6.9%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국민·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각각 8.0%, 0.9%, 6.9%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높은 효율성이 눈에 띈다.

건전성 지표 역시 한층 개선됐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 0.21%로, 전년도 1분기(0.24%)에 비해 0.03%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총여신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된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부실자산이 줄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하나은행의 1분기 리딩뱅크 수성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강조하고 각 계열사에 업계 최고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하나은행의 '1등 성적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증권과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 등 6곳 계열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90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2975억 원)보다 35.8%나 감소한 규모다.

앞서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그룹 내 14곳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는 대신 더 늦기 전에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는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방안을 마련하라는 강한 주문으로 해석됐다.

비은행 계열사들이 업계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하나은행이 그룹내 버팀목 역할을 해야할 필요성도 커졌다. 1분기 순익면에서 하나은행의 그룹 기여도는 88.1%에 달했다. 

함영주-이승열 돋보이는 케미 '주목'

은행권은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에 함 회장과 이 행장이 과거 보여준 환상의 케미가 또한번 돋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함 회장은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초대 행장에 취임한 이듬해 이 행장을 CFO 격인 경영기획그룹장 본부장에 임명했다. 이 때만해도 이 행장에게 재무 실권을 쥐는 CFO 자리를 맡긴 건 외환은행을 배려한 성격의 인사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재무적 수치상으로만 봐도 함 회장과 이 행장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함 회장이 영업을 진두지휘해 2015년 9970억원이었던 연간 순이익을 2018년 2조93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같은 기간 이 행장은 재무 총괄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14.7%에서 16.3%까지 개선했다. 함 회장은 이 행장을 본부장, 상무, 전무로 3년 연속 승진시키면서 성과를 인정했다.

이 은행장은 은행의 체질을 강화하고 선도 금융회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취임과 함께 밝힌 '6대 경영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은행 본업 경쟁력 강화, 비이자 중심 강점 시너지, 오프라인 영업 경쟁력 강화, 영업·본점 디지털화, 아시아 지역 No.1 글로벌 하나은행, 모두가 신뢰하는 브랜드 하나은행 등이다.  

취임 당시 이 행장은 "리더는 어려운 일일수록 솔선수범해야 하며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은 오직 하나은행이어야 한다"면서 "조직 안에 경청과 솔직한 소통, 조직을 위한 단단한 신뢰를 구축해 '위기에 더 강한 은행', '건강한 하나은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