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콘 재팬 2023(KCON JAPAN 2023) 컨벤션을 가득 채운 방문객들.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재팬 2023(KCON JAPAN 2023) 컨벤션을 가득 채운 방문객들.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재팬(KCON JAPAN)이 약 4년 만에 완전체 모습으로 돌아왔다. K팝(K-POP)을 향한 일본 한류 팬들의 뜨거운 열망이 일본 ‘마쿠하리 멧세’로 모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충분히 발산되지 못했던 일본 내 한류 열기가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완전체 부활, KCON JAPAN

콘텐츠 기업 CJ ENM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의 일본판 이벤트 ‘케이콘 재팬’은 매년 상반기 일본 최대 규모의 전시장인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돼 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져 한동안 케이콘 재팬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엔데믹의 문이 서서히 열린 2022년, 케이콘 재팬은 지난해 10월 코로나 확산 이후 최초로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그러나 마쿠하리 멧세보다 규모가 작은 공간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드러난 여러 한계는 이전의 케이콘을 기억하는 방문객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2023년 케이콘 재팬이 ‘본고장’인 마쿠하리 멧세로 돌아왔다.

궂은 날씨도 케이콘을 향하는 현지 한류 팬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케이콘 재팬 2023’ 2일차인 14일 오전, 일본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며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의 한류 팬들에게 궂은 날씨는 K컬처를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케이콘 방문객들은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에 줄을 서며 행사장 입장 차례를 느긋하게 기다렸다. 오후에 접어들어 비가 잦아들자 케이콘 방문객들이 더욱 증가했다.

케이콘 재팬 2023에 마련된 국내 지역도시 홍보관 K타운.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재팬 2023에 마련된 국내 지역도시 홍보관 K타운. 사진=박정훈 기자

‘K컬처 랜드마크’ 지향

케이콘 재팬 2023은 K팝 이벤트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K컬처의 랜드마크’ 행사를 표방했다. 야간에 열리는 K팝 공연 무대 이전까지 진행되는 컨벤션 프로그램의 구성을 다변화해 더욱 폭넓은 한류 문화 체험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컨벤션 공간은 케이팝부터, K푸드, K스토리 등 수많은 참여형 콘텐츠들로 가득 채워졌다.

단순한 전시 부스 형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케이콘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 연계 콘텐츠들이 이전의 케이콘 대비 대폭 증가했다. 컨벤션 내에 마련된 특별 전시관 ‘K타운’에는 인천, 목포, 경주, 안동 등 한국 주요 지방도시 지자체 부스를 마련했다.

각 부스에서는 도시별 특징과 관광 포인트를 방문객들에게 소개했다. 전시관의 굿즈로 배포된 ‘패스포트’를 받은 방문객들이 한국의 주요 지방 도시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진 이곳에는 한국 지방도시 여행에 관심이 많은 일본 방문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서울, 부산, 제주도 등 일본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도시 외의 다른 지역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굿즈들을 제공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K타운에서 기념사잔을 촬영하고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 사진=박정훈 기자
K타운에서 기념사잔을 촬영하고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 사진=박정훈 기자

도쿄 아라카와 구에서 두 자녀를 데리고 이번 케이콘을 방문한 아오키 사야카(31)씨는 “아이들이 K팝 그룹과 한국 문화를 좋아해 지난해 아리아케 아레나 케이콘에 이어 올해 케이콘에도 방문했다”라면서 “서울 외에 한국의 다른 도시 여행에도 관심이 있었고, K타운 전시관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별 전시관 ‘K컬렉션’에서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부스가 마련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소개됐다. 일본 내 한류 팬들에게 특히 선호도가 높은 패션, 뷰티, K푸드 브랜드들이 소개된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한국 MZ세대들의 인기 트렌드를 한껏 체험했다.

이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인기 간식 떡볶이의 글로벌화에 성공한 식품기업 영풍의 ‘요뽀끼’ 부스는 젊은 방문객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영풍 관계자는 “케이콘에서는 행사를 위해 준비한 제품의 수량이 항상 부족하다”면서 “뉴스에서만 봤던 일본 내 한류의 열기를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드라마 '여신강림'으로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뷰티 브랜드 '올마이띵즈' 부스에 방문한 여성 방문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런가 하면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여신강림>의 인기로 많은 주목을 받은 브랜드도 있었다. 뷰티 브랜드 ‘올마이띵즈’의 화장품·고데기 등 아이템들은 드라마의 주인공 임주경(문가영)이 극중에서 사용한 제품으로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케이콘의 올마이띵즈 부스에는 수많은 일본 여성 방문객들이 몰렸다.

여전한 핫 트렌드, K푸드

케이콘의 K푸드 부스는 ‘늘 그래왔듯’ 올해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에서는 떡볶이·김밥 등 인기 로컬 푸드들과 더불어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다양한 디저트 메뉴들이 판매됐다.

케이콘 재팬 2023에 마련된 K푸드 부스.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재팬 2023에 마련된 K푸드 부스. 사진=박정훈 기자

특히 올해 K푸드 부스에는 포장마차 콘셉트의 테이블들이 마련돼 한국 길거리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고 ‘한국스러움’의 체험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일본의 많은 방문객들에게 큰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한편 올해에도 CJ의 K푸드 브랜드 ‘비비고’ 인기는 여전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로 일본 내의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배우 박서준을 메인 모델로 앞세운 비비고의 부스 앞에서는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아울러 ‘만두’로 대표되는 비비고 제품의 맛을 체험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끊임없는 발길로 비비고는 글로벌 브랜드로써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K팝 팬덤들의 ‘맛집’

케이콘은 K팝 아티스트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이벤트의 ‘맛집’으로 유명하다. 이번 케이콘에서도 아티스트들이 팬들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다양한 스테이지 이벤트들이 마련됐다. 케이콘 무대, 케이커넥팅 무대에서는 여러 K팝 아티스트들과 진행자들, 팬들이 함께하는 미니 토크쇼가 열렸다.

K팝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토크쇼 케이커넥팅 무대. 사진=박정훈 기자
K팝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토크쇼 케이커넥팅 무대.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무대 진행자로는 前 아이즈원 멤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야부키 나코(矢吹奈子)가, K커넥팅 무대 진행자로는 <프로듀스48>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후 한국에 많은 팬덤이 생긴 전 NMB48 멤버 무라세 사에(村瀬紗英)가 나섰다.

한국어가 능숙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두 진행자들은 특유의 예능 감각으로 게스트 아티스트들과 팬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도우며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케이콘의 메인이벤트인 K팝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여러 아티스트들은 컨벤션의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해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소통했다.

케이콘 재팬 2023 옥외광고판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일본 방문객들. 사진=박정훈 기자
케이콘 재팬 2023 옥외광고판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일본 방문객들. 사진=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