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척은 미소냉전을 거치며 국가 간 체제 경쟁의 도구로 소모된 바 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스페이스X 및 블루 오리진 등 우주기업들이 등장하며 민간 중심의 새로운 판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뉴 스페이스(Space) 시대다. 

더 많은 인류의 시선이, 더 다양해진 순수한 열정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클라우드 업계의 관심도 넓어지고 깊어지는 중이다. AWS 서밋 서울 2023에 참여한 이포원 SIA(에스아이에이) 사업개발 실장을 3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포원 SIA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WS
이포원 SIA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WS

지구를 관찰하는 호기심 많은 모험가들
SIA는 국내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자회사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 AI 전문가들이 포진된 탄탄한 스타트업이며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AI로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포원 실장은 "기본적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발생되는 여러 데이터들을 통해 인류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AI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구를 관찰해 얻은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순간,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운 비즈니스 기회가 탄생할 수 있다. 국방, 도시계획, 인구흐름, 자연생태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수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하는 영역 중 하나는 재난재해다. 이 실장은 "재난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지만, 수습은 완벽하게 해낼 여지가 있다"면서 "SIA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재난재해 현장에 빠른 구조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신속한 보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재해가 벌어진 지역을 시간대별로 관찰한 데이터도 제공한다. 이 실장은 "특정 지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하기 전 확보한 데이터와, 재난재해가 발생한 후 확보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이를 통해 재난의 규모와 여러가지 변화를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일종의 비교분석을 통해 재난재해 수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도 집중하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데이터 및 인사이트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포원 실장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심각한 가운데 많은 국가에서 온실가스 현황을 정확히 층정하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지상에서는 협조한 지역만 측정할 수 있고 위성으로 대기를 관찰해도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IA는 그 어려움을 기술력으로 뛰어넘는 중이다. 그는 "SIA는 위성과 AI 솔루션을 더해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현황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서 "위성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 우리의 솔루션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IA의 AI 데이터 분석 솔루션. 사진=SIA
SIA의 AI 데이터 분석 솔루션. 사진=SIA

AWS와 만난 이유
SIA는 AWS라는 구름에 올라 우주로 향하고 있다. AWS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실장은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AWS Ground Station)에 주목했다.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은 고객이 자체적인 지상국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관리할 필요 없이 AWS에서 인공위성 통신 통제, 위성 데이터 처리, 인공위성 운용 확대를 수행하고, 서비스를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완전관리형 서비스다.

지난해 7월 AWS에서 항공우주·위성사업을 이끄는 클린트 크로저 총괄은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우주산업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에게 AWS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매끄러운 시장 진입을 돕는다"면서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은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난디니 라마니 AWS 모니터링 담당 부사장도 3일 서밋 현장에서 광범위한 앱 서비스를 매끄럽게 제공하는 AWS의 강점을 설명하며 그 사례로 그라운드 스테이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 자체가 워낙 뛰어나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기업들은 최근에야 우주에 관심을 두고 있으나 AWS는 비교적 이른 시기 여러 위성 업체들과 협력해 시장을 선점, 인프라 성능 자체가 우수한데다 특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지원한다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라 말했다.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이 시장 상황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불과 2년 전만해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데이터를 요청하면 2주가 지나야 DVD 형태로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한공우주연구원 데이터 발송 자체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편해졌다"면서 "데이터 전송이 빠르고 편리한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과 같은 솔루션이 활동하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다른 기관 및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 사진=AWS
AWS 그라운드 스테이션. 사진=AWS

우주산업이 열리며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가 '당연한 일'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실장은 국방 분야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가정할 때, 예전에는 액화질소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준비량이 많아 위성들이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가 은밀하고 빠르게 이뤄지면서 위성들이 좀처럼 발사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큰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지금은 위성이 미사일 발사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큰 숙제"라며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AI 솔루션에 바탕을 둔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SIA의 강점 중 하나인 AI 기술력에도 클라우드가 큰 도움을 준다. 그는 "SIA는 미 국방성 산하 디펜스 이노베이션 유닛에서 치뤄진 AI 관련 챌린지에서 세계 5등을 기록했고,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된 기상예측 모델 경쟁 3개 챕터 중 2개 챕터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면서 "AI 기술력을 키우려면 클라우드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AWS와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로 AWS 마켓 플레이스를 꼽기도 했다. 

AWS 마켓 플레이스는 쉽게 말해 AWS가 세운 거대한 솔루션 장터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가진 AWS를 통해 자사의 솔루션을 방대한 지역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우리같은 스타트업은 영업 파이프 라인이 탄탄하지 못하다"면서 "AWS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AWS 영업인들이 우리의 솔루션을 전 세계에 열정적으로 판매하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포원 SIA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WS
이포원 SIA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WS

뉴 스페이스 경쟁..."한국, 더 달려야"
우주산업, 뉴 스페이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 실장은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불과 10년 전만해도 AWS와 클라우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지금은 방대한 에코 시스템이 탄생할 정도다. 뉴 스페이스 시장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시장에서 SIA를 보면서 '아, 이런 데이터도 존재하네'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와 우리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고 말했다.

한국 위성 비즈니스 활성화에 대한 메시지도 나왔다. 특히 규제.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위성산업은 규제산업일 수 밖에 없지만, 일부 활로를 열어줄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일부 검열과 규제가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데이터의 경우 어느정도 작업이 끝난, 문제가 없는 데이터의 경우 많은 스타트업이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셋을 적극적으로 열어주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나친 외산 플랫폼 밀어내기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 실장은 "정부가 공공 영역에서는 AWS와 같은 외산 기업을 약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체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 광범위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실장은 "한국에서 우리는 1등이지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쟁자가 있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에서도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경쟁자들이 많이 나와 함께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