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주춤하던 노동개혁에 다시금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윤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노동·교육·연금·정부개혁이라는 4대 개혁과제를 제시한 뒤, 이 중 노동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정부의 노동개혁 4대 원칙은 유연성(노동제도의 유연한 변화), 공정성(노사의 공정한 협상력), 안전(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전한 노동), 법적 안정성(노사 법치주의)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노동개혁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노동개혁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윤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올려 처리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집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추진됐던 노동개혁은 실업률 하락과 고용률 상승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정부가 노동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 결실은 국민과 국가가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노동개혁을 어떻게 성공시켰나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이후 노동시장 개혁이 꾸준히 시도됐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6년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을 이뤄내면서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그 덕에 2016년부터 프랑스의 실업률은 매년 낮아졌고, 고용률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프랑스 노동개혁의 성과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한경연은 이 보고서에서 “마크롱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노동개혁을 시작해 프랑스 노동시장의 체질개선과 경제활력을 도모했다”며 “프랑스의 노동개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의 노동개혁과 성과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향후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해 기업의 고용 유인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6년 시행한 노동법 개정으로 경제적 이유로 인한 해고 요건을 단순화하고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소기업의 수익성이 3개월 이상 나빠지면 1년 해고가 가능하고,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1년 동안 수익이 감소하면 경제적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다. 특히 2017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이 취임하면서 노동시장 규제완화가 두드러졌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산별 단위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노사협정과 종업원 투표제도 대상을 확대했다. 다음으로 직원 50인 이상 기업에게 의무화됐던 3가지 형태의 노동자 대표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어 부당해고에 따른 배상금을 기존 무제한에서 최대 20개월치 급여로 상한선을 설정했고, 제소가능 기간을 24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해 노동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진성 박사는 “노동개혁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시장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노동개혁 이전에는 실업률이 10%대였는데, 2017년 9%대, 2019년 8%대, 2022년에 7%대로 꾸준하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각 나라에서 실업률이 올라간 2020년에도 실업률이 떨어졌다. OECD 평균 실업률이 2019년 5.4%에서 2020년 7.2%로 높아졌으나 프랑스는 2019년 8.4%에서 2020년 8.0%로 낮아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고용률 변화에서도 프랑스는 2015년에 64%대를 기록하며 정체하고 있었으나 2018년에 66.2%로 크게 상승한 뒤, 2021년 67.3%, 2022년 68.1%로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OECD 평균 고용률이 2019년 68.8%에서 2020년 66.0%로 크게 떨어졌으나 프랑스 고용률은 66.4%에서 66.1%로 0.3% 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보고서는 노동개혁으로 프랑스의  노동시장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실업률과 고용률 같은 주요 지표가 아직까지는 OECD 평균보다 못하다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실업률은 7.3%인데, OECD 평균은 5.0%다. 고용률도 프랑스는 68.1%인데, OECD평균은 69.4%다.

14년 동안 뚜렷한 노동시장 지표 변화 보인 독일

2003년부터 노동개혁을 추진해 2019년까지 프랑스보다 더 뚜렷한 노동시장 지표 변화를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전경련이 2021년 10월에 발표한 ‘주요국 노동개혁 성공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슈뢰더 정부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메르켈 정부가 2006년부터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슈뢰더 정부는 크게 해고규제 완화,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임금유연성 강화를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확대해 해고규제를 완화했다.  또 2년 이라는 파견기간을 폐지하고 최초 6개월 내에는 파견계약 임의해지를 허용했다. 아울러 창업기간에 기간제 사용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파견‧기간제 규제를 완화했으며, 개별사업장 산별협약보다 낮은 임금을 허용하는 등 임금유연성을 강화했다.

메르켈 정부에서는 해고보호 면제 수습기간을 6개월에서 24개월로 확대하고,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을 10인 이하에서 20인 이하로 확대했다. 또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바쁠 때는 일을 많이 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고용보험료율을 6.5%에서 3.3%로 낮춰 노동비용을 경감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실업률을 2005년 11.3%에서 2019년 3.2%로 14년 동안 매년 낮추며 8.1%포인트나 대폭 떨어뜨렸다. 한국의 경우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4% 미만의 실업률로 독일보다 평균 실업률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2019년에는 노동개혁에 성공한 독일이 한국보다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독일의 노동개혁 성공은 고용률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64.6%에서 2019년 76.7%로 12.1%포인트나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의 고용률은 64.0%에서 65.5%로 1.5%포인트,  한국은 63.0%에서 66.8%로 3.8%포인트 각각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노동시장 개혁사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독일이 노동개혁으로 고용 창출력을 개선하고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완화했으며, 위기에도 고용 안정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아일랜드및 스페인과 비교 분석하면서 독일 노동개혁의 성공 비결을 크게 4가지로 꼽았다. 독일은 우선 전문가를 중심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개혁 내용을 선거로 공약화해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다음으로 노사 양측의 고용유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존의 노사합의 전통과 단축근로제도 등을 활용해 위기시 고용충격을 완화했다. 이어 노동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일으키는 포괄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고용 유지 정책이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로 하는 고숙련직 확보와 잘 맞아떨어졌다.

2002년 2월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를 이끌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폭스바겐 노무담당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가 주도하는 논의기구 ‘노동시장의 현대적 서비스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슈뢰더 총리는 이 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담은 ‘어젠다201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내놨고, 여기서 노동개혁 관련 내용을 ‘하르츠 1~4법안’으로 구체화해 통과시켰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독일의 사례를 들어 노동개혁을 추진할 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강력한 추진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과 노동계, 정부가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개혁안을 실행하고,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자리 미스매치 완화와 같은 단기 과제 뿐만 아니라 고령화 같은 장기 과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며, 산업구조와 기술구조 변화에 대응해 인력이 뒷받침될 수 있는 정책대안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제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2002년 2월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적은 전문가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개혁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그해 9월 총선에서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민감한 사안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기업 자체의 노동력 활용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코로나19에 노동시장 지표 개선된 나라는 프랑스 뿐

그런데 국제고용노동통계 ‘실업률(15~64세) 국제비교(OECD)’에서 주요국 노동시장 지표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실업률은 낮아지고, 고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만을 보면 프랑스가 노동개혁을 잘해서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른 이유에서 실업률 하락과 고용률 증가 추세가 있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유진성 박사는 “프랑스의 실업률은 10% 이상으로 높은 상태로 정체하다가 노동개혁 이후에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오르고 고용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노동시장 지표가 나빠졌는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았다. 기존 추세가 계속 이어졌다. 이는 노동개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 프랑스의 실업률과 고용률 변화 데이터가 다른 나라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는데, 이 같은 차이가 프랑스의 노동개혁 성공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강행에 항의하는 9차 시위가 열린 3월 23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강행에 항의하는 9차 시위가 열린 3월 23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노동연구원의 신선호 박사는 “프랑스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020년 코로나19 영향에 상관없이 OECD 평균 또는 독일과 비교했을 때 실업률이 더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2020년을 포함하면 0.4%포인트, 2020년을 제외하면 0.5%포인트가 해마다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과 비교해 각각 3.3배, 2.1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박사는 “독일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2020년 코로나19 영향에 상관없이 OECD 평균과 비교해 실업률이 더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2020년을 포함하면 0.4%포인트, 2020년을 제외하면 0.5%포인트가 해마다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과 비교해 각각 5.1배, 4.6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실업률 변화가 의미 있는 수준에서 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 박사는 “프랑스는 워낙 실업률이 높은 상태였고, 실업률이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반면 독일은 2005년에 실업률이 높은 상태였으나 장기간 꾸준히 낮아지면서 자연적인 실업률에 가까워진 상태에서도 하락 추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자연적인 실업률은 4~5% 정도로 잡는다.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신 박사는 “독일과 프랑스의 변화가 순전히 노동개혁의 영향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개혁의 성과를 실업률 변화로 측정한다면 분명히 의미 있는 성과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단적인 예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단순 노무, 파견직, 파트타이머가 늘어 실질임금은 노동개혁 이후 오히려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업률과 고용률 같은 일부 지표로 노동개혁 성공을 판단할 경우 섣부를 수 있으며, 면밀하고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