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을 눈앞에 둔 제갈공명은 조조군을 화공으로 공격하기 위해 제단을 쌓고 하늘에 기도를 올려 동남풍을 불러왔다. 그는 과연 하늘을 움직인 것일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예단할 수 없지만 후세의 연구가들은 제갈공명이 중국 남부 특유의 지형에 착안, 바람의 흐름을 미리 예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바람의 흐름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풍력 발전량을 예측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고도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경험과 제단에 의지한 제갈공명과 달리 ICT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선택한 이들은 과연 장강을 가득 메운 조조의 백만대군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정재훈 GS E&R DX(실장) 상무, 김학민 GS에너지 상무를 2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정재훈 GS E&R DX(실장) 상무, 김학민 GS에너지 상무. 사진=AWS
왼쪽부터 정재훈 GS E&R DX(실장) 상무, 김학민 GS에너지 상무. 사진=AWS

풍력 발전량 예측 "일반적인 기정보만으로는 불가"
GS E&R은 국내를 대표하는 민자 발전사며 전력 생산을 핵심으로 삼는 곳이다. 그리고 GS에너지는 미래 신성장 사업기반의 토탈 에너지 솔루션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이들은 에너지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신재생 에너지 전략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GS 풍력 발전은 약 126MW급 풍력발전단지 및 74MWh급 풍력 연계 ESS를 운영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풍력 발전량 예측에 주목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재훈 GS E&R DX 상무는 전기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전기는 물건처럼 창고에 쌓아둘 수 없으며, 적시적소에서 알맞게 생산되어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서 "풍력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는 그 양을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특히 한국의 자연환경은 공급이 불완정하기 때문에 더욱 발전량 예측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학민 GS에너지 상무는 "풍력 발전량을 예상하려면, 기상청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일반적인 기후 데이터만을 참고해서는 유의미한 풍력 발전량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 “풍력 발전량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더 광범위하고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기상청에서 전문적인 용도로 제공하는 예보자료를 활용하여, 풍력발전단지 특성에 맞도록 재생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쉬운 일조량과 관련된 태양광 발전량을 측정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만 26곳이 존재한다"면서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풍력 발전량 예측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이제 막 1년여 정도가 됐을 뿐이다. 정 상무는 "예전에는 풍력 발전량 예측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서 "기상청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상무. 사진=AWS
정재훈 상무. 사진=AWS

AWS가 덧대어지며 생기는 변화는?
풍력 발전량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태에서 정재훈 상무와 김학민 상무는 ICT 기술로 활로를 찾았다.

김 상무는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풍력 발전소가 구축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데이터와 기계 및 전기의 특성을 고려한 AI 예측 솔루션을 개발했다"면서 "기상학에 의거한 데이터와 풍력 발전소 터빈의 기계적 특성, 전기적 특성을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AI 예측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그 솔루션에 AWS의 클라우드가 도입되며 '넥스트 레벨'이 만들어졌다.

김 상무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서버리스(serverless)'로 가자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AWS 클라우드와 협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비용 절감 효과도 컸다. 그는 "업무를 할 때 클라우드를 쓸 때만 비용을 내는 구조라 당연히 비용 절감적 측면에서 유리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 예측 솔루션을 만들며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는' 작업환경도 중요했다.

김 상무는 "AWS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솔루션의 오류와 잘못된 방향을 빠르게 고쳐나갈 수 있었다"면서 "필요한 옵션과 기능을 가져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걸맞는 솔루션을 기민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AWS가 솔루션을 이른바 '턴키 방식'이 아닌, '옵션형'으로 구축해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AWS와의 협업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풍력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만들 때 무려 5개의 회사가 모였다"면서 "자칫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다행히 모두가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를 나누며 민주적인 방식으로 함께 달려갈 수 있었다"면서 "AWS라는 클라우드 위에서 자유롭고 빠르게 작업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5개 회사 직원들이 모여 일하면서 마치 대학원 시절 즐겁게 프로젝트 과제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면서 "AWS 클라우드 기반의 애자일 작업환경이 주는 강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AWS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AWS와 협력하며 단순히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면서 "특히 AWS가 개발 초기부터 함께하며 협업을 했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이를 두고 "공동작업"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학민 상무. 사진=AWS
김학민 상무. 사진=AWS

디지털 전환 확장...클라우드로 간다
GS의 풍력 발전량 예측 솔루션은 초반부터 서버리스를 염두에 둘 정도였던 강력한 ICT 본능과 내부 조직의 시너지, 여기에 파트너십으로 무장한 AWS 클라우드 전략이 어우러져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정 상무는 "2030년 풍력 발전 시장은 현재의 10배가 될 것"이라며 "풍력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예측에 이어 2단계로는 ESS 활용, 3단계 전력의 실시간 제어로 나아가며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 전략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시대 개막을 앞당긴다는 각오다. 정 상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교란이 벌어지며 에너지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일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의 효용성을 폄하하기도 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풍력 발전량 예측과 같은 시도들이 친환경 에너지 시대의 탄탄한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 너머에는 전체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이 있다.

김 상무는 "GS그룹 전체로 보면 회사는 2019년 디지털 전환을 시작으로 디지털 역량강화, 미래,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이노베이션 등 강력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술이 아닌 사람에 방점을 찍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수 많은 인재들을 양성해 함께 나아간다는 로드맵을 빈틈없이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작업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그림에서 시작된다"면서 "AWS 클라우드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