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등판하며 생성형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기업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으나 AI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는 AI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근원적인 파괴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AI가 기존 산업과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지금이라도 입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석 파트너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으며 2011년 BCG에 합류했다. 20여년간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2018년부터 서울 오피스 디지털 분과를 이끌고 있으며 BCG 글로벌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Gamma의 핵심 일원이다. 

AI 시대의 조언자, 장진석 파트너를 지난달 27일 서울 BCG 사무실서 만났다.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모두 유행에 불과...AI는 본원적 파괴력 가져"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며 글로벌 빅테크 시장은 사실상 'AI 토네이도'에 휘말리고 있다. 구글과 메타를 비롯해 많은 빅테크들 모두 AI 속도전에 사활을 걸었다.

장진석 파트너는 최근 AI 트렌드가 대세로 부각되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 파트너는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NFT 및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기술들은 모두 일정 주기를 보여주며 등락을 거듭한다"면서 "다만 최근 30년, 40년을 돌아보면 영속적이고 근본적으로 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AI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AI를 제외하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유행이라는 주장이다.

그 만큼 AI는 본원적 파괴력을 가진다. 장 파트너는 "AI는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등장한 오래된 개념이지만 최근 딥마인드 알파고, 챗GPT의 등장과 함께 우리의 삶에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며 "BCG 자체적인 조사 결과 구글 검색량을 따져보니 최근 오픈AI 및 생성형AI 키워드 검색량은 다른 키워드의 10배에 달한다. 근원적인 파괴력을 가진 AI 시대가 제대로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강력한 기술력+AI 경량화 = '개인화 및 AI 밸류체인'

생성형AI로 시작된 본격적인 AI 시대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기술적 측면이다. AI의 무한한 발전과 더불어 '경량화'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다.

장 파트너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 생성형AI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의 뇌에 필적할 수 있는 초거대 AI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AI 경량화를 위한 기술적 도전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은 글로벌 빅테크 주도로 초거대AI 개발이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나 조만간 '경량화'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AI 기술적 진보에 대한 또 다른 전략적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 파트너는 이를 두고 "지금은 거대한 서버와 클라우드를 통해 중앙집중적 AI 연산이 이뤄지고 있다면 앞으로는 관련 인프라가 스마트폰에 모두 들어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자체의 기술력과 파괴력을 키우는 시도가 선명하게 진행되는 한편, 한 쪽에서는 AI를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도록 경량화된 AI, 즉 가벼운 AI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모든 곳에 AI가 스며드는 'AI 에브리웨어'로 이어진다. 그는 "전력 손실 문제 및 AI 성능 향상에 대한 기술적 난관은 있으나 궁극적으로 AI 경량화는 AI 개인화 시대를 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흥미로운 대목은 그 이후의 시대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머니게임'이 벌어지며 초거대AI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동시에 AI 경량화에 따른 AI 개인화 시대가 열려 AI 에브리웨어가 펼쳐진다면 이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화두'는 무엇일까.

AI의 시장 및 수요의 관점에 집중해야 한다.

장 파트너는 'AI 밸류체인의 등장'에 주목했다. 그는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이 초거대AI를 구축하고 AI 개인화 시대가 열린다면 수 많은 버티컬 사업자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초거대AI를 만드는 빅테크, AI의 개인화 시대에 대응해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이 기업들에게 맞춤형AI 기술을 제공하는 솔루션 업체, 혹은 이들 전체를 연결하는 더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자체가 서로 연결되어 AI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 파트너는 "AI 밸류체인이 강화될수록 AI가 우리의 삶에 던지는 충격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은 궁극적으로 AI는 기존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꿀 전망이다"고 말했다.

기업 생산성 키우는 AI 도입의 3단계..."스타벅스, 네슬레 주목하라"

현재 오피스365와 GPT의 결합으로 탄생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등 기업의 생산성 확대에 AI를 덧대려는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장진석 파트너는 이러한 시도가 글로벌 무대에서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또 강력하게 벌어지는 중이라 단언했다. 그는 "기업의 구매 및 제조, 기획, 회계 등 모든 영역에서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만큼 기업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면서 "많은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AI를 기업의 생산성 확대에 활용하려는 수 십, 수 백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를 생산성 확대에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바로 AI의 부문별 도입, AI의 전체 프로세스 도입, 마지막으로 바이오닉(생체공학-인간과 기술의 완전한 협력)이다.

1단계인 AI의 부문별 도입은 무엇일까. 장 파트너는 "AI를 각 기업의 특정 부문에 도입해 성과를 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인 핑안그룹의 효율화 전략이다. 그는 "핑안그룹은 콜센터에 AI 기능을 도입해 1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면서 "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AI를 통해 제조 단계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등 특정 부문에 AI를 도입하며 효율화와 생산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2단계는 AI가 각 기업의 특정 부문이 아닌, 전체 프로세스를 운용하며 더욱 강력한 효율화와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는 단계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진들은 제조 및 회계, 영업 등 각 부문의 성과를 보고받은 후 자신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 경영 전략을 구축한 바 있다"라며 "이제는 그 역할을 AI가 맡는다. AI가 각 부문의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전체 기업의 프로세스 효율화 및 생산성 극대화를 끌어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2단계로 뛰어오른 대표적 사례다. 

장 파트너는 "스타벅스는 ICT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한편, 개인화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해 고객을 자사 매장에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면서 "스타벅스가 한 때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기록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장 파트너가 말한 AI 도입의 1단계와 비슷하다.

스타벅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스타벅스는 한 발 더 나아가 AI를 전체 매장의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개인화 전략이 매장 단위의 운영이었다면 이제는 전체 매장을 아우르는 전략을 통해 더욱 높은 효율화와 생산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각 매장별 고객 맞춤형 개인화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를 통해 전체 매장의 운영에 나설 경우 각각의 매장 판매량을 총제적으로 분석해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전체 재고량을 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AI로 전체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며 전체 프로세스의 비약적인 발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아예 AI를 통한 전체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위해 거대한 시뮬레이터를 구축한 곳도 있다. 네슬레가 그 주인공이다. 장 파트너는 "네슬레는 AI를 통해 글로벌 판매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AI로 내년 판매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투입하는 리소스와 기대할 수 있는 성과 등을 미리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들이 이어지며 마지막 3단계인 바이오닉에 도달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미래의 일이다. 그는 "바이오닉 단계는 AI와 인간이 완벽히 어우러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
장 파트너가 제안한 3단계 전략은 이른바 '정석'으로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이 단계를 밟아가면 AI 도입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확대를 이룰 수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AI 시대의 도래는 기정사실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AI 도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 산업의 경우 AI는 커녕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직도 '수기'로 물류 이동 상황을 표기하는 수준이라 AI를 논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뜻이다.

장 파트너는 그러나 "AI 시대는 반드시 올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 당장은 물류와 같은 특정 산업과 AI의 결합이 어불성설로 보일 수 있어도, AI와 모든 산업의 결합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물류만 봐도 쿠팡은 상당히 수준 높은 AI 불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미 많은 현장에 AI가 적용되어 있으며, 그럼에도 AI 도입이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기술적 자신감이 낮거나 솔루션 고도화를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장 파트너가 AI 도입의 현실적 어려움, 그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산업에 따라 더디게 AI 도입이 진행되는 곳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입체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많은 CEO들이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자 직원들에게 '당장 챗GPT를 연구해 우리 기업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고 주문하지만, 이는 기업 생산성을 키우기 위한 AI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일축했다.

그는 "BCG에서 최근 한 기업과 함께 제작 공정 수율을 예측하고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자체 AI를 구축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쓰인 파라미터는 불과 100개였다"면서 "딥러닝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직원만 있다면 특정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장 파트너는 나아가 "ICT 기술을 통해 어느 수준의 디지털 전환을 이뤘으나 AI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중견기업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바로 '자체적으로 강력한 AI를 구축해 생산성을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며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면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AI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새로운 AI 산업 시장의 흐름이 시작될 전망이다. 장 파트너는 "초거대AI 기술 발전과 AI경량화에 따른 AI개인화 시대가 도래하며 AI 밸류체인이 만들어진다면, 각 산업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AI 활용 선택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된 AI 솔루션, 혹은 버티컬 영역에서 공산품처럼 제작된 AI 솔루션 등 다양한 AI 솔루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AI로 기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멀지 않은 미래,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장진석 BCG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사진=BCG

"AI는 모든 것 바꾼다...정부도 고민해야"
장 파트너는 AI가 산업 전 영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서 말하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장 파트너는 "이미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라며 "AI의 강력한 존재감은 (중국 핑안그룹의 사례처럼) 인간의 전통적인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거나 빼앗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AI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이들이 AI와 인간의 일자리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경우 AI가 모든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것에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장 파트너는 "AI는 그 어떤 기술보다 보편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제 기반기술의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을 정도로 인터넷에 익숙한 가운데, AI도 비슷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삶에 스며든  AI는 모든 산업을 바꾸고 인간의 일자리도 빼앗는다는 설명이다. 장 파트너는 "그 변화를 수용하려는 용기와,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데이터 주권 문제 등 많은 AI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AI 생태계를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