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10~14일) 코스피는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 따라 등락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2380~2530포인트 사이에서 지수가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는 지수 상승 요인이다. 반면 미국 경기 둔화 우려, 고조되는 미·중갈등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13.55포인트 내린 2490.41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주간 246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902억원, 기관은 336억원 순매도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안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로 이번주에도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이어갔다.

이에 코스닥은 인도(2.98%), 호주(2.65%)를 제치고 전세계 주식시장을 통틀어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삼성·LG 등 주요 기업 실적에 증시 출렁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이번주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했다.

7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감산결정이다. 그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 온 삼성전자는 결국 감산 선언을 했고, 투자자들은 환영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95.8%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이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으며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은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1분기의 1조9429억원 대비 22.9% 줄었지만, 전분기의 693억원과 비교해서는 2060.8%나 늘었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으로 역대 3위 수준이다. 1조2000억원대 안팎이던 시장 전망치도 훌쩍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 배경은 통상 영업이익의 60∼70%가량을 차지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업황 악화에 대규모 적자를 낸 여파다.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이 4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업계의 대대적인 감산 움직임에도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결국 이날 처음으로 감산 돌입을 공식화했다. 지난 1996년 D램 ‘치킨게임’이후 30년 만의 감산 선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감산 선언을 ‘단기 생산 조절’로 정의하고 미래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므로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감산에 투자자 환호…SK하이닉스·소부장도 급등

삼성전자 일봉 차트. 사진 출처 = 키움증권 HTS
삼성전자 일봉 차트. 사진 출처 = 키움증권 HTS

이처럼 부진한 실적이 발표됐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소재·장비·부품 이른바 소부장 주들까지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4.33% 상승한 6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6.32% 뛴 8만9100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아직 1분기 실적발표를 하지 않았다. 1분기 적자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주가가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

이달 4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5일 한국거래소는 이 종목에 대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정규 및 시간외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SK하이닉스가 발행한 교환사채(EB)에 대한 위험회피(헤지)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공매도에 나섰을 것이란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감산이 SK하이닉스의 악재를 떨어버리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가 나온후 엘비세미콘, SFA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시그네틱스, 엘비세미콘, 이오테크닉스, 고영, 원익IPS, 원익머티리얼즈, 피에스케이, 대덕전자,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DMS 등 반도체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한다는 것은 통상적 기준으로 보자면 반도체 협력사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만큼 투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재고 증가 등 경기 악재가 오랜 기간 반영됐고, 감산을 통해 삼성전자의 이익이 개선되면 그만큼 협력사들에게 돌아가는 마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감산 수혜' 어디로?

하나마이크론 일봉 차트. 사진 출처 = 키움증권 HTS
하나마이크론 일봉 차트. 사진 출처 = 키움증권 HTS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패키징 업체들의 주가 상승폭이 유난히 크다는 점이다.

이날 한미반도체(4.18%,) 하나마이크론(8.89%), 시그네틱스(8.48%), SFA반도체(5.82%), 엘비세미콘(3.00%) 등 후공정 패키징 업체들은 여타 소부장 종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반도체 제조공정을 살펴보면 웨이퍼제조, 산화공정,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공정까지 등 전공정 단계를 마치고 나면 테스트 및 패키징을 하는 후공정을 진행한다.

전공정 단계에서의 노광, 패턴 등의 첨단 핵심 장비는 케논, ASML, 어드반테스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등 해외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증착(CVD), 세정, 식각 등의 전공정단 중에서도 중간 단계 이하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주성엔지니어링(7.36%), 테스(2.77%), DMS(0.92%)등의 이날 주가 상승세와 비교하면 패키징 관련주의 상승세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한 이유를 구지 찾자면, 시장에서는 이달 20일 실적을 발표할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TSMC는 1분기 74억3900만달러(약 9조812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경기가 꺾이면서 반도체 업체마다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TSMC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TSMC가 건재한 이유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팹리스(설계 전문기업)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 역시 올해 1분기에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생산 기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 역시 올해 1분기에 20억달러가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D램 및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이 하강 곡선을 그으면서 재고가 쌓였고, 이에 시장가격이 급락한면서 수조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익 구조 개선을 위한 이들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챗GPT 열풍에 따른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글로벌 팹리스 주문이 폭주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혜는 TSMC, ASML 등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최첨단 장비사에게 치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TSMC가 애플과 같은 최고급 고객사에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도 선전하는 이유"라고 호평했다.

'패키징 관련주' 쏠리는 눈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경기 용인시 남사읍 일대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경기 용인시 남사읍 일대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럼 1분기 쓴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의 행보는 뭘까? 시스템 반도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은 이미 이에 대한 눈치를 채고 주가에 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여기에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 원익IPS,  D램 패키징 후공정 업체 SFA반도체 등의 주가가 크게 뛰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약 215만 평) 규모로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팹) 5개를 구축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건설되는 클러스터는 '시스템 반도체'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된 소부장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계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이번 클러스터 조성으로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1위까지 목표로 삼았다.

이와 관련 KB증권을 비롯해 증권가는 이와 관련 시스템 반도체 소부장 관심 종목으로는 원익IPS, 원익머티리얼즈, 한미반도체, 두산테스나, SFA반도체, 테스, 리노공업,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등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후공정 가운데 테스트 분야 전문 기업, 동진쎄미켐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용 감광액(PR·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기업이다.

또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과 검사 등 후공정 장비를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고, SFA반도체는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등 후공정 분야 국내 1위 사업자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동진쎄미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후공정 패키징과 관련돼 있다.

7일 삼성전자의 감산발표와 함께 패키징 업체들이 주가 상승이 두드려졌던 이유를 찾자면, D램 감산을 발표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위한 후공정 패키징 업체들 및 소재 장비 분야 1위 사업자들과의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조성까지 수년이 남은만큼 직접적 수혜를 기대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이미 지분을 투자해 둔 소부장 업체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불황 속에 이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단가는 낮추되 발주 물량만큼은 집중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는 원익아이피에스,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에스앤에스텍, 와이아이케이, 케이씨텍, 엘오티베큠, 뉴파워프라즈마, 에프에스티, 디엔에프 등 반도체 분야 협력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는 반도체주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그간 증시 주도권을 잡았던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LG화학 등 2차전지주를 밀어내고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도주가 바뀐다고 해서 2차전지주들이 급락할 가능성보다는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통위 금리결정·AACR 2023 '주목'

한국은행. 출처=셔터스톡
한국은행. 출처=셔터스톡

다음주는 통화정책과 관련한 이벤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와 12일 미국 3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예정돼 있다.

우선,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의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국내 물가 안정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된 점은 금통위 금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는 커지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간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 차원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품 보안 심사, 중국 정부의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 수출 규제품목 지정 등이 이어지고 있다. IMF는 미중 갈등이 세계적인 해외투자 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최근 2주간 코스피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4조7000억원에서 33조8000억 원으로 2.8%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실적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기계, 필수소비재, IT가전의 이익 전망치는 올라가는 반면 호텔, 레저, 철강, 조선 등의 이익 전망치는 내려가고 있다. 

상장사들의 전반적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14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를 앞두고 한미약품, 에이비엘바이오, 유한양행, HLB(에이치엘비) 등 국내 제약 바이오주의 순환매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다음주 주목할 만한 경제지표와 일정으로는 ▲11일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 ▲11일 중국 소비자물가 ▲11일 유로존 2월 소매판매 ▲12일 미국 3월 소비자물가 ▲13일 3월 FOMC 의사록 공개 및 미국 3월 생산자물가 ▲13일 중국 3월 수출입 ▲14일 미국 3월 소매판매·산업생산·소비자심리지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