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이끄는 선다 피차이 CEO가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I챗봇이 구글의 검색 사업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챗GPT의 오픈AI와 연합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챗GPT 등 AI챗봇이 구글과 같은 포털, 나아가 포털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준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공포가 나오는 상황에서 등장한 발언이라 시선이 집중된다.

구글은 AI를 가볍게 보는 것일까? 오픈AI와 협력한 MS 빙의 약진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명확한 것은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있다. 구글은 AI가 현재의 포털 인터페이스를 단기간에 흔들 것이라 예상하지 않고 있으며, 구글과 MS 빙의 길은 애초 그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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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룡의 변명?
지난해 GPT-3.5 기반의 챗GPT가 등장한 후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는 AI 열풍이 불고 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다양한 ICT 기술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며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많은 기업들은 앞다투어 초거대AI 모델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이슈 메이커로는 원티어로 볼 수 있는 엔비디아와 손을 잡은 어도비까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를 출시하며 생성AI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챗GPT의 등장으로 구글의 입지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챗GPT가 포털의 전통적인 역할을 침범하고 흔들것이며, 미래의 포털은 챗GPT 기반의 플랫폼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한편 궁극적으로 구글제국의 붕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개다.

오픈AI와 협력하는 MS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디지털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빙에 챗GPT를 도입하고, 여세를 몰아 6일(현지시간) 빙 챗봇을 연결한 스마트폰용 키보드인 MS 스위프트키를 공개하며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이 람다에 기반한 AI챗봇 바드를 B2C로 풀었으나 그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선다 피차이 알파벳 CEO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는 보기에 따라 '수세에 몰린 오래된 공룡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실일까? 현안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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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만난 빙의 시대, 인터페이스의 시대
챗GPT의 등장으로 커진 AI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크게 원천 기술로 해석할 수 있는 초거대AI와 AI의 유형으로 볼 수 있는 생성AI, 그리고 인터페이스적 측면의 AI챗봇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단 구글은 초거대AI 및 생성AI 전반에 대해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으며, 또 앞으로도 걸 가능성이 높다. AI 열풍을 일으킨 딥마인드 알파고 쇼크에 이어 지난해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영혼의 존재유무 논쟁을 일으킨 람다까지. 구글은 단 한 번도 AI에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다.

현재 구글은 구글AI 및 구글 클라우드, 구글 브레인 등 내부에 존재하는 AI 관련 부서만 5개며 직원 숫자는 5000명을 넘기고 있다. 최근 전 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나 AI 인력만큼은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선다 피차이는 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을까. 글로벌 빅테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AI 리더십을 보여주던 구글이 오픈AI의 등장으로 허를 찔려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는 것일까?

그 보다는 'AI챗봇이라는 인터페이스가 기존의 포털 인터페이스를 위협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초거대AI 패러다임의 연장선에서 생성AI라는 '창조주 스킬'은 구글에게도 매우 중요하며 이를 빠르게 가동하는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러나 오픈AI와 MS가 만나 빙에 챗GPT를 넣는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기존 구글이 보여주던 포털 인터페이스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다 피차이가 인터뷰를 통해 바드를 출시하면서도 이를 당장 구글에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배경이다. 바드를 포털 구글에 지원하더라도 빙의 방식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에 있어 AI챗봇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기존 포털 인터페이스를 흔들지 못할 것이며, AI챗봇이라는 인터페이스가 포털의 '메인 스트림'이 될 수는 없다는 쪽에 베팅한 분위기다. 

상반기 서치GPT를 출시하지만 이를 포털에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네이버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구글과 네이버라는 포털의 강자들은, AI 전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를 고도화시키는 것에는 자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지만 챗봇이라는 인터페이스는 포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중이다. 

이 판단이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먼저 질문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창조하며 인간 질문자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챗GPT와 만난 빙의 전략이며, 이는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포털 시장 점유율에서 빙의 지분이 벌써 8%를 넘기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 모델이 텍스트 기반을 넘어 멀티모달 등의 바람을 타고 전혀 새로운 포털의 지평을 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AI비서 트렌드가 유행이던 시절 다수의 스마트 스피커가 음성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실험으로 무장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기존 포털의 인터페이스가 탄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다.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코파일럿 구동. 사진=MS
코파일럿 구동. 사진=MS

구글(네이버)과 빙의 길은 다르다
구글은 AI 시대를 준비하며 AI챗봇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파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피하고, 이를 포털 구글의 서브 서비스 정도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AI 인프라를 내재화시키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AI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단선적인 방식을 보여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생부터 디지털 광고 시장을 노리는 '연결'의 방정식에 익숙한 구글다운 해법이다.

빙의 MS는 다소 결이 다르다. 빙은 구글과 같은 포털이지만 MS는 빙을 평범한 구글 방식으로 키울 생각이 없다.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항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MS는 오픈AI와 협력해 초거대AI 및 생성AI 트렌드를 빠르게 확보하고 애저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나아가 오피스365라는 기업 생산성 플랫폼을 AI와 연결해 엔터프라이즈 측면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코파일럿 등장 배경이다.

여기서 챗GPT와 만난 빙은 하나의 퍼즐에 불과하다. MS는 스티브 발머 시절 쌓아올린 엔터프라이즈 및 세일즈 경쟁력을 중심으로 비록 홀대하기는 했으나 오피스365를 포기하지 않았고, 애저 클라우드와 빙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전환 전체로 돌격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구글과 달리 빙에 챗GPT라는 AI챗봇 인터페이스적 측면의 변화를 시도하고, 이러한 변화는 오피스365를 쓰는 전 세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하나의 카드로 작동하게 된다.

디지털 광고 시장 장악을 목표로 삼고 포털 본능을 보이는 구글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

GenAI Logistics Conference 2023. 사진=최진홍 기자
GenAI Logistics Conference 2023. 사진=최진홍 기자

AI '시대'는 피할 수 없다
구글과 빙의 가는 길은 다르다. 그리고 포털의 AI 활용에 있어서도 구글과 빙은 인터페이스적 차원의 이해 방식서 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AI 전략에 대한 두 기업의 경쟁력은 비교할 수 있겠으나, AI를 활용한 포털의 우위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AI 시대가 도대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메타버스로 진격한다던 메타도 최근 AI로 급선회한 후 이미 공개한 생성AI의 연내 상용화를 선언하는 한편  이미지 세분화 모델 '세그먼트 애니싱 모델(SAM)' 프로젝트까지 공개했다. 그 주변에서 다양한 AI에 대한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딜로이트가 최근 발간한 테크 트렌드 2023에 따르면 AI를 운영전략을 수립한 기업은 전략이 없는 기업보다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1.7배 높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논의만 제외하면, 이제 AI의 시대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챗봇 인터페이스는 포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 구글, 엔터프라이즈적 관점서 작동하는 빙의 MS 등은 모두 'AI를 어떻게 활용할 생각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

아직 AI가 도입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선제적 고민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도 디지털 전환이 더딘 물류 시장이다. 

현재 물류시장은 AI는 커녕 디지털 전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커넥터스’ 운영사인 비욘드엑스가 5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생성AI 기술과 물류 변화를 주제로 ‘GenAI Logistics Conference 2023’을 연 가운데 최형욱 CJ대한통운 더 운반 담당은 "AI를 사용해 실시간 최적운임 등을 창출하는 한편 리서치, 챗봇,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긍정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생성AI 등을 활용했을 때 일반적인 내용 외 특별한 내용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전략팀장은 "물류에서 급한 것은 AI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김태호 뤼튼테크놀로지 이사는 "회사들이 AI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확장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서 "챗GPT가 앱 시장으로 들어올 때 모든 분야에 특화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앱 시장과 서로 상호작용하며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력이 다양한 영역에 파고드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AI 고도화의 유탄을 AI 기업이 먼저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 더딘 물류시장도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아직은 AI 전략이 스며들 여지가 없으나, 지금부터라도 대비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송상화 인천대학교 교수는 "물류 현장에서 AI가 핵심적인 활용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보완적 측면서 AI를 활용할 필요는 있다. AWS, 구글 서플라이 체인 등에 AI를 지원하면 충분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AI를 더 믿고, 빠르게 이와 관련된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