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미분양된 주택이 지난달 말 기준 약 7만5000채로 전월보다 소폭 증가한 가운데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경기도 평택시의 분양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27~29일 청약을 실시한 2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곳은 경쟁률 45대 1로 선방한 반면 다른 단지는 크게 미달된 것이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됐지만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만큼 분양 가격과 입지에서 이점이 있어야 실수요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평택에서 2개 단지, 2123채가 지난 27일 특별공급, 28~29일 1·2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평택도시공사가 시행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고덕신도시에 공급하는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 ‘고덕자이 센트로’는 청약 1순위에서 최고 55.5대 1(평균 45.3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이 끝났다.

27일 오후 평택 화양지구에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의 견본주택 현수막에 선착순 잔여 세대를 특별 분양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걸려 있다. 길 건너엔 같은 지역에 분양 중인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의 견본주택이 있다. 이 견본주택에도 특별 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27일 오후 평택 화양지구에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의 견본주택 현수막에 선착순 잔여 세대를 특별 분양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걸려 있다. 길 건너엔 같은 지역에 분양 중인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의 견본주택이 있다. 이 견본주택에도 특별 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해 10월 인근에서 분양 공고를 낸 ‘평택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이 이달까지도 수요자를 다 찾지 못한 사실과 비교하면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시세보다 싼 공급가격이 거론된다. 실제 단일 평형(전용 면적 84㎡)으로 공급된 분양가(4억9500만원)가 근처에 위치한 ‘평택 고덕동 신안인스빌시그니처’ 같은 면적의 최근 실거래가(6억원)보다 1억원 이상 싸다.

입지 여건이 화성파크드림 등 다른 단지보다 좋단 점도 중요한 이유다. 고덕국제화계획지구에 위치해 있는데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 중심축이던  경부선 라인에 속해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시내 다른 지역보다 가까운 점도 중요한 이유다.

반면 같은 기간 비슷한 가격에 나온 화양지구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순위 청약에서 703채를 모집하는데 겨우 45명이 지원한 것이다.

화양지구에서 흥행에 참패한 단지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한화건설이 작년 10월에 분양한 ‘포레나 평택 화양’(995채)과 DL건설이 같은 해 7월 공고를 낸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1063채) 등이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은 상황이다.

이에 포레나 평택 화양은 지난해부터 선착순 분양이 실시되고 있다. 선착순 분양은 무주택 조건과 거주지 제한이 없는데다 계약자가 직접 동과 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데 수개월째 이런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는 회사가 보유한 로얄 동과 로얄 층에 대해 ▲계약금 1000만원 ▲중도금 전액 무이자 등의 조건을 내걸어 특별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4억원대에 공급되는 34평형 세대를 기준으로 선착순 50채에는 실수요자가 내야하는 금액(4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2000만원만 내도 입주시까지 입주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화양지구에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수요자가 선호하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임에도 장기간 눈물의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평택항에 인접해 있고 아직 인프라가 미비해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쁘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희스타힐스 등은 이미 작년에 분양했어야 했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에 분양을 미뤄왔던 측면이 있어 시간상으로 미분양이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서도 “화양지구는 평택 내에서도 서쪽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같은 평택이어도 고덕지구와는 부동산 시장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