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가 우발부채 위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구상권 등 비용을 청구당하는 소송 피소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장기적으로 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하영]
[사진=이하영]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연결 기준) 소송으로 인한 우발부채 금액이 총 1조5817억여원이다. 2021년(1조4739억여원)보다 1078억원 늘어난 수치다. 우발부채는 지급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부채로 인식하지 않으나 자원 유출 가능성이 있어 주석에 기재한다.

한국전력공사 우발부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피소건이 부쩍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사업보고서 중 우발채무는 한국전력공사가 피고인 사건이 653건, 금액은 9819억여원이다. 2021년보다 사건 수는 30건 줄었으나 금액은 42.4%(2925억여원) 정도 늘었다. 2022년 원고인 사건과 금액은 각각 238건, 5998억여원이다. 원고 사건은 2021년보다 사건과 금액이 각각 46건, 23.5%(1847억여원) 감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 승소판결 비율이 30%로 가장 높다. 

피고 사건 증가는 한국전력공사에 아쉬운 점이다. 그만큼 패소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피소 이유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부당이득금 취득, 공사비 추가비, 임금피크제에 연결된 임금 청구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은 소송내용이 2019년 강원도 고성산불로 인한 구상권 및 손해배상금 청구다. 당사자는 개인, 화재보험, 손해보험, 리조트 등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도 포함돼 있다. 패소하면 한국전력공사는 최대 2744억여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2년 피소 소송 사건 금액이 약 9819억원이다. [사진=전자공시]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2년 피소 소송 사건 금액이 약 9819억원이다. [사진=전자공시]

한국전력공사는 피소당한 강원도 산불 손해배상 및 구상권 청구 소송들에서 패소할 확률이 높다. 앞서 2019년 재판부가 고성산불이 전신주 손상으로 발생한 불티에서 시작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은 한국전력공사 관리소홀로 귀결됐다. 이후 관련 소송에서 판결들도 다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구상금 청구 소송 원고 승소율은 90% 이상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최소 2800억원 상당 우발부채 충당 관련 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충당부채로 인식한 금액은 1149억여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우발부채 피소 소송 금액 대비로는 11.7%이며, 고성산불 우발부채 비용 대비로도 28%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우발부채가 재무적인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패소 후 바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법원이 제시한 고금리 이자까지 함께 부담해야 해서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소송 건이 생기면 유형별로 과거 5년 정도 패소율을 따져 50%가 넘는 건에 대해 금액을 추정해 충당부채로 인식한다”며 “판례를 바탕으로 패소 시 지급률도 상정해 충당부채를 정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71조2578억원, 영업손실 32조65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력 구매비용이 상승해 매출 증가에도 영업손실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가 2조9000억원에 신한울3·4호기 주기기 계약을 마쳐 이와 관련한 소송 가능성이 사라졌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8년 신한울3·4호기 원전 프로젝트가 중단돼 주기기 사전제작 비용을 손해가 막심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에 약 5000억원 규모 소송을 준비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로서는 이번 본계약이 무사히 마무리돼 굵직한 우발부채 우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