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인공지능(AI) 드로잉 로봇. 출처 : 현대백화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엔데믹 돌입과 함께 소비자들의 대외활동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전통 오프라인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에 적극 뛰어들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앞다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세를 타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 만의 강점을 앞세워 소비자 발걸음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성장전략은 큰 틀에서 유사성이 짙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경험이 곧 경쟁력’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는 ‘온·오프라인 통합’을 외치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 몰락’은 없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최근 몇년간 꾸준히 위기설에 시달렸다. 이커머스라는 강력한 맞수를 만나면서다. 코로나19는 이같은 위기설을 더욱 부추겼다.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일각에서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es, 오프라인 소매업 몰락)’이 본격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뼈를 깍는 구조조정은 물론, 업종간 황종연횡에도 적극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M&A(인수합병) 시장 큰 손으로 거듭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2월, 10년 여만에 서울권에 신규 매장(더 현대 서울)을 출점하기도 했다. 특히 더 현대 서울은 오프라인 매장의 혁신을 이룬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과감하게 전체 백화점 면적의 절반 가량을 조경이나 휴식 공간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 없이 체험형 공간을 대폭 늘리면서 ‘미래형 백화점’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체험공간은 주로 MZ세대 놀이터로 평가받는 팝업스토어 유치에서 출발한다. 가장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인공지능 드로잉 로봇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 스타트업 ‘엑스오비스(Xorbis)’의 드로잉 로봇은 고객과 대화하면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이마트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코리아를 품었다. 여기에 기존 매장 구조조정과 리뉴얼을 통한 효율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또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고객이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 제공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롯데마트는 각 카테고리별 전문성에 리뉴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그룹은 ‘새롭게 이롭게’를 앞세워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고수해왔던 ‘순혈주의’를 벗어 던지고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는가 하면, 올해 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하는 ‘인사혁신’까지 이뤄냈다. 

이같은 롯데그룹의 혁신은 수년간 이어져왔던 롯데쇼핑 당기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골목상권 1번지’ 자리를 꿰찬 편의점 업계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편의점 업계는 전국 5만여개 점포를 앞세워 근거리 상권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가격경쟁력이 더해졌고 대용량 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온·오프라인 통합 통한 차별화된 체험 제공”

빅3(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올해도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엔데믹이 시작된 지난해는 ‘대반격의 시작’이었다면, 올해는 ‘유통 1번지 귀환의 해’가 될 전망된다. 유통 1번지 귀환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체험요소 가미’와 ‘온·오프라인 통합’이다.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은 O4O(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으로 통한다.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상품 조달, 큐레이션 등에 적용해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통한다.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 체험으로 연결시키는 게 골자다.

홈플러스,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개최 후 매출 최대 130% 증가 강서점 고객 오픈런 대기 장면. 출처 : 홈플러스
홈플러스,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개최 후 매출 최대 130% 증가 강서점 고객 오픈런 대기 장면. 출처 : 홈플러스

주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오프라인 시장 확대 전략이지만,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 또한 O4O에 관심을 둔 지 오래다. 이마트는 SSG닷컴과 G마켓을, 롯데는 롯데온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자체 보유한 이커머스 채널과 협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일례로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가 되기 위한 혁신경영 키워드로 △기존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 가속화 △온·오프라인 통합을 제시했다. 

기존점 경쟁력 강화는 매장 리뉴얼이다. 리뉴얼의 혁신은 역시 고객 체험 요소 강화다. 이마트는 2020년 9곳, 2021년 19곳, 22년 총 8개점 가량을 리뉴얼했다. 현재까지 약 36개점이 새단장을 마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리뉴얼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차별화 포인트인 체험에 집중했다”면서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이 가족과 함께 방문해 즐거운 쇼핑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트의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위한 ‘이마트 온·오프 협업’ 역시 늘어났다. 이마트 월계점은 리뉴얼을 통해 PP(Picking&Packing)센터를 확대했다. 월계점 일일 배송 캐파가 리뉴얼 전에 비해 35%가량 증가했다. 일 배송 물량 역시 리뉴얼 전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GS25에서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주문한 와인을 찾아가고 있다. 출처 : GS25
고객이 GS25에서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주문한 와인을 찾아가고 있다. 출처 : GS25

이마트와 G마켓 협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일프레시가 대표적이다. 스마일프레시는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후 진행된 핵심 통합(PMI) 작업 중 하나로, 공산품 위주였던 G마켓에서 이마트의 검증된 신선식품, 생필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해 빠른 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G마켓에 따르면 스마일프레시 도입 후(22년8월~23년2월) 식품 카테고리 월평균 거래액과 주문량이 종전 보다 각각 16%, 12%씩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마트는 ‘고객 중심’이라는 대형마트 본질을 강화하고 균형있는 온라인 업태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고객 중심의 혁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해 마트, 익스프레스, 몰,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전 채널에서 성장을 이루어냈다”며 “올해 고객 관점의 온·오프라인 쇼핑 환경을 구현하고 이익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한다”라는 비전을 밝혔다.

근거리상권 강자 편의점, O4O에 스며들다

O4O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통채널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업계 빅2인 CU와 GS25는 차별화된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U는 “포켓CU 가입자는 1300만명 수준”이라며 “멤버십 앱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CU유니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U는 △디지털기기, 한정판, 콜라보 상품 등 CU 점포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상품을 판매하는 CU마켓 △상품을 문 앞까지 배송하는 CU배달 △1200여 종의 와인을 주문할 수 있는 CU Bar 등 포켓 CU를 원스톱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으로 갖춰나갈 계획이다.

GS25의 O4O전략은 CU와 유사하다. GS25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앱 ‘우리동네GS’ 이용자 수는 1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25 측은 “진정한 오프라인 점포를 위한 온라인(O4O)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특히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전용 앱 ‘우리동네GS’ 중심의 ‘와인25플러스’, ‘우딜’ 등을 지속 발전시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경쟁업체와는 다른 차별화된 온라인 공간을 구현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1월 세상에 없던 모바일앱을 선보였다.

게임을 통해 이마트24 브랜드와 상품, 마케팅을 각인시키고 고객이 게임을 통해 획득한 리워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24측은 “NFT멤버십을 도입하는 등 기존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앱을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