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타이어 업체로 꼽히는 프랑스 미쉐린(Michelin)이 최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지목해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 올해 한국 진출 32주년을 맞은 미쉐린은 오랜 기간 국내 사업을 영위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중이다. 

미쉐린코리아의 2011~2021년 기간 경영실적 추이. 출처=딥서치
미쉐린코리아의 2011~2021년 기간 경영실적 추이. 출처=딥서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2021년 매출액 1501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억원(11.9%) 감소했다. 당시 포스트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어 타이어 수요가 기복을 보이는 상황에서 겹친 물류난과 원자재값 상승세 등 요인들이 미쉐린코리아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다만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1991년 출범 이후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 2006년 이후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미쉐린은 현재 한국 타이어 시장의 소비자 경향을 고려해 고품질 제품 수요를 창출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크고 고급스러운 차와 SUV를 선호하고 프리미엄 수입차와 전기차를 활발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해당 차량에는 비교적 우수한 성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품질의 대형 타이어가 주로 장착된다. 이를 제조·판매하는 타이어업체에게는 고부가 수익을 안겨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완성차 시장 곳곳에서 미쉐린의 마케팅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미쉐린코리아는 현재 승용차 고객이 미쉐린 제품을 일정 수량 이상 구매한 뒤 이용하던 중 파손되면 새 타이어를 무상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쉐린코리아는 이와 함께 지정 대리점 뿐 아니라 타이어뱅크, 코스트코, 각 차량제조사 AS 네트워크들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판매 채널 확대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시장을 원활히 공략하기 위해 필수조건인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구축·운영하려는 취지다. 앞서 2016년에는 미쉐린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회원 서비스의 일환으로 ‘미쉐린 멤버십 앱’을 출시해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 미쉐린은 이 같은 전략을 펼친 결과 국산제품 점유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텃세 심한 시장인 한국에서 줄곧 존재감을 지킬 수 있었다.

미쉐린이 지난해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용 타이어 파일롯 스포츠 EV. 출처=미쉐린코리아
미쉐린이 지난해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용 타이어 파일롯 스포츠 EV. 출처=미쉐린코리아

1위 안주 않고 ‘초심’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

미쉐린이 전기차 타이어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공들인 행보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미쉐린은 지난해 3월 한국에 고성능 전기차용 타이어 ‘파일롯 스포츠 EV’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더욱 강한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차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의 높은 구동력에 대응할 수 있는 강성과 소음저감, 접지력 등을 갖췄다.

미쉐린은 지난 9년 동안 국제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 E’의 타이어 파트너사로서 활동해온 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해당 제품에 적용했다. 미쉐린은 포뮬러 E가 처음 열린 2014년에 이미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부상한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쇄신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포뮬러 E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8개 시즌에 걸쳐 대회에 투입된 전기 레이싱카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해왔다. 스포츠 마케팅이 통상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는 업체들의 주요 전략인 점을 고려하면 미쉐린이 초심으로 돌아가 전기차 시장에 공들인 셈이다.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김봉수 현대차그룹 샤시개발센터장 상무(왼쪽)와 조지 레비(Georges Levy) 미쉐린 아시아퍼시픽 OE 총괄 부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김봉수 현대차그룹 샤시개발센터장 상무(왼쪽)와 조지 레비(Georges Levy) 미쉐린 아시아퍼시픽 OE 총괄 부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과 신제품 개발…한국에 스며든다

미쉐린은 대회를 후원하는 동안 확보한 전기차 타이어 기술력을 일반 소비자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으로 대중화했다. 파일롯 스포츠 EV는 제네시스, 벤츠, 볼보, 테슬라 등 고급차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에 교체 장착할 수 있다. 미쉐린은 19~22인치 등 여러 규격별 제품을 출시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 미쉐린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전기차 타이어를 개발하기로 뜻을 모은 뒤, 한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더욱 분명히 각인시키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함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3년 동안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탄소저감 타이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이오닉5 2WD 프레스티지 트림에 장착된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 타이어. 사진=최동훈 기자
아이오닉5 2WD 프레스티지 트림에 장착된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 타이어. 사진=최동훈 기자

미쉐린은 현대차의 주요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 전용 타이어를 개발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유지·확장해나가는 중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에 따라 향후 현대차그룹이 출시할 신규 전기차에 장착된 타이어를 통해 미쉐린 기술을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쉐린이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양새다.

미쉐린은 한국의 고가 시장 공략을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18인치 이상 고부가 타이어 제품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본사 방침에 보조를 맞춰 한국에서 고급 타이어 수요를 충족시킬 방침이다.

제롬 뱅송 미쉐린코리아 대표는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한국에서 실적을 지속 개선하고 있다”며 “타이어에 집중하기보다는 미쉐린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고인치·고성능·고급(하이엔드) 분야의 신차용(OE)·교체용(RE) 수요를 충족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