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얼어붙으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힘겨운 비즈니스 모델 재조정이 벌어지며 생존이 최대 화두가 됐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요란하지만 다행히 희망도 보인다. 특히 어려울수록 기본기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한 곳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위기를 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요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만족도를 높인 덕분에 경기 악화에도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 알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약 1000억원)보다 90%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자회사 알스퀘어디자인은 지난해 공사실적(직전연도 기준) 9위로, 2016년 설립한지 6년만에 업계 ‘톱 10’에 진입했다.
비결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하다. 기초체력에 집중한 개미의 부지런함이다. 실제로 알스퀘어는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뛴 전수조사를 통해 수집한 국내외 업무∙상업용 빌딩 30만개의 정보를 사업에 활용하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애널리틱스, 매입∙매각 자문, 부동산 자산관리, 오피스∙리테일∙물류센터 임대차 중개, 인테리어∙리모델링 등의 서비스를 펼치는 중이다.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비슷한 곳으로는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도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액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했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올해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고, 인도와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사업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불확실성의 미래에 충실히 대비한 결과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도 마찬가지다. 2022년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매출이 1922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2% 증가했다.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액은 3748억원이었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이유는 인터파크 인수 효과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효과에 따른 플랫폼 이용자 증가, B2B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의 선전 덕분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트라이브도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120억원으로, 전년(14억원)보다 8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6년 신차 견적 플랫폼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2019년 자동차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후 성장 폭이 커지고 있다. 또 핀테크 스타트업 해빗팩토리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꾸준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며 “산업 변화의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잘 짚었거나, 비효율이 많았던 시장 관행을 개선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해당 업종에서 선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