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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세계 철강업계 업황 전망이 불투명하다. 철강업 성장세를 저해할 변수들은 여전한 반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서의 생산 증대 움직임 등으로 철강 소비 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역시 공존하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 association)는 올해 전세계 철강 소비량이 전년(17억9670만톤)대비 1.0% 증가한 18억147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9억1400만톤, 인도 1억2030만톤, 미국 1억80만톤, 일본 5850만톤, 한국 5460만톤 등 국가별 소비 전망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소비량 예측 수치와 비교할 때 중국과 한국이 2년 연속 같은 소비량을 보이는데 비해 인도(6.7%)와 미국(1.6%), 일본(1.7%) 등 3개국은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 철강수요 1% 성장” 전망 후 악재 지속

세계철강협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이번 전망치에는 산업별 전년 대비 올해 철강 수요의 증감폭이 서로 다르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업의 주요 수요처(전방산업) 중 한 곳인 자동차 산업의 경기가 차츰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 수급난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보다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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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강협회가 올해 주목한 산업은 건설업이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기반시설(인프라)을 확충함에 따라 철강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투기단속, 경기 침체 등 이유로 인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인프라에 지속 투자할 전망이다. 중국 외에도 미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철강 생산·소비 국가에서 인프라를 확충하는 정부 움직임이 이어질 예정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전세계적인 고물가 현상과 통화긴축, 중국 경기둔화 등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업황이 나빠졌다”면서도 “올해의 경우 인프라 수요가 철강 수요를 소폭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철강협회의 이 같은 철강업 전망은 발표 이후 3개월여 지난 1월 현재로서는 일부만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망을 엎을 만큼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부정적 변수들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급망 이슈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릴레이를 진행함에 따라,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철강협회가 전망치를 내놓은 시점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세계 철강 수요가 추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기관들, 철강업 전망 일제히 하향조정

글로벌 철강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도 세계철강협회 전망 발표가 이뤄진지 한달만에 올해 전세계 철강생산이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WSD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세계 조강(crude steel) 전망치 자료를 통해,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 18억4800만톤 대비 1.4% 감소한 18억2200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WSD는 지난해 조강 생산량도 전년 대비 4.7%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에서는 세계철강협회의 ‘1% 성장’ 전망이 역성장으로 뒤집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홍승규 한국철강협회 과장은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가 정체되는 만큼 공급 측면의 부진도 예상되고 있다”며 “지난해 글로벌 철강 수요 부진 추세가 올해 이어짐에 따라 생산도 부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철강업에 대한 전망도 전세계 철강업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별 신용등급을 매기고 산업별 업황을 분석·전망하는 국내 신용기관 3곳은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성장 전망에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철강업의 전망(industry outlook)을 지난해 ‘우호적’에서 올해 ‘중립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철강업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중립적(중)’으로 유지했다. 같은 기간 업계 사업환경에 대한 전망평가는 ‘중립적(하)’에서 ‘비우호적(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적전망도 ‘저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철강업계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적은 ‘저하’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