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의 위믹스가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가운데 시장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위믹스 생태계 전반이 위협을 받으며 그 후폭풍이 게임업계는 물론 블록체인 시장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위메이드 입장에서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다.

여기서 위메이드는 발 빠른 몽골기병 카드를 빼들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와의 대립전선을 유지하며 위믹스 상장폐지의 정당성을 끝까지 다투면서도, 위믹스 생태계를 지키는 전략적 방향성을 동시에 택했기 때문이다. 

출처=위메이드
출처=위메이드

깐깐한 친구와 사귀다, 크로스앵글 쟁글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폐지 전인 유의종목 지정 정국에서도 생태계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수의 온보딩까지 성공시키며 위믹스의 건재함을 알렸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후 기자회견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위믹스 생태계 로드맵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의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Xangle) 운영사인 크로스앵글과 노드 카운슬 파트너(NCP) 계약을 체결한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0원더스(Wonders) 합류를 확정한 크로스앵글은 데이터 기술, 투자, 연구 및 가상자산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끄는 가상자산 정보플랫폼 전문기업이다. 크로스앵글이 운영하는 쟁글의 공시는 가상자산의 다트(DART, 전자공시시스템)라고 불리며 각종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들의 정보공시 문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쟁글의 공시는 해당 프로젝트의 대외 신뢰도의 척도로 활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다.

쟁글의 위믹스 생태계 합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쟁글의 핵심 전략은 곧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에 있으며, 특히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입체 모니터링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쟁글은 기본적인 정보 제공을 발판으로 삼은 후 자신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포함시키고, 아예 가상자산 자체를 평가해 측정한 후 제공하는 일까지 동시에 하고 있다. 플랫폼의 역할을 제외한 증권사 모델에서 신용평가사 역할과 언론의 역할을 함께 해내고 있다 볼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라는 강력한 기초체력을 통해 공시와 같은 일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보고서를 작성하고 가상자산도 평가한다. 나아가 전략적 방법으로는 정량 데이터 인프라와 정성데이터의 딥서치 교집합에서 인사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깐깐하고 완전무결함을,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바로 쟁글의 크로스앵글이라는 뜻이다. 이와 손 잡은 위메이드의 전략적 방향성도 결국 비슷한 방향성으로 흐르며 생태계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위메이드는 여세를 몰아 지난 12월 5일 크로스앵글과 ‘위믹스 유통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한 MOU까지 체결했다.

실시간 유통량 감시 서비스(Live Watch), 초과 유통 알람(Over circulation alarm), 분기 별 온체인 감사 보고서(Quarterly On-chain Audit Report)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상호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위메이드는 크로스앵글이 구축 중인 실시간 유통량 감시 서비스를 위믹스에 최초 적용한다. 이를 통해 위믹스의 유통 현황을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유통량 감시 서비스는 이르면 연내 크로스앵글의 가상자산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Xangle)’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 계획량 이상의 위믹스가 유통될 경우 자동으로 공시가 진행되는 시스템도 마련하며 유통량 정보를 담은 온체인 감사 보고서도 분기 별로 발간한다.

크로스앵글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갖춰야 할 투명성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이에 적극 응해 실시간 유통량 감시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위믹스를 첫 번째 모범 사례로 만들 계획이다.

장현국 대표. 출처=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출처=위메이드

'흔들림없이'
상장폐지 결정이 난 이후인 11월 29일, 위메이드가 위믹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코인마켓캡과 실시간 연동을 완료한 것도 위믹스 생태계와 투자자들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평가다. 

코인마켓캡은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가상자산의 시세 및 거래량 등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사이트로 꼽히며, 현재 코인마켓캡에서는 위믹스 총 공급량(Total Supply)과 유통량(Circulating Supply) 등 2가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일 바이낸스 기업대상 서비스(Binance Institutional Services)와 협의를 마치고 바이낸스 커스터디 서비스 이용을 시작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이낸스 커스터디 이용 결정은 위믹스의 자체 관리 시스템 강화하는 다양한 방식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일종의 유연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위메이드는 ▲기간별 위믹스 예상 유통량 업데이트 ▲상시 공시시스템 강화 ▲커스터디 업체에 위믹스 재단 보유물량 수탁 등 자체 관리 시스템 강화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며 위믹스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메가 에코 시스템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가 이뤄진 당일(8일) 피어테크의 지닥에 상장됐으며, 9일 1000만달러에 달하는 위믹스와 위믹스클래식 토큰을 바이백하거나 소각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9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위믹스 3.0 플랫폼 및 투자 수익의 25%가 분기별로 소각된다.

인플레이션 없는 토큰 경제도 추구한다.

위메이드는 13일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위믹스 7130만2181개를 복구와 출금이 불가능한 데드월렛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소각한다고 밝혔다. ‘BBBBB(Burn for Break-even Block Below Billion)’ 소각 캠페인이다.

단순히 소각에 따른 시세 부양이 목적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토큰의 발행량이 점점 줄어드는 수축 토큰경제(Deflationary Tokenomics)를 지향하기 위함이다. 소각량이 블록의 보상으로 새롭게 발행되는 토큰 수량보다 많아지도록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며, 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과 소각량이 동일해지고 또 소각량이 보상의 양을 초과하는 '소각우위점'을 지나는 방향성이다.

토큰 경제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초반부 소각량이 적다. 여기서 블록보상이 일정하게 벌어지면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위메이드는 이 지점에서 소각량이 점점 많아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설계한 후 소각량이 블록보상을 뛰어넘을 경우 수축 토큰경제가 가동되는 것을 지향한 분위기다. 이를 위해 약 7100만개 위믹스를 소각한 셈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진심은 통할까
위메이드는 닥사와의 전선을 유지하며 끝까지 위믹스 생태계의 정당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위믹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투트랙 전투를 동시에 치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위메이드가 유통량 오류라는 실수를 저지른 순간 모든 논란이 시작됐기 때문에, 여론이 앞으로도 마냥 위메이드에 우호적일 것이라 보는 것도 어렵다. 위메이드에게도 분명한 실책이 있었고, 앞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진심을 보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정한 돈과 사업의 시대를 맞아 신기루처럼 사라질 어설프고 소모적인 감정이 아닌, 뚝심있게 위믹스 생태계를 끌어 나가겠다는 선명한 진심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며, 다행히 사태 초반의 위믹스는 일단 합격점에 가깝다.

문제는 다음이다. 추후 위믹스 나비효과가 시장 전반을 더 격렬하게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메이드가 이끄는 몽골기병의 또 다른 '전장'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