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하 SK)은 ESG(친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개선) 라는 글로벌 경영의 화두를 국내 재계에 일반화시키는 데 가장 앞장서 왔다. SK 최태원 회장은 자사의 공식 행사 및 세미나에서 항상 ESG의 가치를 강조했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SK에게 2022년은 ESG의 실천 방법론을 다양한 비즈니스와 연결하고자 부단하게 노력했던 한 해였다.

SK의 밤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출처 : SK
SK의 밤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출처 : SK

ESG와 비즈니스의 연결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은 SK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메일로 전송한 2022년 신년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기후 위기 등이 중첩된 험난한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개척자’가 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여기에서 최태원 회장이 방점을 찍은 키워드는 바로 ‘기후 위기’였다. 

1월 5일에서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2에서 SK는 세계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자사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 비전의 내용은 바로 “2030년까지 전 세계의 탄소 감축 목표량인 210억톤의 1%인 2억톤의 탄소를 SK가 줄이겠다”라는 선언이었다. CES 2022에 참가한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E&S, SK에코플랜트 등 SK 6개 관계사는 각자의 탄소 중립 전략을 전 세계에 알렸다.

SK의 여러 행보를 통해 최 회장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의 비즈니스화를 추진해 왔다. 그 중심에는 투자전문회사인 SK㈜가 있었다. SK㈜는 2021년 한 해 동안 SK의 다양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인수합병과 투자를 주도했다.

SK㈜는 그룹이 강조하는 가치를 반영한 자사의 투자 전략을 첨단소재·그린(친환경)·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표면적으로 각 사업의 분야는 다르게 보이지만 완전한 의미의 ‘친환경’을 구현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었다.   

각 사업 분야별로 마련된 투자센터를 통해 SK㈜는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생산에 성공한 기업인 미국의 모놀리스(Monolith), 대체 단백질 제조기업 퍼펙트데이 그리고 일본의 친환경 소재 기업 TBM 등 다수의 기업에 투자했다. 이러한 기조는 2022년까지 이어졌고 SK의 ESG는 더욱 광범위한 범주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친환경적 반도체?

반도체와 친환경을 함께 아우르는 것은 쉽지 않다. 반도체의 생산 공정은 그 자체로 많은 연료를 소모하며 동시에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SK의 ESG는 이 어려운 미션에도 도전했다.   

지난 11월 7일 SK의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신설한 ‘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Semiconductor Climate Consortium, SCC)’의 창립 멤버로 가입했다.

SEMI는 1970년 설립된 글로벌 산업 협회로 반도체 산업 정책 수립과 규제에 대한 대응, 산업 표준규격 제정, 시장조사 및 연구, 컨퍼런스 개최 및 교육 지원 등 관련 산업 지원 활동을 수행한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지난 11월 11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환경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각사의 환경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 연합 ECO Alliance 회원사들이 함께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공동 선언’에도 참여했다.  

SK가 추구하는 반도체 사업장을 통한 친환경 실현은 가시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11월 14일 SK하이닉스는 국내 종합 반도체 기업 최초로 친환경 반도체 공급 과정의 유해물질 관리 역량을 스위스의 국제표준 인증기관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로부터 인정받아 국제 유해물질 경영시스템 규격 ‘IECQ QC 080000’ 인증을 획득했다. 

SK의 ESG ‘먹을 것’에 손대다 

SK는 차세대 식품 시장으로 주목받는 지속가능식품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함으로 ESG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11월 24일 SK㈜는 세포배양 연어육의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식품 기업 와일드타입(Wildtype)에 약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과 함께, 미국의 퍼펙트데이(Perfect Day)와 우리나라의 매일유업이 동참하는 지속가능식품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투자에 대해 SK㈜ 김무환 그린투자센터장은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곧 미래 가치를 포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면서 “지속가능식품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대비해 주도권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2022년은 ESG에서 시작해 ESG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ESG의 실현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줬다. ESG 실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비용’이다. 전통적 제조 공정의 순환구조에서 벗어나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는 ESG의 실현이 향후에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고 더러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SK의 행보는 국내외의 수많은 기업들에게 ESG 실현에 대한 의지를 북돋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