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자산운용과 사단법인 기업회생지원협회가 체결한 다아이피(DIP) MOU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신라자산운용과 기업회생지원협회는 한계기업에 대해 DIP파이낸싱을 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계기로 신라자산운용은 <이코노믹리뷰>에 앞으로 약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기업회생지원협회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매칭시키고 투자심의 과정에서 협회의 전문위원을 파견한다. 협회 전문위원은 변호사, 회계사, M&A전문가들로 구성됐다.

DIP(Debtor In Possesion)파이낸싱은 법정관리를 받는 회생기업이나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운영자금 또는 M&A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법이다. 회생기업은 이와 같은 투자로 운영자금 등을 확보해 기업 정상화가 가능해지고, 투자자는 회생기업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높은 이율을 확보할 수 있다.

성공한 DIP투자는 한계기업을 살리는 사회,경제적 순기능이 있다. 여기에 투자자는 수익률 제고라는 자본적 이익도 동시에 취할 수 있다. 반면 대상기업이 파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어 금융사들이 피하고 있는 투자 시장이기도 하다. 

민간단체와 협업을 통해 한계기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공표한 것은 신라자산운용사가 처음이다. 기업회생지원협회는 과거 키코(KIKO)사태 때 피해기업을 규합해 재무 구조조정, 법정관리, M&A 등의 방법으로 대상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현재까지도 한계기업의 협회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펀드조성과 더불어 협회가 상당수의 한계기업을 매칭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자산운용사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일부 증권사는 운용사의 DIP펀드의 조성과 향후 행보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때문에 증권사와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부 운용사들도 증권사 또는 PEF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부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 등이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이와 비슷한 규모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매칭펀드다. 화인자산운용이나 유진자산운용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및 PEF와 공동으로 DIP 자(子)펀드를 조성,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라자산운용은 공인된 민간단체와 협업해 독자적인 펀드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모펀드에 참여하는 다른 운용사들과는 차이가 있다. 성공적인 투자모델로 정착되면 다른 운용사들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지 자본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라자산운용의 이와 같은 MOU결정 배경에는 향후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3차례에 걸쳐 4조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가 2023년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와 글로벌 경기하락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다수의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내년에도 추가로 1조원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신라자산운용과 기업회생지원협회는 DIP펀드 조성을 위해 정부 기관 및 기금과 접촉하고 있다. 신라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관련해 특히 중소기업벤처부가 역점을 두고 있어서 DIP파이낸싱에 대한 구체적 제안을 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자보상배율(ICR) 1이하를 받은 경영위기기업에 사업 진로 제시하고 구조개선 컨설팅과 그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또 부실징후기업(C,D등급)에는 구조개선 및 회생 컨설팅과 구조개선전용 자금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