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사진=현대백화점.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하반기 국내 주요 유통업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발생한 아울렛 화재에 따른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서, 내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롯데지주 신용등급 전망 변경(안정적→부정적)을 감안해 결정했다”면서 “롯데쇼핑 신용등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연대보증인 신용등급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 초에도 롯데쇼핑은 신용등급이 한 차례 강등된 바 있다. 한신평은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AA→AA-)을 하항 조정했다. 주력사업 수익기반 약화 및 자산매각에도 현금창출력 대비 높은 차입부담을 지녔다는 이유다. 

대형마트 대장주로 꼽히는 이마트 신용등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 신용등급(Ba2)을 철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역시 이마트의 신용등급(BBB-·부정적)을 회사요청에 의해 철회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 8월 재무 여력이 악화된 점을 이유로,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2’로 강등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 신용등급 철회는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이뤄진다”면서 “해외 자금 조달 계획이 없거나 신용등급 하향이 우려될 때 철회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이마트에 대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추가취득,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온라인 부문 경쟁심화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마케팅 확대가능성 등이 실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3% 감소한 1007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SCK컴퍼니와 G마켓 지분 인수에 따른 매수가격배분(PPA)상각비과 일회성 비용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7조7074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당기순이익은 1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7% 감소했다.

이에 증권사들 역시 이마트의 내년 전망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교보증권은 내년에도 온라인 부문 영업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쓱닷컴과 지마켓의 합산 영업적자가 15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990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 또한 이마트에 대해 인플레이션 등의 이유로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을 낮췄다. 박은경 연구원은 “지난 6월 시작된 강도 높은 이커머스 적자 축소 계획을 반영해 2022년 영업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면서도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전 전망 대비 각각 2%, 18.5%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더불어 홈플러스도 영업적자 등의 이유로 지난 2분기 신용평가가 강등된 바 있다.  지난 8월 말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한기평은 “홈플러스의 영업 적자가 확대되고, 점포 리뉴얼 등 투자가 미흡했다”면서 “온라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늦은 대응도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의 내년 신용등급도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이달 초 대전고용노동청은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과 아웃렛 방재·보안 시설 하청업체 대표 등 3명을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현대아울렛 화재 관련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전 화재 및 영업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업 및 재무적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유통사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가성비 중심의 소비가 확대될 경우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면서 “고정비 부담이 높은 오프라인 점포의 볼륨 유지를 위해 지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현재 각 사는 이미 10~20개 기업을 등급 강등 후보군에 올려놨다. 경기침체와 유동성 위기 상황이 신용등급에 반영됨에 따라 내년 무더기 강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