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ADAS(주행보조) 의존이 비극으로 연결됐다. 제조사가 좀 더 안전한 ADAS 사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6월 발생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톨게이트 현대차 아이오닉 5 충돌 화재 사고 원인을 9일 발표했다. 사고 원인은 주행보조 상태에서 달리던 운전자의 부주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오닉 5 차량은 사고 직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이 작동됐다.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속 주행할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의미의 ADAS 기술이다. 

당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설정 속도는 시속 96㎞였다. 돌게이트 제한 속도(단차로 시속 30㎞, 다차로 하이패스 구간 시속 80㎞)를 초과한 기록이다. 

운전자가 이 때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스스로 조작해야 하지만, 결국 차량은 톨게이트 연석과 충돌됐고 사고 당시 연석이 배터리팩과 접촉되면서 화재로 이어졌다. 차량 내부에 탑승했던 운전자와 조수석 승객은 숨졌다. 이 사건은 운전자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종결됐다. 

주행보조 기능이 실행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5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조재환 기자)
주행보조 기능이 실행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5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차는 톨게이트 내 ADAS 사용 주의했나?

현대차는 아이오닉 5 등 소비자들에게 톨게이트 내 ADAS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했을까?

현대차가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아이오닉 5 취급설명서에는 주행보조와 관련된 사용방법과 주의 사항이 있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사용 방법과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사용 방법도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취급설명서 7-63 페이지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제한사항을 소개했다. 그 중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와 톨게이트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제한사항으로 언급했다. 

아이오닉 5는 내비게이션 경로의 제한 속도 등을 반영한 ‘내비게이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다. 이 기능에 대해 현대차는 “전용도로 본선상에 존재하는 톨게이트를 통과할 경 우 1차로 기준으로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합니다”라며 “다른 차로로 주행할 경우 부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라고 취급설명서 7-72 페이지에 적었다. 

현대차는 취급설명서에 주행보조 활용 시 톨게이트 통과에 대한 주의 사항을 언급했다. (사진=현대차 취급설명서)
현대차는 취급설명서에 주행보조 활용 시 톨게이트 통과에 대한 주의 사항을 언급했다. (사진=현대차 취급설명서)

현대차는 또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사용시 톨게이트 통과에 대한 주의 사항을 취급설명서 7-85 페이지에 소개했다. 

현대차는 이 페이지에 “고속도로 주행보조는  모든 교통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주변 충돌 가능한 대상(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보행자, 가드레일과 톨게이트와 같은 불특정 물체/구조물 등)이 감지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기능 한계에 유의하여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조재환 기자)

톨게이트 진입 시 경고문구 없는 현대차 ADAS

현대차는 이미 여러 ADAS 기능 사용시 톨게이트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당부했지만, 실제 차량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에는 이와 관련된 경고 문구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차는 초기 고속도로 주행보조 개발시 톨게이트 구간을 지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모드로 전환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띄웠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고속도로 주행보조는 톨게이트 통과 시 이 안내창을 띄우지 않는다. 운전자 스스로 고속도로 주행보조 실행 중 톨게이트를 만나게 되면 스스로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톨게이트 내 주행보조 사용이 빈번해질 경우, 현대차를 포함한 제조사들이 톨게이트를 감지해 대응할 수 있는 주행보조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은 주행보조(ADAS) 기능 실행 시 안전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디지털 클러스터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띄우지 않고 있다. 또 톨게이트 진입 시 수동운전으로 전환하라는 안내 메시지 기능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 제네시스 G90에 3단계 자율주행 기술로 알려진 HDP(Highway Driving Pilot) 기술을 최초로 탑재시킨다. 해당 기능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입 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