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토. 이름만 보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같다. 그 만큼 낯설다. 그러나 대한민국 금융판에 몸 담고 있다면 헥토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왜? B2B 결제 솔루션 시장의 믿을맨이기 때문이다. 

헥토는 가상계좌, 펌 뱅킹(기업 전용 금융망) 솔루션을 기반으로 민간기업형 오픈뱅킹을 일찍이 구현해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일반 기업 등에 B2B 서비스를 제공한 22년 역사의 기업이다.

정부 주도의 공공형 오픈뱅킹이 도입되기 이전인 2015년 헥토파이낸셜은 이미 업계 최초로 계좌 기반의 간편현금결제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유통, 패션, 빅테크 기업 등의 각종 페이 출시를 지원해 우리나라의 간편결제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기초체력 자체도 강하다. 우선 헥토파이낸셜의 계좌기반 간편 결제 솔루션은 실시간 계좌 이체에 기반하고 있어 현금 사용과 동일하다. 신용카드에 비해 결제 수수료가 낮아 중소상공인들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며 소비자는 온라인에서도 현금을 사용할 수 있어 연말 소득공제 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물 화폐 없이도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현금결제가 가능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삼고 시대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결제수단 다각화를 통해 디지털 취약 계층이나 계좌 발급이 어려운 외국인, 씬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 등을 위한 결제 수단도 제공해 종합 결제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운영하고 있는 가상계좌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1회성 가상계좌 번호를 부여하는 가상계좌는 과거 공과금 납부 등에 적극 활용되었으나 간편결제 앱, 키오스크가 보편화되면서 주류 결제 수단의 위치를 내주었다.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헥토파이낸셜은 가상계좌 결제 솔루션을 공공기관과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해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의 편의와 공적 이익을 끌어내고 있다. 여기까지는 빈틈이, 없다.

출처=헥토
출처=헥토

B2C의 바다로

헥토파이낸셜은 B2B 결제 솔루션 시장에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이 판을 치는 새로운 가능성에 배팅할 요인은 거의 없다. 특히 지금은 강력한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격변의 시대. 헥토파이낸셜 입장에서는 따뜻한 이불 밖을 벗어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헥토파이낸셜은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용사처럼 이불을 박차고 나와 광야로 섰다. 지난해 7월 핀테크 플랫폼  ‘010PAY’앱을 출시해 일반 대중들을 고객으로 하는 B2C 영역으로 새롭게 진출했기 때문이다.

쉬운 상황은 아니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득실거리는데 모험의 대륙 자체가 붉은바다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상황을 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형 이커머스, 게임,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사까지 뛰어든 ‘레드오션’ 시장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신생 서비스의 성공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을 고객으로 결제 솔루션을 공급하는 헥토파이낸셜 입장에서는 고객사와 경쟁해야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B2B에서 B2C로 확장하는 기업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딜레마다. 그런데 왜?

헥토파이낸셜은 여기서 약간 비장해진다. 모험의 배경으로 ‘업(業)’의 확장을 통한 지속적 성장을 거론하기 때문이다. 무슨 뜻일까. 

외부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고 현재의 사업에 안주할 경우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눈길을 끈다. 그런 이유로 B2C의 광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헥토 파이낸셜은 자신감이 넘친다. 오랜 기간 B2B 결제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넓은 금융 네트워크와 결제 기술력, 뛰어난 보안성의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핀테크 플랫폼은 헥토파이낸셜의 기존 강점을 살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해볼 수 있는 최적의 B2C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크다.

이미 성과는 나고 있다. 우리카드와 함께 출시한 010PAY 머니 기반의 앱 전용 체크카드는 출시 이래 카드 비교 사이트 ‘카드고릴라’에서 체크카드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행운상자, 핫딜, 친구초대, 출석체크 이벤트 등 다양한 리워드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앱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슈퍼앱으로 간다
헥토파이낸셜은 데이터 솔루션 기업 ‘코드에프’를 인수하고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 ‘데이브(DAVE)’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약 300여 개 데이터 API를 보유하고 있는 코드에프 인수를 통해 시장 진입 시점을 앞당기는 한편, 자사가 보유한 금융 네트워크 역량과 코드에프의 데이터 사업 노하우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허브 전략이다. 그 연장선에서 슈퍼앱 성장 전략을 강하게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B2B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B2C로 사업을 확장, 초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성과를 내고 있으나 그 파급력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는 있다. 특히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장의 강자들이 즐비하고, 아직 헥토만의 전략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B2B에서 B2C로의 확장도 어렵지만, 금융적 관점의 영역 확대는 더 어렵다는 점에서 헥토파이낸셜이 보여줘야 할 것도 여전히 많다. 이 난관을 넘어 슈퍼앱 전략으로 넘어가려는 헥토파이낸셜의 행보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