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출처=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출처=포스코그룹

최근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별 종사자들이 모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각 산업이 돌아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난 9월초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뒤 복구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정우 회장은 국내 제조업과 관련 산업의 명운이 달린 포항제철소를 복구하는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현재 연내 포항제철소를 정상가동할 것이라는 목표로 복구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연내 포항제철소를 원상 복구할 것이라는 각오다. 지난 9월말 기준 현재 포항제철소 내 시설 중 고로(용광로) 세 기를 정상 가동하고 있고 제강, 연주 등 공정별 시설을 일부 정상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철강 제품이 최종 완성되기 전 상태의 물질을 의미하는 반제품(슬라브)을 생산해 광양제철소로 옮겨 후속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다만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한 하천물에 잠겨 가동불능 상태에 빠진 압연, 후판 등 공정별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 압연은 고로와 제강·연주공정 등을 거쳐 만들어진 슬라브에 열과 압력 등을 가해 철강제품을 완성하는 공정이다. 포스코는 또 침수로 정전된 변전소에 전력을 점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17일 포항제철소 지하설비를 찾아 태풍 피해로 밀려들어온 진흙과 뻘을 직접 퍼내고 있다. 출처=포스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17일 포항제철소 지하설비를 찾아 태풍 피해로 밀려들어온 진흙과 뻘을 직접 퍼내고 있다. 출처=포스코

최 회장은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이 이어진 지난 9월17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직접 삽을 들기도 했다.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구역 중 한 곳인 후판공장 지하설비를 찾아 진흙과 뻘을 퍼냈다. 이어 현장 임직원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줬다.

최정우 회장은 당시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경제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복구활동을 지속해주길 바란다”며 “이런 위기일 때 우리 포스코인들이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장안정 위해 타 철강사와 생산 협력 추진하기도

최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을 기반으로 최종재를 생산하는 전방산업 파트너사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분투하고 있다. 비철금속 제품 중 하나인 스테인리스의 수출 물량을 내수로 최대한 전환해 국내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포항제철소에서 만든 슬라브를 광양제철소나 중국, 태국 등지 공장으로 옮겨 열연·냉연제품으로 완성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필요하면 국내외 경쟁사들과 협력하는 것을 주저없이 추진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제품군의 경우 후판 제품에 대해 국내 철강사와 공급방안을 두고 협력하기로 했다. 자동차 배기계용 스테인리스 제품은 해외 철강사와 협력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선재 제품 중 일부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대구경(大口徑) 제품을 타사 제철소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수급 현황을 안정화할 방침이다.

최정우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월12일 포항제철소의 전기강판 복구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출처=포스코
최정우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월12일 포항제철소의 전기강판 복구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출처=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이밖에 철강 수급 현황에 대한 사실 정보를 시장에 적극 알려 제품 가격이나 수급 추이에 대한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일환으로 포스코는 수시로 포항제철소 복구 경과와 함께 철강 제품별 재고 잔량 추이 등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말부터 포항제철소 가동차질로 인해 소재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중소 고객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고충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사로부터 전자메일 등 경로를 통해 제품 수급 애로사항을 접수하면 스테인리스 제품별 담당자를 통해 마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포스코 철강 제품을 온라인 구매할 수 있는 이스틸포유(eSTEEL4U)를 이용하도록 고객사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포항제철소가 포스코그룹 안팎으로 중요한 시설이라는 사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나 포스코그룹의 내수 철강시장 점유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8조494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 76조3323억원 중 24% 비중을 차지한다.

이 뿐 아니라 포스코그룹의 지난해 내수용 철강제품 생산량은 3830만톤으로 국내 생산량 7060만톤의 과반(54.2%)을 차지한다. 국내 철강사들이 서로 생산량 대비 같은 비율로 재고를 축적한다고 가정할 경우, 포스코그룹이 국내 철강수요의 절반 이상을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여러 산업별 주요 기업들이 포스코그룹으로부터 자재(중간재)로서 철강 제품을 공급받는 점을 고려할 때 포항제철소를 정상화하는 것은 국내외 산업의 중심을 바로잡는 셈이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9월14일 포스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경제에서 우리 제철소가 가진 막중한 책임감을 다시 느낀다”며 “제철소를 조기 정상화해 포항제철소 위기 상황에서 지원해준 모든 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