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태·조·이·방·원’이라는 말이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내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국내 증시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 섹터가 준수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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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부분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고조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업종들이라는 설명이다. 9월 들어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방향성은 아직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바이오 관련주 등에서 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냉전의 수혜주 ‘태조이방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은 6월 말 대비 90.82%, 한화솔루션(009830)은 36.6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3.55%에 그쳤다.

아울러 현대미포조선(010620)(11.42%), 포스코케미칼(003670)(52.34%), LG에너지솔루션(373220)(24.8%), LIG넥스원(079550)(43.45%),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63.86%), 일진파워(094820)(13.27%), 에너토크(019990)(6.42%) 등도 견조한 상승 그래프를 나타냈다.

특히 태양광 섹터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정 가속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입법으로 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인플레 감축법으로 인해 향후 5년간 미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는 기존 전망치에 비해 62GW, 즉 4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누적 태양광 설비 규모는 현재 129GW에서 2027년에는 336GW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성은 코트라 달라스 무역관 연구원은 “태양광 공급망은 중국에 크게 의지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에 설치된 모듈의 실리콘 셀 중 75%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운영하는 중국 법인이 생산한다”라며 “이미 미국 내 진출한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한화큐셀 등 우리 관련 기업은 미국 태양광 산업 관련 정책,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관련 시장 진출·확장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차전지 섹터 또한 IRA법안, 유럽 내 친환경 정책 가속화에 따른 프렌드쇼어링 수혜가 집중될 전망이다. 산업조사기관인 블룸버그NEF는 전체 미국 승용차 판매량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지난해 5%를 기록해 세계 평균 약 9%를 밑돌았지만 2025년 23%, 2030년 52%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과 미국에서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가동하고 있다.

다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태조이방원’의 상승세가 9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미국 잭슨홀 이후 매파적 스탠스 강화와 8월 미국의 CPI(소비자물가) 등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높아진 긴축 압력에 대한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유럽연합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전력가스 가격 안정화 조치로 천연가스 가격의 급락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들 업종의 투자심리는 천연가스 가격 변동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9월부터 단기적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겠지만 방향성을 바꿀만한 요인은 아니므로 중장기적 모멘텀은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프렌드쇼어링, 美 시장 접근 위한 열쇠

이에 ‘태조이방원’ 이외에 프렌드쇼어링 효과를 볼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주의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생명공학 분야 미국 내 연구·생산 강화 및 신약 화학·합성제품 등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생산지역 범위’가 미국 및 미국 우호국 생산제품으로 범위가 설정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326030)은 미국 뉴저지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뇌 기능 개선제 엑스코프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SD바이오센서(137310)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을 인수한 데 이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셀트리온(068270)도 미국 내 직접 생산시설 확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2023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 출시될 제품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미국법인을 통해 직접판매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변화는 한국에 기회가 된다”며 “설비투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기업, 그리고 이후 미국 내에서 제조 역량을 확보한 기업,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프렌드쇼어링 정책에 부합하는 기업은 정책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와 IT 부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차전지 업종의 경우도 중국산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