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단체들이 북미 제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고 다른 나라 제조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전했다. 

10개 자동차 관련 단체들이 모인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 정만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입장문을 25일 발표했다. 

연합회는 지난 17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서명하면서, 미국의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산술적으로 매년 10만여대의 전기차 수출 차질 발생을 우려했다. 

연합회는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 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이 사라져 시장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연합회는 또 “국내 생산물량 감소 등으로 완성차업계는 물론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등으로 애로에 처한 국내 1만3000개 부품업체들이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입장문에는 미국의 WTO 보조금 규정 위반, 한미 FTA의 내국인 대우원칙 위배, 미국이 공급망 협력 등을 위해 추진중인 IPEF 비전에 위배, 올해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강조했던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 정신에 위배 되는 등의 네가지 문제점을 제기됐다. 

연합회는 미국 의회 및 정부에 FTA 체결국이며 경제안보 동맹국인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에 1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1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삼성 170억달러, 현대차 105억달러 상당의 전기차 혹은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환담한 뒤 간담회를 가진 모습.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지난 5월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환담한 뒤 간담회를 가진 모습.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연합회는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 개선도 요구했다. “우리 국회와 정부도 미국의 법안 개정을 위해 기존의 협상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대미 아웃리치 활동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 전기차 수출업체에 대한 한시적인 법인세 감면, 전기차 수출보조금 지원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합회의 요청 사항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 국내 생산위축은 물론 미래차 경쟁력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민관의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절실하다”고 언급하면서 “전기버스 보조금중 약 50%를 중국산에 제공하는 국내 보조금 제도 개선은 물론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치중한 나머지 전기차 수입 촉진책으로 변질되고 있는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쌍용협동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