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DB =박재성 기자
항공 DB =박재성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좀처럼 가시지 않아 신생항공사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국제선 취항과 신규 기종 가동이 쉽지 않아서다. 항공업계는 “현 상황은 그저 버티는게 답”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1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등은 당초 경영계획을 대폭 수정하거나 연기했다. 국제선 취항, 신규 기종 운항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다수다. 이들은 코로나19 발생과 비슷한 시점에 개업했다. 사업 초기부터 수백억 적자가 이어지자 일찍이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는 당초 미주 노선 취항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FSC(대형항공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노선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운항 중인 노선은 ‘인천~싱가포르’에 그친다.

지난해 경영 실적은 참담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384억원의 적자를 봤다. 당초 국내선 취항 계획이 없었지만, 들여온 항공기를 마냥 둘수만은 없어 ‘인천~제주’ 노선에 기재를 투입했다.  당시 모든 LCC(저비용항공사)가 제주 항공편 공급을 늘려 가격 출혈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사의 787-9를 주력기로 두고 있다. 이 기종은 최대 운항 거리가 1만5500㎞에 달한다. 프리미엄석을 포함해 총 309석을 제공한다. 기존 LCC 주력 기종 대비 항공기가 커 운항 단가가 비싸다.

장거리 노선에 띄워야 수익이 발생하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단거리 노선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최근 중대형기를 들인 기존 LCC 티웨이항공도 해당 항공기를 장거리 노선 대신 싱가포르에 투입하고 있어 경쟁도 상당한 편이다.

출범 초기부터 어려움에 시달리던 에어프레미아는 일찍이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기도 했다. 현재 지분 절반 가량을 사모펀드 JC파트너스 등이 보유했다. 에어프레미아는 AOC(항공운항증명) 발급 지연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자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어프레미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취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안전, 항공사 경영 검증 등 현지 취항과 관련한 절차가 복잡해 단기간 내에 취항에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플라이강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재 플라이강원은 양양발 국내선 4편과 필리핀 클락에 취항 중이다. 필리핀 클락의 경우 개인 여행보다 골프 단체 관광 등으로 알려진 곳이다. 플라이강원은 클락행 탑승객을 대부분 여행사 단체 판매로 모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57억원의 손실을 봤다. 아예 항공기를 띄울 수 없었던 지난해에는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가 직접 120억원을 출자해 흔들림을 막았다. 하지만 영업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올 1분기에도 33억원의 적자를 냈다.

어려움이 지속되자 지난해에는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주원석 대표는 “매각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설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현재는 베트남, 일본 추가 취항을 준비 중이지만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방역 관련 출입국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일본의 경우 일일 입국자 수를 제한함과 동시에 개인 여행객의 입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로케이는 더욱 사정이 좋지 않다. 에어로케이는 현재 청주~제주 국내선 1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보유 중인 항공기는 180석 규모의 A320 1대다. 노선이 단 한 편에 그쳐 지난해에는 125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예정했던 2, 3호기 도입도 계속해 늦어지고 있으며, 일본 노선 취항도 현재로서는 어려워서다.

또 중국 취항도 어려울 전망이다. 에어로케이는 당초 중국 내 항공자유화지역인 산둥반도와 휴양지인 하이난 등의 노선 취항을 고려했다. 해당 취항지는 비즈니스, 여행 수요가 꾸준해 많은 항공사가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의 갑작스러운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취항 관련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상하이, 시안, 마카오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에어로케이가 취항을 준비 중인 하이난도 봉쇄했다.

에어로케이는 출범 후 뚜렷한 수익 창출구가 없어 현재 자본잠식(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상태다. 에어로케이도 일부 지분을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모회사를 가진 기존 LCC도 수백억 적자로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 군소항공사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노선별 수익이 좋지 않아 지자체 지원금이나 자체 증자로 상황을 버텨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