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출처 :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출처 : 현대제철

국내 철강사들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적 사업 역량을 조속히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철강사들이 가치사슬을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친환경 규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는 최근 전세계 철강 수요와 원자재값이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에 편승해 전반적으로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14개 철강업체의 합산 세전이익(EBITDA) 비율은 지난해 19.4%에 달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16년(17.2%) 이후 2020년까지 4년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8.0%포인트(p) 반등했다.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해 실적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전년 대비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함에 따라 산업수요가 회복된 덕분이다. 이에 더해 같은 기간 철광석, 유연탄(석탄) 등 철강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값이 인상된 점도 철강사들의 마진을 늘리는데 일조한 현상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철광석의 연간 평균 국제가격은 지난해 1톤당 164.69달러에 달했다. 유연탄의 연간 평균 국제가격도 2020년 톤당 60.78달러에서 지난해 2배 이상 뛰어오른 톤당 127.14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는 지난 4월 배포한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비탄력적 구조의 철강 공급체계는 2019년 이후 업계 구조조정을 거친 뒤 빠르게 회복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철강 수급 현황은 공급자 우위의 환경으로 반전됐고 국내외 철강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크게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위축됐던 산업수요가 회복된 점이 자리잡고 있다. 환경규제를 비롯한 탄소중립 관련 변수는 업체 경영성과에 비교적 덜 영향을 끼친 상황이다.

글로벌 철강 환경규제 강화 추세

올해 이후 철강업 시황에는 탄소중립에 관한 변수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탄소 철강 제품을 철강사에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은 내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조치(CBAM)를 도입해 4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2027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거나 배출량에 관한 규제가 덜 엄격한 국가에서 제품을 수입한 유럽 내 업체에 일종의 관세인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EU 양측 간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을 맺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점도 한국 철강 수출 분야의 과제다. GSSA는 철강, 알루미늄 등 분야 제조업의 탈탄소화를 실행하기 위해 마련된 협정이다. 협정 참가국의 정부는 저탄소 철강 제품을 개발·생산하도록 현지 업계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국가 간 저탄소 철강 제품을 활발히 교역하는 것을 촉진한다. 미국과 EU는 GSSA의 참가국을 확장해 탄소중립 목표에 접근할 방침이다.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지향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에 크게 영향받는 한국 철강업이 넘어야할 산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한국 철강사들이 제품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유지·강화해 내수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철강사별 소기의 수익성을 달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동국제강 친환경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의 제품 중 하나인 BM유니글라스. 출처 : 동국제강
동국제강 친환경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의 제품 중 하나인 BM유니글라스. 출처 : 동국제강

탈탄소화를 실행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정을 개선하고 전기로(電氣爐)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등 방안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솔루션이 제시됐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관이 협력해 수소환원제철을 전면 사용하는 목표를 달성해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은 “한국 철강사들이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목표를 수립·실천하고 공급망 대응, 안전 등 측면에서 정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업계가 탈탄소, 지역블록화, ESG리스크 등의 파고를 넘을 공동 목표를 설정해 힘써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