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지난 6일 출시한 수제 캔맥주 아시아나 호피 라거. 사진= 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6일 출시한 수제 캔맥주 아시아나 호피 라거. 사진= 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여객에게 제공하는 맥주 제품을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최근 운항 재개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기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감성을 간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최근 CU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시아나항공 맥주 ‘아시아나 호피 라거’를 구입해 마셨다.

아시아나 호피 라거는 아시아나항공과 CU(BGF리테일),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KBC 등 세 기업이 함께 개발한 여행 콘셉트의 수제 맥주다. 맥아 95%, 홉 5% 등 비율로 원재료를 넣어 만든 인디언 페일 라거(IPL) 스타일의 제품이다. 홉이 비교적 많이 들어가고(인디언) 특유의 향이 나며(페일) 톡쏘는 식감이 강한(라거) 맥주라는 의미다. 제품명에 들어간 호피(HOPPY)는 홉의 향이 많이 나는 맥주에 쓰이는 수식어로 알려져 있다.

힘을 조금만 들여도 쉽게 열리는 뚜껑을 여니 흰 거품이 자글자글 올라왔다. 내용물을 투명한 컵에 따라보니 여느 양산 맥주와 비슷한 금색을 보였다. 맥주에서는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향이 났다.

아시아나 호피 라거를 유리컵에 따르는 모습. 영상= 최동훈 기자
아시아나 호피 라거를 유리컵에 따르는 모습. 영상= 최동훈 기자

처음 한 모금 마셨을 때 혀에 닿는 탄산의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밀려왔다. 개봉한 지 조금 지났지만 마실수록 따끔함이 점차 강해지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이어 코에서 청포도나 라임 같은 과일을 떠올리는 향과, 홉의 쌉싸름한 맛이 동시에 찾아왔다.

탄산이 적당한 강도로 느껴지기 때문에 목넘김도 편했다. 길게 마셨을 때 입안에 쌓이는 탄산 느낌이 강렬하지 않아 약간 성긴 크림을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모금을 연달아 마셔도 4.7도로 비교적 낮은 도수의 알코올 향이 누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00mL에 달하는 캔 하나를 모두 비워도 가뿐하고 입 안에는 상큼한 향만 감돌았다.

맥주에서 독특한 향이 나기 때문에 안주로는 싱거운 견과류보다는 짭짤한 페퍼로니 피자나 육포 같은 안주가 더 잘 어울린다. 다만 안주가 없어도 고유의 향과 맛을 마지막 한 모금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18년 한정 판매했던 수제 병맥주 아시아나. 사진= 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18년 한정 판매했던 수제 병맥주 아시아나. 사진= 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맥주 마케팅’ 애용

아시아나항공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소재로 맥주를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운영하는 라운지를 통해 제고했던 수제맥주 ‘아시아나’를 주류업체 KCB와 함께 개발해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맥주가 성인인 여객들에게 항공기나 라운지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만 당시 판매했던 ‘아시아나’와 ‘아시아나 호피 라거’의 차이점은 아시아나 컬래버 맥주의 친근한 감성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를 공항 라운지나,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KCB 양조장에서만 판매했다.

사진= 최동훈 기자
사진= 최동훈 기자

이에 비해 아시아나 호피 라거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물량 제한없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털 사이트 블로그를 찾아보면 지난 6일 출시된 아시아나 호피 라거가 인플루언서나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활발히 소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아시아나 호피 라거가 패키지 측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감성을 더욱 그득히 담고 있다. 병맥주로 판매된 ‘아시아나’의 겉 포장지에는 아시아나(ASIANA)라는 스펠링을 활용한 것 외엔 브랜드와는 다소 거리 먼 그림이 삽입됐다.

반면 아시아나 호피 라거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과거 브랜드 디자인인 색동저고리 로고가 적용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더해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시티팝 분위기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아시아나 호피 라거 광고 영상도 제품의 정체성을 더욱 잘 살렸다.

아시아나 호피 라거 광고 영상의 한 장면. 출처= 유튜브 캡처
아시아나 호피 라거 광고 영상의 한 장면. 출처= 유튜브 캡처

아시아나항공의 레트로 마케팅 ‘성공적’

아시아나 호피 라거는 업계에서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과거 브랜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레트로 마케팅의 전형으로 분석된다. 최근 당국 주도로 국제선이 운항재개되는 가운데, 여행 갈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항공 소비자들을 주목시키는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일 공개된 아시아나 호피 라거 광고영상은 6일째인 이날 조회수 69만회를 달성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항공에게 인수되고 나서도 브랜드를 유지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오랜 팬들과 업계 내 기업의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본연 사업에서뿐 아니라 맥주와 같이 다양한 소재로 브랜드 고유의 감성을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