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점검하는 모습.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캡처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점검하는 모습.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캡처

대한항공이 침체된 고용 지표 개선을 위해 항공기 정비(MRO) 사업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MRO 사업은 전문성과 다수 인력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고용 창출 등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28일 대한항공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수는 지난 2017년말 기준 1만8330명에서 4년 뒤인 지난해 말 1.8% 감소한 1만799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직원수가 가장 많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1000여명 이상이 줄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지난 2020년 4월부터 정부에게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수령함에 따라 인력 감소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난해 화물사업 호조로 역대 최고 실적인 영업이익 1조4180억원을 기록함에 따라 지난 4월부터는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직원들에게 휴업 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다.

다만 현재 노선 운항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100% 회복되지 않고 있어 고용 지표를 즉각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사업 부문에서 인력을 신규 채용했지만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같은 기간 정비인력 등 기존 사업분야별 인력을 새롭게 충원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MRO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

대한항공의 매년말 직원 수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대한항공의 매년말 직원 수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대한항공이 이 같은 상황에서 MRO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행보다.

대한한공은 오는 2026년 12월말까지 5년여 기간 동안 3346억원을 들여 엔진 정비 전문 자회사 IAT의 사업장 부지에 엔진 수리·시험시설 2동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엔진 정비능력을 추가 확보해 MRO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지난 1978년 미군을 대상으로 개시한 창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40여년째 이어오고 있는 군용기 MRO 사업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0년 F-16 전투기(2900억원), H-53E 대형헬기(1500억원) 등 군수기 부문에서 4300억원 규모의 창정비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창정비는 필요할 경우 항공기를 완전분해해 성능을 보강·개선하는 전문 작업을 의미한다.

대한항공이 현재 펼치고 있는 MRO 사업의 성과로 일자리 창출을 직접 언급하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MRO 산업의 고용 성과를 높이 사고 있다.

MRO는 항공기의 모든 구성요소를 보수·유지·수리·개조하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출고된 항공기를 운행하는 동안 실시해야 하는 작업 전반을 다루는 분야다. 항공기 제조사가 요구하는 관리 요령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역량을 갖춘 인력이 다수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항공 MRO 사업별 임률 구성비를 나타낸 그래픽. 출처= 산업연구원 보고서
항공 MRO 사업별 임률 구성비를 나타낸 그래픽. 출처= 산업연구원 보고서

MRO 사업이 일자리를 활발히 창출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사업이라는 점을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구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배포한 보고서 ‘국내외 항공 MRO 산업의 최근 이슈’에 따르면 MRO 사업 부문별 인건비 비중(임률)은 운항정비 77%, 기체정비 60%, 부품정비 40%, 엔진정비 9% 등에 달한다.

100%를 기준으로 각 부문별 인건비 비중치를 뺀 나머지는 재료비 비중을 의미한다. 사업부문별 인건비 비중에 차이가 있지만 산업 평균치는 타 산업의 비중을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MRO 산업에서 높은 인력 수요와 임금 지불 관행이 존재하는 점은 산업 활성화 정도에 따라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산업연구원은 당시 “항공 MRO 산업의 임률 비중이 높은 점은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산업임을 의미한다”며 “이는 해당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MRO산업의 고용창출 효과에 주목해 정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들은 지난해 8월 제4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MRO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해외업체에 대다수 의존하고 있는 MRO 수요를 국내에서 충족하는 방안을 통해 지난 2020년 기준 7000개 수준인 항공MRO 관련 일자리 수를 2030년까지 2만30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공군 F-4 팬텀 전투기 창정비 최종호기 출고 기념식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공군 F-4 팬텀 전투기 창정비 최종호기 출고 기념식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대한항공

업계 일각 “MRO 포함 사업 수직계열화 이뤄야”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MRO 사업 관련 행보가 장기적 차원에서 고용창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단순히 MRO 시장만 집요하게 공략하기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항공 관련 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실장은 “항공기 산업의 전세계 무역 규모가 7500억달러에 달하는데 비해 이를 비롯한 서비스 산업을 모두 아우른 항공 산업은 6배 이상 큰 수준을 보인다”며 “대한항공이 일련의 사업을 통해 MRO 시장만 바라볼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역량을 확보해 전체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시도했다면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