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대표. 출처=LG
구광모 LG 대표. 출처=LG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혜안과 뚝심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발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면서다. 구광모 LG 대표는 이러한 유지를 계승,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LG에너지솔루션 행보에 촉매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국의 친환경 혁신 정책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 수혜가 예상되는데,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한층 강화한 만큼 양측의 배터리 사업투자 협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LG가 공개한 향후 5년간 투자계획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구광모 LG 대표와 계열사 경영진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약 한달 동안 사업, 기술, 고객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전략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전략보고회에서는 향후 5년간 106조원 규모의 투자계획과 채용계획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이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의회 건물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GM 제3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이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의회 건물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GM 제3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가 밝힌 106조원의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부문은 배터리, 배터리소재, AI , 바이오 등 미래성장 산업이다. 이 분야에만 43조원이 투입된다. 50% 가까이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국내를 ‘LG의 R&D 핵심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북미서만 배터리 생산능력 200GWh+α 목표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에 전년 대비 75% 증가한 약 7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생산능력을 올해 말 200GWh 수준에서 2025년 520GWh까지 늘릴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배터리 사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지역별 생산능력 비중도 북미가 40% 이상으로 가장 크고 아시아 35%, 유럽이 2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과 조인트벤처(JV, 합작사)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JV를 통해 글로벌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거나 단독 공장 증설로 미국 내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네트워크.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네트워크.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크게 한국을 비롯해 북미, 중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 5각 생산체제의 투자계획을 실행 중이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만 △얼티엄셀즈를 통한 1~3공장, 120GWh+α △단독 공장 2곳, 36GWh+α 등 생산능력을 갖추게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1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무선 전동공구 등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파트너 삼아 글로벌 영향력 확장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의 무서운 기세 속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하며 ‘K-배터리’ 저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은 32.7%를 기록,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14.6%, 8.3% 점유율을 기록하며 ‘탑5’에 안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로 폭스바겐 ‘ID.4’와 테슬라 ‘모델3(중국산)’,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판매 급증에 힘입어 배터리 점유율이 1년 전보다 59.9% 성장했다. SK온은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니로 BEV, EV6 등의 판매 호조로 고성장 질주를 지속했다. 삼성SDI는 피아트 500과 포드 쿠가 PHEV, 지프 랭글러 PHEV 등의 판매 증가가 주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 CATL을 비롯해 엔비전 AESC, 궈수안(Guoxaun), 신왕다(Sunwoda)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무서운 성장세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GM과 얼티엄셀즈 3공장 건립을 결정한 당시 “미국 자동차 산업 심장부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3 합작 공장은 미래 수백만 대 전기차를 탄생시키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오랜 협력 관계를 구축한 GM과 함께 미국 전기차 시대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투자와 함께 국내 시설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충북 오창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해 원통형 배터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고체 전지, 리튬황 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도 주력한다. 배터리 리사이클 등 자원선순환 시스템 구축과 배터리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 및 수명예측 등 BaaS(Battery as a Serice) 플랫폼 사업과 같은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LG관계자는 투자계획과 관련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고객가치 혁심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 소임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