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여객기. 출처= 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여객기. 출처= 제주항공

국내 저가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연초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약 4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사업과 관련해 그 어떤 진전된 행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추후 예정된 제주항공의 UAM 사업성과 발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의문이 쌓이고 있다. 

UAM, 미래형 모빌리티의 화두 

UAM은 수직이착륙 공간 등 최소한의 인프라 속에서 친환경 비행체로 승객이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이동수단 개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도로 체증, 주차난 등 기존 교통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 산업별 유력 기업들이 앞다퉈 UAM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 같은 업황 속에서 돌연 UAM 사업을 공식 언급했지만 당시 시점 전후로 관련 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점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월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UAM이라는 산업 생태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계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1월25일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제주항공 17주년 창립기념식에 출연해 기념사를 전하는 모습.  출처= 제주항공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1월25일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제주항공 17주년 창립기념식에 출연해 기념사를 전하는 모습. 출처=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이사와 제주항공은 당시 이후론 이날 현재까지 UAM 사업에 관한 정보를 추가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제주항공에 UAM 사업 경과 등에 관해 문의했지만 “현재로선 밝힐 내용이 없다”고만 회신했다.

김이배 대표이사는 당시 코로나19 시국에 대응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UAM 사업을 꺼냈다. 제주항공이 국내 LCC 업계에선 처음으로 UAM 사업에 진출하기로 선언함에 따라 언론들로부터 조명받았다.

제주항공이 UAM 사업성과를 상반기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당초 공개한 내용을 실행하기까지 한 달 여 기간 남은 상태다. 다만 UAM 사업에 관한 활동을 일절 보이지 않는 점은 타사와 대조되는 행보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사내 연구개발(R&D) 조직인 항공기술연구원과 산하에 연구기획팀 등 6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R&D 활동으로 지난해 건국대와 UAM 운용개념 v1.0을 공동개발하는 등 운항통제, 교통관리 등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온 것으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기재했다.

이에 비해 제주항공의 UAM 사업 관련 행보에선 기승전결 구조를 찾을 수 없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R&D 조직을 운영하지 않았고 관련 비용도 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말 국토교통부가 UAM 상용화 목표로 출범한 실증사업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이뿐 아니라 지난 2019년 이후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UAM 관련 투자를 단행할 여력을 보여주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 추이. 출처= 제주항공 2021 사업보고서 캡처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 추이. 출처= 제주항공 2021 사업보고서 캡처

업계 내 존재감 커 신산업에 빠질 수 없어

제주항공이 이 같은 상황에서 비행체나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관련 서비스를 차별화해 마련하는 방향으로 UAM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현재 민·군용 비행체를 개발한 경험이나 관련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일절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UAM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만한 차별적 역량으로, 경쟁사 대비 양적으로 우월한 운송 서비스 노하우를 들 수 있다. 국내 LCC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국내선 여객 점유율은 19.5%(약 646만명)으로 진에어(17.5%) 뿐 아니라 대한항공(14.5%), 아시아나항공(13.5%) 등 대형항공사들을 2년 연속 제쳤다. UAM 산업이 우선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의 국내선 경쟁력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이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시국에 대응할 자금을 지원받은 점은 UAM 업계에서 역할을 맡을만한 명분을 제공하는 요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 산업을 돕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제주항공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1,821억원 규모로 지원했다. 금융위는 전환사채 형태를 포함한 지원 방식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제주항공이 경영 현황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기간사업안정기금의 지원 대상이 차입금·고용 규모, 정상화 행보 등을 고려해 선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업계에 기여하는 정도가 큰 것으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이는 현재 국내 UAM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제주항공이 빠질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장효석 한서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은 17년 항공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체, 통신, 인프라 등 분야별 관련 업체와 협업할 수 있다”며 “국내 도심을 운항하는 UAM 산업에 투자하고 이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할 경우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업계에서 국내 UAM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더욱 다양한 주체들이 뛰어들어 역량을 발휘해야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신사업에 대한 동기를 제주항공에 부여하는 요소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대내외적 요인을 고려해 UAM 사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안전기술원은 “UAM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술 뿐 아니라 다양한 UAM 이해 관계자들이 협업해 서비스, 안전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