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2분기 대출 여부를 놓고 예비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대출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조정을 거치고 있는 자산시장은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대출을 결심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가계부채 총량규제로 제한적으로만 대출 문을 열던 은행들은 최근 빗장을 풀며 예비차주를 맞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열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예비차주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월 FOMC가 쏘아 올릴 ‘빅스텝’…“금통위 결정 큰 변수”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미 연준의 FOMC와 한은의 금통위 개최가 예정돼 있다. FOMC는 오는 5월 4일(현지시각), 금통위는 5월 26일 열린다. 이달 FOMC가 글로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행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25일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5월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와치(CME Fed Watch)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5월 FOMC 회의에서 50bp 인상 확률을 96.5%(4월 28일 기준)로 보고 있다. 3월 25일 72.7%였던 것과 비교하면 1달여 만에 50bp 인상 확률이 23.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50bp 인상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이며 펜데믹 기간 확대된 5조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빅스텝은 한은의 국내 기준금리 인상 부담을 높이는 배경 중 하나다. 좁혀진 양국간 금리 격차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자산시장 순매도를 자극해 추가적인 조정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50bp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 격차는 0.5%포인트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0%, 미국 기준금리는 0.50%로 1%포인트 차이가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순차적으로 50bp, 75bp 인상할 경우 금리 갭이 급격하게 축소되며, 이는 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라면서 “환율 상승은 주식시장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연이은 5월 금통위에선 빅스텝 가능성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19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뤄진 서면 질의에서 “한은은 지난해 8월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선제적으로 정책을 운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다.

서울 소재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기준금리 통계 집계가 이뤄진 1995년 5월 이래로 최대 인상 폭은 25bp다. 270회가 넘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된 횟수는 22회다. 기준금리는 2008년 2월까진 ‘익일물 콜금리 목표’, 이후부터는 ‘기준금리’로 조사했다.

다만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단기간 인상 폭에선 역대급 인상 속도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특정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 이후 1년 이내 3회 이상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상된 경우는 총 세 차례 있었다. 2005년 10월에서 2006년 10월 사이 5번(4회 추가 인상)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125bp가 높아졌다. 2010년 7월~2011년 7월에는 네 차례 추가 인상으로 금리 수위가 125bp 상승했다.

이어 한은은 지난해 8월 25bp를 인상한 이후 같은 해 11월 25bp, 지난 1월 25bp, 지난 4월 25bp씩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기준금리 수위를 높인 상태다. 현재까지 인상 폭은 100bp다. 한은이 5월 회의를 포함해 오는 8월 내 두 차례 추가 인상 시 사상 처음으로 1년 내 6번(5회 추가 인상) 인상이 이뤄진다. 금통위는 오는 5월, 7월, 8월 열릴 예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25bp 상승 시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평균 16만4000원늘어난다. 100bp 증가할 경우 65만5000원이 증가한다. 지난해 4분기말 가계대출 잔액 1755조8000억원,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비중이 각각 74.2%, 25.8%, 대출금리와 기준금리 오름폭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후 산출한 결과다.

1분기 대출 상환 러쉬…석달 연속 대출 감소는 역대 5번뿐

올 1분기 예비차주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압박이 커지며 대출을 받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올 1분기 가계대출 잔액 감소로 이어졌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넉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709조529억원이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703조1937억원으로 석 달 새 6조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139조5572억원이던 신용대출은 지난 3월 말 133조3996억원으로 6조1576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과 함께 가계대출 두 축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1조2128억원 늘어났다.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기타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이 역시 석 달 동안 연속해서 감소했다. 예금은행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다. 관련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06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94개월 중 전월 대비 기타대출이 감소한 경우는 36개월(18.6%)뿐이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기타대출이 감소한 경우는 5번에 불과했다.

신용대출이 감소한 배경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신규 대출보다 상환 수요가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주별 DSR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이 원리금 상환액 산정에 포함된다. 올 1월부터 DSR 2단계가 도입돼 총 2억원 이상 대출 보유 시 차주별로 40%(은행 기준, 비은행은 50%)를 적용받고 있다. DSR 계산 시 활용하는 신용대출 산정 만기도 5년으로 축소됐다.

가파른 신용대출 금리 상승세도 상환하려는 발길을 잦아들게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6개월물 금리는 지난 4월 27일 기준 1.829%다. 전년 동일 0.686% 대비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지속과 대출금리 상승, 주택시장 부진 등의 영향이 이어지며 신용대출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회복세 보인 4월…대출 허들 낮추는 은행권

1분기 안전 자산을 찾던 예비차주들의 투심은 2분기에 들어서자 회복 조짐을 보였다. 지난 4월 21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84억원으로 전월 대비 2547억원(0.04%)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21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2242억원으로 전월 대비 1754억원(0.13%) 감소했다. 지난 1월 감소 폭은 2조원대, 2월 감소 폭은 1조1000억원대, 3월에는 2조4000억원대 감소 폭을 기록한 바 있다. 2월(-0.03%)과 3월(0.01%) 소폭 감소했던 주담대 잔액도 3월 21일 기준 전월 대비 0.10% 증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시중은행의 대출영업 강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LTV 상한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은행권이 40년 만기 신용대출과 주담대 상품 정비에 나서며 예비차주의 DSR 규제 부담도 간접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관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22일 KB금융지주 1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LTV가 완화되면 아무래도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1금융권에 우호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1359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월(810건)보다 67.8% 증가했다. 경기도 안성 소재 B 공인중개소 사무실 대표는 “전세 계약 위주로만 거래가 되다가 최근에는 매매 문의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실거래 시세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해당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주로 맡는 T 아파트의 3월 매매거래 수는 9건으로 전월(2건) 대비 7건 늘었다. 3월 말과 4월 간 매매거래가 이뤄져 4월 매매계약 신고가 된 거래 수는 4월 28일 기준 10건이다.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크게 낮추고 곳간 빗장을 풀고 있다. 올 1분기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며 대출 여력이 생겨서다. 최근 신용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고, 우대금리 등을 지난해 말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은행의 가계일반대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지난해 3분기 음수로 전환(-29)된 이후 세 분기 만에 양수로 바뀌었다. 대출태도지수는 직전 3개월간대출 동향과 향후 3개월간 전망을 설문 조사해 -100에서 +100 사이의 지수로 표시한다. 이 지수가 플러스(+)를 나타내면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완화된다는 의미다.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연장해 대출이 전보다 쉬워진다. 마이너스(-)는 그 반대로, 금융기관 대출태도가 이전보다 강화돼 대출이 어려워진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대출태도지수가 증가하는 경우 좀처럼 없던 사례다. 2002년 2월부터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특정 분기에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해당 분기에 대출태도지수가 전월 대비 높아진 경우는 올 1분기와 2분기가 역대 처음이다. 올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17이지만, 전월 대비 24 높아졌다. 2분기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양수로 전환됐으며, 전월보다는 20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분들이 대출을 망설이는 이유인 점에 공감하고 있다”라면서 “은행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대출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고, 40년 만기 상품 준비 같은 게 그러한 예며, 은행 자체적으로는 건전성 관리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