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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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지난 3월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 상승세가 예고돼 있는 만큼 이러한 대출금리 하락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글로벌 긴축에 따라 연내 한국의 기준금리가 2.5% 이상,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계가구 발생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꿈틀…“기준금리 상승 앞당길 것”

시중은행들이 지난 3월 취급한 주담대의 평균 금리가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리 상승세에 대출 수요가 쪼그라들자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등 속도를 조절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국내 주요 은행이 3월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 범위는 연 3.91~4.32%로, 전월인 2월 연 3.96~4.37%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전월보다 낮아진 결과다.

주담대 평균 금리가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대출금리 상승세는 기정 사실”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5년물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각각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들어 수개월째 이어지던 은행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추고 반등세를 드러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가 앞당겨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4월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84억원으로 전월 대비 2547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감소했으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이 모두 증가했고 특히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주담대는 같은 기간 507조1182억원으로 전월 말 650억원에서 4008억원으로 증가폭을 대폭 키웠다.

이에 업계는 최근 주담대 금리의 하락세 배경이 대출영업 확대를 위한 은행권의 자발적 가산·우대금리 조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장기적으로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오는 8월부터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 사례가 늘어나면 대출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키우고 인상시기를 앞당겨 가계대출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결국 대출금리 역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높이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영업활동을 더 이어갈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연말 기준금리 4.5%까지 오를 가능성…미국보다 1%p 높아야”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사실상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추가 상승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역시 변동금리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신금리가 오르는 만큼 코픽스 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1.5%로 올린 점에 대해서도 이르면 5월 코픽스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3월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72%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연말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소 2~2.5%까지 끌어올리고, 대출금리 상단이 7%대에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연말 기준금리가 4.5%까지 올라야만 해외 투자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과 통상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높아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기준금리가 연말 4.5% 정도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야만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환율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피할 수 없고, 대출금리 역시 최고 7~8%대에는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출자들의 부담 역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다시 한 번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유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출자 10명 중 8명이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는 만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여간 기준금리가 4차례 인상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은 1인당 65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모든 차주가 동일한 비율로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단순계산이며, 최신 잔액통계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했을 때 이자부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대출자들이 부담을 줄이긴 위해선 ‘대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빚은 일부라도 서둘러 갚고 꼭 필요한 대출이 아니면 받지 않는 것이 좋다”며 “금리상승기에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엔 금리변동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혼합형 및 고정형 상품으로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일제히 연 4%를 넘어섰다. 은행연합회의 공시에 따르면 3월 신용대출 평균금리(서민금융제외)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4.17%, KB국민은행이 4.10%, NH농협은행은 4.09%, 하나은행은 3.64%로 집계됐다. 이로써 신용점수가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들 역시 4%에 육박하는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