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하반기부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 회복세가 가파라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CC들의 실적은 2분기를 시작으로 여름 성수기를 거치며 본격화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를 기점으로 국제선 수요는 물론 공급도 크게 확대되면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올해 흑자 전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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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충분하다

LCC들의 흑자 전환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여객 수송량이다. 연간 여객수송량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50%까지 회복돼야 한다. 국내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제선 수요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다. 올해 3월 국제선 여객은 1~2월 평균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3월 마지막 주 국제선 여객은 직전주 대비 15% 늘었다. 아직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의 방역완화 기조와 인천공항 이용객수로 미루어 봤을 때 4월 국제선 여객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일본(83%)과 동남아(51%) 노선 여객이 크게 증가했다. 두 지역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선이다. 지난해 해당 노선의 여객수는 2019년 대비 98~99% 급감했다. 아직 여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폭발적인 해외여행 수요를 확인한 만큼, 다음달 여객 공급이 확대되면 가파른 회복세가 예상된다. 대부분 LCC들은 5월부터 일본과 동남아 노선 운항 재개를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도 회복세가 눈에 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은 2019년을 100%로 봤을 때, 올해 1월 3%에서 4월 첫째주 7%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여름 성수기가 있는 3분기에는 국제선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이미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본격화되면서 국제선 여객이 2019년 여객의 40%대로 회복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국제선 여객이 2019년 대비 6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싸도 나간다

또 한 가지는 항공 운임이다. 여객수송량 회복과 함께 항공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오프닝(경기 재개) 초기 여객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이연된 반면 공급은 정부 방침에 따라 5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10~2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강한 만큼 항공권 가격과 상관 없이 '일단 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노선보다 먼저 여객 수요를 회복한 미주 노선 항공권의 경우 전년 대비 약 10~20%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보다 일찍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해외의 경우 항공업과 숙박업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델타 항공은 1분기 전체 운항 공급이 코로나19 이전 83%, 수송은 75% 수준을 회복, 3월 한 달 동안은 여객 수요 회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수요 회복은 물론 평균 숙박요금도 2019년 대비 37% 상승했다.

 

느슨해지는 빗장

주요 국가의 해외여행 입국 격리 규정 완화도 LCC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남아 인기 여행 국가인 베트남에 대한 입국 격리가 면제되면서 여객 수요 회복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평가다.

정부는 6월부터 방역주의국가로 지정됐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을 일반국가로 전환한다. 이후 주의국가가 새로 설정되도 접종완료자는 격리가 면제된다. 기존 주의국가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에는 접종완료자여도 7일간 격리해야 했다.

중국은 상하이, 광저우, 청두, 칭다오 등 8개 시에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10일로 단축했다. 당초 중국은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입국 격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보다 낮은 방역 정책 효과로 올해 하반기부터 격리 해제를 시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수위를 최고 수준인 4단계에서 한번에 최저인 1단계로 낮췄다. 이에 따라 다른 해외 국가들도 한국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국제 유가 상승은 실적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인상할 것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지속된 적자로 높은 부채율을 기록하고 있는 LCC들의 이자율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인해 폭등한 국제 유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공급이 증가하는 하반기까지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가 늘어나서다. 반대로 하반기 이전에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오히려 유류할증료로 유류비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유류할증료는 예약 시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인가로 항공편이 늘어나도 인력 문제나 여객기 부족으로 여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LCC업계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여객기 수를 약 20% 줄였다.

한 LCC 관계자는 "여객 공급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정부가 항공편과 도착 슬롯을 더 빠르게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