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다가오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지난 2년간의 시간은 고난 그 자체였다. 불어난 적자로 인해 인력과 항공기를 감축하고 수차례 유상증자를 시행하며 간신히 버티면서 체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선 ‘전멸’...적자는 10배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여객은 2019년(1억2,337만명) 대비 70.5% 감소한 3,636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여객은 9,039만명에서 무려 96.4% 급감한 321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선 여객은 3,315만명으로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항공사 여객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제선이 사실상 전멸하면서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치명상을 입은 건 LCC였다. 다수의 화물전용기를 이용해 항공 화물 사업을 추진하는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FSC)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화물 운임 상승으로 실적을 선방한 반면, 화물 운송 매출 비중이 1~2%에 그치는 LCC들은 매출이 70~80%씩 주저앉았다.

실제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봉쇄됐던 최근 2년 동안 LCC 빅3로 불리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을 비롯한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 기간 무려 6,52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3,699억원, 티웨이항공 3,226억원, 에어부산 3,925억원, 에어서울 1,079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기존에도 LCC 업계는 치열한 경쟁 탓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자 규모는 6~10배까지 불어났다.

지속된 적자에 부채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부채비율이란 상환해야 할 타인자본(부채) 대비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쓰인다.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으면 신용평가 등급이 낮아져 대출이나 투자 유치에 불리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LCC는 티웨이항공이었다.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2019년 327%에서 지난해 1453%까지 치솟았다.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351%에서 588%까지 증가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각각 지난해 부채비율이 248%, 674%에 달했다.

증자로 버틴 2년

벼랑 끝에 몰린 LCC들은 사업 운영비와 차입금 납입 등 고정비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 무상감자 등을 감행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항공기 반납까지 나섰다. 제주항공은 총 42대 중 4대, 진에어(25대) 2대, 티웨이항공(27대)는 1대를 반납했다.

제주항공은 2020년 1,506억원과 지난해 10월 2,06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보통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해 액면가 감자를 시행했다. 자본총계는 유지하되 자본금 규모를 줄여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기 위함이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하는데, 적자 누적으로 인한 결손금이 쌓였을 때 발생한다. 상장회사의 경우 자본잠식률이 50%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상장 폐지된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이후 매년 유상증자를 실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2020년 72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가 실시했다. 이달에는 1,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진행 중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1,238억원을 마련했다. 진에어 역시 2020년 1,05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2년 연속 증자다. 에어부산도 2020년 835억원, 2021년 2,27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재무 상황은 여전히 ‘먹구름’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LCC들의 재무여건은 여전히 위태롭다. 상장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각각 35%, 33%에 달하며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가 1년 이상 자본잠식률 50%를 넘기면 국토교통부에게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항공사업자 면허취소도 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이달 1,21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2년 넘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서울은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50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부터 완전자본잠식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갚아야할 리스부채도 산더미다. 국내 LCC들은 대부분 여객기를 리스(장기임대)해서 사업을 운영하는데, 상위 5개 LCC가 올해 갚아야 할 리스부채는 총 3,933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 1,111억원, 진에어 1,036억원, 티웨이항공 825억원, 에어부산 754억원, 에어서울 207억 원 등이다.

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LCC의 앞 길은 아직 넘어야 할 난기류 투성이인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은 지난 2년간 막대한 영업손실을 견디며 재무여건이 많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올해 여객수요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재무구조 개선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