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왼쪽), 케이뱅크(오른쪽). 출처=각 사
카카오뱅크(왼쪽), 케이뱅크(오른쪽). 출처=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2017년 출범 초기 ‘낯설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의 금융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비대면 금융과 IT기술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 시장 틈새에 들어간 1기 인터넷은행은 최근 가계 일반대출 점유율을 8%까지 끌어 올렸다. 출범 6년만의 성과다.

키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인터넷은행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앞다퉈 진출하려는 기업 대출 부문이 대표적이다. 사업 다변화는 추가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와 점차 강화될 예정인 인터넷은행향(向) 규제라는 난제를 풀어낼 열쇠가 될 전망이다.

가계 일반대출 점유율 ‘8%’…은행권 키플레이어로

토스뱅크. 출처=토스뱅크
토스뱅크. 출처=토스뱅크

금융권에 따르면 1기 인터넷은행으로 불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출범 6년차를 맞이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17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같은 해 7월 영업 포문을 열었다. 국내 세 번째 인터넷은행업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이래로 고객의 금융 일상을 비대면 채널로 옮기는 데 은행권 선봉 역할을 맡았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UI(사용자환경)와 UX(사용자경험), 애플리케이션의 빠른 속도, 손쉬운 신용대출 절차는 고객의 여수신 ‘발품’을 ‘손품’으로 옮겨왔다. 이는 기존 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

고객의 ‘손길’이 잇따르며 인터넷은행의 여수신 잔고도 빠르게 성장했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말 7조원 수준이던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총 자산은 지난해 말 63조원(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으로 불어났다. 5년새 9배로 늘어난 셈이다.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점유율도 8%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의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대출 점유율은 8.3%로 전년 말(7.0%) 대비 1.3%포인트 커졌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말(2.8%)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3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점유율이 6.9%인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을 찾는 고객의 손길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인터넷은행은 물론 비대면 채널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높아진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가오는 규제 실타래…라인업 다각화로 푼다

신용대출, 보증대출에서 점유율을 키운 인터넷은행은 상품 라인업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올해 비대면 방식을 토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개인사업자 대출에 시선을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이 대환 대출 용도로는 물론 주택 구입 자금으로도 활용 가능한 주담대를 내놓은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대환 자금 용도의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을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에서는 토스뱅크가 선제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토스뱅크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연내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일변도의 여신 상품을 다변화하려는 배경 중 하나는 규제다.

특히 예대율 규제와 중·저신용 대출 비중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성장 폭을 제한하는 요소다. 인터넷은행은 차주별 할인, 할증에 대해 예외를 적용 받고 있다. 기존 은행은 신(新)예대율 규제에 따라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에는 15% 할증, 기업대출에는 15% 할인이 적용된다.

가계대출 위주로 취급하던 인터넷은행에 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면 대출 관련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중·저신용 대출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하는 점도 부담 요소다.

규제 이행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해법이 사업 다각화라는 분석이다. 가계대출에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높이려면 고신용 대출을 줄이거나 신규 중저신용 대출을 대폭 늘려야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손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

이를 헷징(hedging)해 줄 수 있는 사업 부문이 개인 사업자 대출, 주담대 등 신용대출 외 상품인 것이다. 개인 사업자 대출이 추가적인 대출 성장의 동력이라면, 주담대는 신용대출보다는 순이자마진(NIM)이 낮지만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따른 대손 증가 위험을 상쇄해줄 수 있는 보완책이다.

예대율 관리와 중저신용 대출 비중 확대가 ‘성장 2막’를 연 인터넷은행이 풀어야할 최대 난제로 평가된다. 사업 부문 다각화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모형(CSS)은 인터넷은행 추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nterview]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

Q. 점차 강화되는 규제 중 인터넷은행이 특히 준비해야할 규제와 그 이유는?

예대율은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다. 금융업은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고객의 돈으로 수익을 내고 성장해가는 업권인 만큼, 규제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도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 기준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중금리 대출 확대다. 이는 규제라기보다는 의무사황이다. 인터넷은행 라이센서를 받는 과정에서 중금리 대출 확대가 핵심이었던 만큼, 중저신용자 비중을 의미있게 확보해야하는 것도 주요 숙제다.

Q. 인터넷은행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서로 간의 경쟁에서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 요소나 필요한 역량은?

인터넷은행의 출발점인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특히 IT기업인 모회사와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차별성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객 락인(lock-in) 효과 성과를 내는 인터넷은행이 경쟁에서 앞서갈 것으로 본다.

Q. 인터넷은행이 목표로 하는 궁극적인 개인고객 서비스는 ‘자산관리’다.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자산관리로까지 당연히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자수익 외에 수수료 수익 기반의 수익 기준에서 자산관리 만한 게 없다.

다만 성장속도로 보면 자산관리 안착에는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자산관리 금융거래의 핵심은 신뢰와 신용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에 자산관리를 맡겨도 될지에 대한 안심 척도가 높아야져야 한다. 편의성이든 수익률로든 이를 보여줘야 하며, 지금은 장기간에 걸쳐 이 같은 안심 척도를 차곡 차곡 단계적으로 쌓아야 할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