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 출처=유튜브 피드 갈무리
'위스키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 출처=유튜브 피드 갈무리

MZ세대에게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다. 일종의 취미 활동이자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MZ세대는 요리하듯 여러 레시피를 활용해 칵테일을 만들고, 위스키가 가진 향과 맛을 보다 잘 느끼기 위해 관련 지식 공부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고 난 빈 병은 수집품처럼 모으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나는 집에서 칵테일 만들어 마신다

MZ세대가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홈텐딩’(홈+바텐딩)이다. 수십여개 칵테일 레시피를 기반으로 요리하듯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 마신다. 대표적인 홈텐딩 칵테일은 하이볼이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소다를 섞어 5~10도 정도로 도수를 낮춘 칵테일이다. 특별한 재료 없이 위스키와 소다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 ‘위린이’(위스키 입문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하이볼 레시피는 크게 위스키&소다, 하일랜드 쿨러, 켄터키 뮬, 버번&코크 등으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레시피는 위스키에 토닉워터, 진저에일 등을 섞은 위스키&소다다. 종류와 상관없이 저가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된다. 나머지 레시피는 버번, 라이 위스키 등에 라임주스, 진저에일, 콜라 등을 섞는다. 달달한 탄산음료에 위스키 향도 느낄 수 있어 입문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 외에도 올드패션드, 맨하탄, 커피피즈 등 수십여개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 레시피가 존재한다. MZ세대는 이러한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해 칵테일을 만들기도 하고, 일정 수준 숙련도가 쌓이면 자기 취향에 맞춰 기존 레시피보다 위스키 양을 늘리거나 어울리는 리큐르(주정에 과일·허브 등과 설탕을 첨가한 혼성주)를 첨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버번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인 ‘맨하탄’의 경우 위스키 향을 돋보이도록 하려면 와일트터키 101나 러셀 싱글배럴을 베이스로, 단향을 원한다면 메이커스 막스, 놉크릭 등을 기본으로 만드는 식이다. 여기에 오렌지 필(껍질)을 더하는지 레몬필을 더하는지에 따라서도 칵테일 향이 확 달라진다.

MZ세대의 칵테일 사랑은 관련 콘텐츠까지 이어진다. 칵테일 조주 영상을 주로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술덕후’는 구독자가 19만5,000여명에 달한다. 채널에 게재된 칵테일 레시피 74가지를 소개하는 10분짜리 영상은 조회수 250만회를 넘어설 정도다.

출처=유튜브 채널 '술덕후' 영상 캡쳐
출처=유튜브 채널 '술덕후' 영상 캡쳐

알면 알수록 맛있는 위스키

위스키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은 다른 첨가물 없이 ‘니트(neat)’로 마시는 법이다. 위스키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이볼을 주로 마시는 사람들은 위스키를 칵테일 재료 중 하나로 생각하는 반면 니트를 주로 마시는 사람들은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을 세세하게 구분하며 즐긴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위린이’가 오랜 숙성기간을 통해 만들어진 위스키의 다채로운 향을 구분하며 마시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MZ세대는 위스키를 ‘공부하며’ 마신다. 교과서는 위스키 관련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리된 게시글이다. 잔 고르는 방법부터 위스키를 마시는 요령, 어울리는 안주,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 증류소에 대한 지식까지 하나씩 섭렵해간다.

기본적인 공부가 끝나면 시음을 시작한다. 위스키 테이스팅은 보통 ‘노즈-팔레트-피니쉬’로 나누어 진행한다. 노즈는 마시기 전 코로 맞는 향, 팔레트는 혀로 느끼는 맛, 피니쉬는 삼킨 후 남는 향을 뜻한다. 쉽게 말해 마시는 과정에 따라 어떻게 향과 맛이 변하는지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다.

시음을 마치면 ‘리뷰’를 쓴다. 한 위스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10개 이상의 시음기가 올라온다. 이용자 대부분이 20~30대로 구성된 이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위스키를 마신 리뷰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은은한 요오드, 바다 짠내를 중심으로 건과일의 진한 달콤함, 과일의 상큼함, 시리얼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 고소함의 조화가 뛰어나다. 느껴지는 피트는 강렬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다. 스월링(잔을 돌리는 행위)을 할수록 처음엔 느끼기 어려웠던 스모키한 훈제향이 조금씩 올라온다.”

위스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탈리스커 10년’ 시음기 중 하나다. 댓글에서는 각자만의 ‘맛 평가’를 늘어놓으며 어느 시기에 가장 맛있는지, 비슷한 위스키 중에 어떤 게 더 맛있는지 등에 대해 논한다. 자신이 위스키를 마시면서 느낀 경험을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위스키 나눔'은 MZ세대 사이에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출처=위스키 온라인 커뮤니티 글목록 갈무리
'위스키 나눔'은 MZ세대 사이에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출처=위스키 온라인 커뮤니티 글목록 갈무리

‘위스키 나눔·공병 인테리어’...MZ가 불러온 新문화

위스키를 좋아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위스키 나눔’이 성행하고 있다. 대부분이 위린이인 MZ세대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맛보고 싶어도 병당 1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 가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리뷰를 게시하는 조건으로 위스키 1온스(약 30ml) 정도를 작은 공병에 담아 무료로 나눠주거나 교환한다.

빈 위스키병을 수집용이나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트렌드가 됐다. 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빈 위스키병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중고나라에 ‘양주병’, ‘위스키 공병’ 등을 검색하면 수십개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보통 3,000원~1만원 사이로 실제 양주 판매가에 비례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품 케이스 여부와 청결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정판의 경우 3~6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병은 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된다. 중고시장에서 공병을 구매한 후 책장·선반 등에 두거나 병 안에 전구를 넣어 ‘무드등’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한 위스키 동호회장은 “재작년부터 20~30대 회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홈술 트렌드 등으로 위스키가 대중화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매력에 빠져 취미로 삼게 되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위스키나 와인, 커피 등은 원래 향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많은 취미”라며 “아무래도 메이저한 취미가 아니다보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조금 더 끈끈한 게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